화폐로 표현되는 모든 것의 랠리 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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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상용 글로벌경제 전문기자 = 미국과 유로존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첫 금리인하가 6월에 집중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거대 행성들의 `6월 정렬(Grand Alignmet for June)`은 글로벌 통화정책의 대선회를 의미한다. 이들을 따라 위성(여타 주변부 중앙은행)들도 본격적인 궤도 수정에 들어갈 것이다. 연초 위험자산의 들썩임 배후에는 중앙은행들의 동조화된 완화 행보가 다가오고 있다는 기대가 한 자리를 차지한다.
기대가 배신감으로 바뀔 위험 또한 상존해 있다. 미국의 물가 동향은 `행성들의 6월 정렬`을 방해할 수 있는 주요 변수다. 시장은 미국의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큰 틀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믿지만 두달 연속 예상치를 상회한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이런 믿음의 한 구석에 불안과 의심의 싹을 심고 있다. 연준의 연내 금리인하를 맹신하지 말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사라지지 않았다.
1. 연준은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머니마켓의 기대 변화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준의 첫 금리인하 시점은 여전히 6월이 가장 유력하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 참여하는 트레이더들은 첫 금리인하가 6월에 단행될 가능성을 62.4%의 확률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6월에도 정책금리가 현 수준(5.25~5.5%)으로 동결될 확률은 30.2%로 전일(28.4%)보다 살짝 높아졌다. 간밤(3월12일) 공개된 2월 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첫 금리인하가 한달 앞당겨져 5월에 이뤄질 가능성은 11%의 확률로, 그리고 5월과 6월 연달아 (25b씩)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은 7.3%의 확률로 가격이 매겨져 있다.
미국의 CPI 상승률이 두달 연속 시장 예상을 웃돌았지만 머니마켓 트레이더들은 (아직까지는) 일시적 덜컹거림 정도로 보고 있다. 최근의 물가지표와 고용지표가 다음주(3월19~20일) FOMC에서 공개될 연준 점도표(정책위원들의 금리전망)와 물가전망에 대대적 수정을 가할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지는 않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참고로 미국의 2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27만5000명)은 예상(20만명)을 웃돌았지만 직전 두달치가 16만7000명 하향 수정됐고, 실업률은 예상(3.7%)과 달리 3.9%로 높아졌다.
앞서 3월7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가능하게 2%로 향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는 것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높아진 실업률과 둔화한 임금상승률은 파월의 발언을 하루 지나 뒷받침하는 듯 했다. 물론 고용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은 급냉과는 거리가 멀며 여전히 견조한 수준이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의 6월 첫 금리인하 가능성을 62.4%의 확률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사진=CME FedWatch] |
2. ECB는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는 사실상 6월 금리인하를 예고하는 출정식에 가까웠다.
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제약적 정책기조를 되감는 논의를 이제 막 시작하고 있다. 아직 충분한 자신감을 가진 것은 아니다. 앞으로 몇개월 데이터가 나올 텐데 4월이면 약간 더, 그리고 6월이면 좀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4월에 결정하기엔 이르고 6월쯤이면 금리인하에 필요한 확신을 더 갖게 될 것이라는 뉘앙스였다.
유로존의 헤드라인 CPI 상승률(y/y)은 작년말(12월) 2.9%로 재가속 흐름을 보인 뒤 1월 2.8%, 2월 2.6%로 두달 연속 가라앉았다. 근원 CPI 상승률도 12월 3.4%에서 1월 3.3%, 2월 3.1%로 계속 둔화하고 있다. 이 속도면 하반기중 2% 목표치에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주 ECB 정책회의에서 집행부가 보고한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 역시 석달전 2.7%에서 2.3%로 낮춰졌다.
ECB내 매파적 인사들 사이에서도 `물가상승률이 2.0%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목표치를 향해 인플레이션이 계속 가라앉는다는 판단이 서면 금리인하를 개시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연준과 ECB에 이어 영국 영란은행(BOE)과 캐나다 중앙은행(BOC)도 6월 첫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연초 예상보다 견조했던 영국의 임금상승률과 물가오름세는 5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6월 이후로 더 후퇴시켰지만 예상보다 높게 나온 분기(11~1월) 실업률은 금리인하를 마냥 늦추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캐나다의 경우 임금오름세가 완연히 꺾이며 인플레이션 둔화의 지속성을 시사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조셉 브릭스 이코노미스트는 "캐나다 중앙은행(BOC)의 첫 금리인하는 6월에 이뤄질 것이며 올해 연간으로는 총 100bp의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로존 헤드라인 및 근원 소비자물가(CPI) 상승률 추이 [사진=macromicro] |
3. 위험자산 버팀목 .. 환율은?
미국 연준을 중심으로 ECB와 BOE, BOC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6월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주변부 중앙은행들도 그 행렬에 적극 동참할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정책금리 인하에 나서 경기 안정에 힘을 보태려 할 것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등도 기회를 엿볼 것이다.
두어달만 기다리면 글로벌 통화정책이 대전환을 맞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현재 글로벌 위험자산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나아가 최근 에버리씽 랠리(Everything Rally : 거의 모든 자산가격의 상승)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글로벌하게 돈값(금리)이 떨어질 테니 화폐로 표현되는 모든 자산들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논리다.
나아가 매크로 관점에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완화방향으로) 정책선회는 그간 환율부담 때문에 금리인하를 주저했던 이머징 중앙은행들에게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미국 경제가 견조함을 유지하는 가운데, 한층 풍요로워지는 글로벌 유동성 환경 하에서 주변부 경제도 체력을 회복하는 전개는 위험자산에 유리한 펀더멘털을 제공한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6월 동조화된 금리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일본을 제외한 이들 주요국 통화 사이의 환율 변동성은 서서히 가라앉을 수 있다. 함께 한 걸음씩 물러나기에 주요 통화간 환율 변동을 불러올 정책 다이버전스 요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후 이들의 금리인하 속도에서 괴리가 나타날 때까지 이런 양상은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은 종전과는 정반대 방향(초완화적 BOJ vs 긴축적 주요국 중앙은행 → 금리인상에 나서는 BOJ vs 금리인하로 돌아서는 주요국 중앙은행)으로 주요국 통화정책과 다이버전스를 연출하게 된다. 6월 이후 주요국 통화에 대한 엔의 강세가 좀 더 두드러질 수 있다. 이미 지난주부터 외환시장에선 BOJ의 3월 마이너스 금리 탈출 가능성과 향후 의식될 정책 다이버전스를 선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달러-엔 환율의 최근 1년 추이 [사진=koyfin] |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