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처와 공사비 증액 협상에도 원가율 95% 안팎
부동산경기 침체에 분양성과 부진, 고금리도 부담
해외시장 및 비주택부문 확대로 대응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대형 건설사의 실적 개선이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성과가 부진하고 원가율 부담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고금리 상황에서는 양질의 발주도 줄어든다는 점에서 실적 회복에 대한 건설사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건설사들은 해외사업, 원전 등 비주택부문 비중을 확대하며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계산이다.
◆ 주요 대형건설사, 1분기 영업이익 전년비 감소 전망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대형 건설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GS건설은 올해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597억원으로 전년동기(1589억원) 대비 1000억원 정도 줄어든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 4분기 영업손실 1937억원에서 흑자로 전환한 것이지만 검단 신도시의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후폭풍이 쉽지 가시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검단 아파트의 재시공 비용으로 약 6000억원을 선반영했으나 올해에도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건설사의 실적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영업정지 리스크도 풀어야 할 숙제다. 검단 사고 이후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GS건설에 총 10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달 행정처분 개시에 앞서 GS건설이 법원에 제출한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집행이 잠시 멈춘 상태다. 하지만 영업정지가 개시되면 수조원대의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잠재적 리스크가 여전하다.
대우건설은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전년동기(1767억원) 대비 17.5% 줄어든 1458억원이다. 전분기(779억원)와 비교해 실적이 개선됐으나 연초 전망했던 1700억원대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주택·건축부문의 매출 비중이 62% 수준으로 대형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니 부동산 경기 침체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501억원) 대비 4.4% 감소한 479억원이다. 매출액도 1조 749억원에서 9536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 회사도 해외사업 비중이 미미하고 국내 사업에 집중돼 있어 시장 환경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크다.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으로 주요 건설사의 매출 원가율이 95%에 육박해 수익성 확보가 만만치 않다. 원가율이란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85% 안팎에서 움직이던 매출 원가율은 10%p(포인트) 정도 치솟았다. 원가 상승으로 발주처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해도 온전히 수용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 국내외 비주택부문 확대로 돌파구 마련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및 비주택부문을 확대해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형 프로젝트 참여를 늘리고 공정 기술도 다양화한다.
대우건설은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사회간접자본(SOC) 등 비주택 부문의 수주 확대와 해외 사업다각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단순 시공만으로는 이윤 확보와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해외시장에서는 시행과 시공을 병행하는 디벨로퍼로 성과를 거둔다는 것이다. 기존 플랜트 사업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싱가포르 부동산 개발, 캄보디아 투자개발 등이 주요 관심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고부가가치 해외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대형 원전을 포함한 소형모듈원전(SMR), 원전 해체, 사용 후 핵연료시설 등 원자력 전반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한다. 사우디 아미랄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이어졌던 중동지역에서 비경쟁·고부가가치의 수주를 강화한다. 이를 통해 올해 신규수주(29조원) 중 40%를 해외에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사우디 네옴(NEOM) 터널, 사파니아 유전(36억달러), 파드힐리 가스전(47억달러) 등의 입찰을 계획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신사업담당 한 임원은 "주요 공정의 원가율이 95%에 달해 예상 실적을 맞추기가 어렵다"며 "해외시장 및 비주택부문 등을 확대하지 않고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