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징계받은 박 전 대표 영입에 궁금증
SK증권, 부진한 리테일·S&T 부문 강화 목적 풀이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SK증권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징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인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업계 내에서는 금융당국과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영입해야하는 배경에 관심을 두고 있다. SK증권 측에서는 박 전 대표의 풍부한 금융투자 분야 경험과 리스크관리 능력을 샀다는 설명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은 지난 6일 이사회를 열어 사외이사 박정림 선임의 건을 의결했다. 오는 25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이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박정림 대표이사 [사진=KB증권] |
업계에서는 이러한 SK증권의 행보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 관련 책임을 이유로 박정림 전 대표에 '직무 정지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리스크 관리와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융당국의 태도가 강경한데, 해당 내용 관련해 징계 받은 전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정림 전 대표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더라도 소송이 임기에 부담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1일 금융위원회의 중징계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동시에 제기했다. 법원이 집행정지를 인용하면서 금융권 임원 취업 제한 등 징계처분의 효력은 본인 소송 1심 선고가 날 때까지 정지된 상태다.
만약 박 전 대표가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다면 임기를 마저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 제5조 제1항 제7호는 '이 법 또는 금융관계법령에 따라 임직원 제재조치(퇴임 또는 퇴직한 임직원의 경우 해당 조치에 상응하는 통보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으로서 조치의 종류별로 5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에 대해서는 임원의 자격이 제한된다고 명시했다.
◆ SK證, '리테일 전문가' 박정림 영입으로 공백 최소화 노려
일각에서는 SK증권이 박 전 대표 영입을 통해 위탁·자산관리부문(리테일, 기관영업 등)과 자산운용부문(S&T)의 실적 개선을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2024.03.07 stpoemseok@newspim.com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SK증권의 연간 위탁·자산관리부문 실적은 약 647억원이었다. 2020년(1085억원)과 2021년(1137억원)에 이어 3년 연속 하락한 수치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록도 531억원으로 좋지 않다. S&T 부문도 지난 2021년 2465억원을 기록하며 최근 5년간 최고점을 찍은 이후 뚜렷한 실적 반등이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테일 전문가인 박정림 전 대표가 SK증권의 '해결사'가 될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KB증권 재임 시절인 지난 2021년, 자신이 맡던 위탁·자산관리부문과 자산운용부문에서 각각 3497억원·79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위탁·자산관리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81%(451억원) 늘었고, 자산운용부문에서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KB증권은 같은 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 8조5496억원, 영업이익 8213억원, 순이익 6003억원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SK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업과 금융투자업계에서 쌓으신 다양한 분야에서의 풍부한 경륜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토대로 한 금융소비자보호 및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법 리스크에 대해서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SK증권 측은 "박정림 사외이사 후보자는 현재 징계와 관련해 불복 소송이 진행 중이며 최종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결격사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최종적으로 판결이 확정되면 법규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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