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봉사에 의지하는 구조
소음 민원·집단 유기 대상되기도
"그래도 접근성 좋아야 입양 기회 늘어"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얼마까지 생각하고 오셨는데요?"
지난 16일 강아지를 분양하는 이른바 '펫숍'이 밀집한 서울 충무로역 인근 대로변.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무슨 종을 찾냐'는 질문이 나왔다. 망설이는 표정을 짓자 '원하는 가격에 맞춰주겠다'는 말이 이어졌다.
펫숍에서 강아지를 구매하는 것은 간단하고 쉽지만, 상대적으로 서울 도심에서 유기견 입양센터는 찾아보기 힘들다. 유기견 입양률을 높이기 위해선 펫숍처럼 유기견 입양센터도 쉽게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어야 하지만, 도심 내 높은 유지 비용과 소음 민원 등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 카라 더불어숨센터 2층에 위치한 입양센터 아름품 모습.[사진=노연경 기자] |
◆ 후원·봉사에 의지…경기 어려워지면 후원 줄어
정부 예산을 받을 수 있는 지자체 유기견 입양센터와 달리 민간에서 운영하는 곳은 온전히 후원과 봉사에 의지하고 있다. 최근엔 경기가 불황으로 기업 후원도 마저 줄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사무실 더불어숨센터에서 유기견 입양센터인 아름품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아름품에서 보호하고 있는 반려동물 수는 강아지 58마리와 고양이 15마리로 73마리에 달한다. 최근 보령 번식장에서 동물권 단체들이 대형 구조를 진행하면서 아름품에도 41마리의 강아지가 추가로 들어왔다.
장효영 카라 입양팀 활동가는 "사료 회사들이 남는 재고로 후원을 해주곤 했는데, 올해부턴 경기가 어려워져서 재고도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며 "기업 후원담당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올해 후원이 작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구조·유기로 보호 동물 느는데…'시끄럽다' 소음 민원
경기에 따라 후원이 줄어들곤 하지만, 입양을 보내야 하는 유기견 수는 종종 예기치 않게 늘어나기도 한다. 일례로 지난 6일에는 카라 더불어숨센터 앞에 반려묘 8마리를 집단 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아름품에서 보호하고 있는 고양이 15마리 중 8마리가 이때 집단 유기된 고양이다.
도심 외곽에 위치한 보호소들은 이 같은 유기를 막기 위해 일부러 자세한 주소를 노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도심에 위치한 유기견 입양센터는 종종 이런 집단 유기 표적이 되곤 한다.
흔히 말하는 '품종견'이 아니란 이유로 혹은 사람 손을 잘 안 탄다는 이유로 입양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아름품에서 3년을 지낸 달비는 관악산에서 무리 생활을 하다 구조됐다. 사람 손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곁을 잘 내주지 않아 오랜 기간 아름품에 머물게 됐다.
일정 공고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를 시키는 보호소와 달리 아름품은 보호 동물이 새 가족을 찾을 때까지 책임진다. 이 때문에 입양을 기다리는 보호 동물들이 있는 상태에서 집단 유기가 발생하거나 대형 구조에 들어가면 갑자기 보호 개체수가 확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도심에서 유기견 입양센터를 운영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소음민원이다. 아름품 1층 뒷문으로 연결된 작은 마당은 주택가와 맞닿아 있어 종종 소음민원이 들어온다. 보령 번식장에서 구조한 강아지들을 수용할 곳이 없어 1층에서 보호하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옆 건물로부터 민원을 받기도 했다.
봉사자 박소영 씨가 아름품에서 보호 동물들을 보살피고 있다.[사진=노연경 기자] |
그럼에도 활동가들은 도심 내 유기견 입양센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효영 활동가는 "접근성이 좋은 도심에 있으면 유기견을 보러오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는다"며 "그래서 파주 입양센터에서 금방 입양을 갈 수 있을 것 같은 보호 동물을 아름품으로 옮기는 작업도 한다"고 설명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