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조진웅이 영화 '데드맨'으로 설 연휴 극장가의 관객들과 만났다. 누구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이름값'에 대한 이야기가 촘촘하고 치밀하게 펼쳐진다.
조진웅은 현재 활동 중인 이름이 예명으로, 부친의 성함을 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본명은 조원준이다.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는 만큼 '이름'을 잃고 죽은 사람이 돼 버리는 극중 만재를 만난 소감이 남다를 법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데드맨'에 출연한 배우 조진웅 [사진=콘텐츠웨이브(주)] 2024.02.13 jyyang@newspim.com |
"이름에 대한 감흥은 그 이후에 느껴지는 거고 이런 이야기가 실제로 존재하나 싶었죠. 지어낸 건 줄 알았어요. 사실 우리에게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인데 멀리 떨어져 있단 느낌이에요. 와닿지 않는 이야기를 실제 한다니 섬뜩하기도 했고 저도 예명을 쓰지만 사실 그렇게 능동적인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이게 픽션이 아니란 사실에 놀랐고 진짜 이름이 내가 존재한다는 완벽한 증거라는 것에 대해 곱씹으며 다시 생각을 하게 됐죠."
조진웅은 자신에게 가장 1순위인 딸을 언급하며 '이름'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음을 고백했다. 그럼에도 한 사람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자 반드시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나의 아이디가 바로 이름으로 대표되는 정체성이다.
"마지막 재판 장면에서 인정받는 그때의 감정이 굉장히 복잡미묘했어요. 혹자는 감동스러워서 울 수도 있지 않았냐 할 수 있는데 그런 단편적인 감정으로 만재의 지금까지의 인생을 설명하고 싶지 않았죠.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이게 뭐라고 하는 그런 찰나의 복잡한 감정을 감독이 포착하지 않았나 싶어요. 대단한 걸 성취한 것도 아니고 악의 무리를 소탕한 것도 아닌데. 가치를 전혀 몰랐던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아이디를 획득했을 때의 기분이 무엇이었을지 표정에 드러났지 않았을까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데드맨'에 출연한 배우 조진웅 [사진=콘텐츠웨이브(주)] 2024.02.13 jyyang@newspim.com |
조진웅은 이번 '데드맨'을 고르며 대본의 치밀함에 반했다고 했다. 동시에 집요함까지 느껴지는 감독님의 솜씨에 "나만 잘하면 되겠다"고 절로 생각하게 됐다고. 봉준호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하준원 감독은 '괴물'의 각본에 참여한 경력도 있다.
"시나리오가 굉장히 재미가 있었고 구조가 좀 어려웠지만 이 남자의 감정만 잘 따라가면 충분히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나만 잘하면 된다 싶었죠. 치밀함과 함께 집요함도 있는 분이에요. 봉준호 감독 연출부 출신이라 들었는데 디테일의 연출, 집요함 이런 부분이 꼭 지녀야 할 덕목이란 생각도 했죠. 신인 감독이라고 말은 그렇지만 입봉이어도 그동안 내공과 공력이 있고 많이 봐온 안목도 있을 테니까요. 작품을 준비하면서 쌓아온, 이건 나만 설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취재하고 집필하는 과정에서 녹아있다는 게 느껴졌죠."
'데드맨'이 표면적으로는 한 남자가 생계 유지와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이름을 잃어버린 이야기지만, 본질적으로는 인간의 주체성을 다루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조진웅 역시 동의하며 "너 진짜 잘 살고 있어? 너가 누구야?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이 영화의 주제를 얘기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데드맨'에 출연한 배우 조진웅 [사진=콘텐츠웨이브(주)] 2024.02.13 jyyang@newspim.com |
"이걸 제작하고 만드는 필름메이커끼리는 계속 그런 얘길 해요. 잘 만들어졌나? 이 시퀀스가 정말 의도하도록 흘러갔나 끊임없이 자문하죠. 다르게 가야 하나. 그런 치열함이 늘 있었고 대립하기보다는 어떻게 좋은 시너지로 전달할지 늘 고민하게 돼요. 정말로 주체성을 되찾는 삶. 그런 걸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죠. 너 잘 살고 있어? 상당히 철학적인 질문인데 평소 그런 걸 잘 안하고 살거든요. 만재 이외에 다른 사람들은 아마 모르고 사는 거예요. 만재는 알았죠. 그 사람들은 백날 깨어나도 몰라요. 만재의 이전의 삶과 똑같아요. 최소한 만재는 본인의 주체성, 정체성을 되찾았다는 거죠."
조진웅은 영화로, 드라마로 늘 다양한 인물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지만 실제 그의 모습은 야구를 너무나 사랑하는 이웃 아저씨 같다. 최근엔 온라인상에서 그의 술자리와 관련한 아르바이트생의 일화 '조진웅 옴' 밈이 유행하며 화제몰이를 하기도 했다. 조진웅은 "그 사람 꼭 잡을 것"이라며 엄포를 놓으면서도 기분좋게 웃었다.
"전작에 '블랙머니'는 저만 따라오면 경제 용어고 뭐고 다 따라갈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데드맨'에선 오히려 더 계획없이 그 상황에 만재를 던져버리면 그걸 관객들이 알아서 바라보는 그런 효과를 가져갈 수 있게끔 했어요. 자연스럽게 이입이 되는 지점들을 만들어갈 수 있어야 했죠. 개인적으로 인물이 연기를 해서 상황을 끌고 가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데드맨'은 상황이 인물을 끌기도 반대이기도 하고 교묘하게 교차되는 영화예요. 관객들이 확 들어갔다 나와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런 리듬이 주는 호흡을 느낄 수 있으실 거예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