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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싫어서] ④-1 "이긴 사람이 진리가 되는 공간…희망은 3지대에서 시작"

기사입력 : 2024년02월13일 08:00

최종수정 : 2024년02월14일 09:18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
명분·합리성 부재…'계란으로 바위 친' 4년
"희망은 3지대에서 시작할 수밖에…꿈꾸는 정치인 보여줄 책무"

총선을 앞두고 속속 떠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정당이 싫어서, 정치가 싫어서. 오랜 기간 자신이 몸담았던 곳을 떠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정치에 남은 이들은 어떤 희망을 걸고 있을까. 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여기'의 정치 현실을 짚어본다. 더 나아가 좋은 정치란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홍석희 기자 = "너무 웃긴 게 다큐멘터리 감독이 이야기하는 건 대충 다 진실일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정치인이 말하면 거짓말일 거라고 생각해요."

혜영(36)은 다큐멘터리 감독이던 과거나 국회의원이 된 현재나 고민하는 것들은 비슷하다고 했다. 그의 오랜 삶의 과제는 '발달장애 동생과 어떻게 살아갈지'였다. 단순히 개인적 불행이라고 생각하다 구조적 불평등 문제라는 걸 알게 됐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한 후로는 사회적 차원의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첫 단추가 다큐멘터리 감독이라는 문화적 접근이었다. 사람들에게 문제를 알리고 세상을 바꾸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국회의원이 된 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문화의 영역에서 정치의 영역으로 넘어왔을 뿐이다.

[정치가 싫어서] 글싣는 순서

1. '갈등=표'···"선거 유불리로만 갈등을 대하는 정당"
2-1. 오영환, '나 아니면 안 된다'···"기득권 오만에 빠질까 두려워"
2-2. 지지자만 대변하는 정당···"대의민주주의 무너져"
3. 힘의 논리만 작동하는 정당 구조···"양당의 적대적 공생"
4-1. "이긴 사람이 진리가 되는 공간···희망은 3지대에서 시작"
4-2. "희망이 사라진 진보···'운동' 아닌 '책임지는 정치' 필요"
5. "희망 잃고 떠나는 현실이지만···결국 정치가 바뀌어야"

그러나 혜영은 21대 국회를 되돌아보며 "계란으로 바위치기 한 4년"이라고 표현했다. 여전히 바위는 깨지지 않았다. 바위에 노른자 정도 묻혔을까. 기득권이라는 벽이 얼마나 공고한지 깨닫는 4년이기도 했다. 기득권에 맞서느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당내 투쟁조차 버거울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혜영은 정치권에 남기로 했다. 책임감 때문이라고 했다.

뉴스핌은 지난달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혜영과 만났다.

◆ "명분·합리성 부재…'계란으로 바위 친' 4년

혜영이 겪은 국회는 "상상 이상으로 명분과 합리성이 들어설 공간이 없는 곳"이다. 기득권 양당 정치가 극대화하다 보니까 모든 게 '파워 게임'이 돼 있는 거다. 아무리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의견을 내도 중요한 건 "이기는 것"이었다.

"의원들이 사실은 제 말이 맞다고 해도 실제 결정되는 건 달랐어요. 거대양당의 기득권 싸움이라는 구조 안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될 뿐 합리성이 조금도 존중되지 못하는 4년을 경험했죠."

그가 경험한 국회는 합리성을 바탕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이긴 사람이 진리가 되는 공간이었다. 특히 소수정당의 의원으로서 정치한다는 건 '계란으로 바위치기'하는 기분이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기후시민 등 다양한 약자 곁에서 애를 썼지만 그것과 별개로 기득권의 벽이 더 강고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여성 국회의원 모임인 한국여성의정에 속한 17~18대 의원들 얘기만 들어봐도 현재의 정치가 극단적이 됐다고 한다. 일례로 당이 달라도 호주제 폐지 앞에서 모든 정당의 여성 의원은 뭉쳤다. 여성 권익이라는 보편적 가치 앞에선 당적과 상관없이 같이 뭔가를 이뤄야 한다는 기치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당의 기본적인 기조, 당의 기득권과 다른 얘기를 뻥긋하는 순간 다음 공천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상황이라는 거다. 보편적 가치에 대해서조차 당적을 넘어 연대하는 걸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상황까지 온 거다. "구조적 성폭력·성차별이 없다고 대통령이 말하면 보수정당의 여성 의원들은 다른 말을 못 하는 상황인 거다. 여기에 어떤 합리성이 존재할 수 있을까."

혜영은 정치가 나빠진 이유가 유난히 나쁜 사람들이 있어서가 아니라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 양당 구조 자체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권 안에서도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당이 선거제 개혁에 당의 명운까지 걸었던 이유다.

그러나 당내 갈등도 만만치 않은 난관이었다. 혜영은 앞서 정의당 신진 정치인들이 주도했던 '세번째권력'에서도 활동했다. 세번째권력은 새로운 정당의 창당을 위한 일종의 정치유니온이었다. 다만 그는 당에 남아 정의당을 재창당하는 데 힘을 보태기로 했다. 세번째권력은 현재 새로운선택에 합류했다. 정의당은 현재 녹색당과 선거연합정당인 녹색정의당을 출범시켰다.

그는 지난 4년간 정의당의 상황을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는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에 빗댔다. 당내 기득권이 폐쇄적으로 권력을 행사해온 문제도 크지만 개인적으로는 성추행 혐의로 직위 해제된 김종철 전 대표의 사건도 있었다. 이후 여영국 전 의원이 대표가 됐지만 소수파의 한계로 안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그러는 사이 당내에서 명확한 리더십이 설 기회를 놓쳤다고 그는 설명했다.

◆ "희망은 3지대에서 시작할 수밖에…꿈꾸는 정치인 보여줄 책무"

국회의원이 되고 나면 할 수 있는 게 아주 많을 거로 생각했는데 막상 할 수 없는 게 더 많게 느껴졌다. 모순적이었다. 그럼에도 혜영은 당에 남기로 결심했고 정치를 계속하기로 마음먹었다. 책임감이었다. 과거로 돌아가도 정치권 입문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다고 답했다.

정의당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진보정당으로서 역할이 남았다고 믿는 시민들이 있고 시민들과 혜영이 쌓아온 신뢰가 있었다. 비록 당내 투쟁에서 그가 원한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당의 책임 있는 의원으로서 그 안에서 비전을 채워 나가야 하는 때라고 결론 내렸다.

엄혹한 정치 현실을 체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패배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의원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는 것이다. 양극단의 대결 정치에선 희망은 제3정당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기득권이 스스로 변화하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혜영은 약자의 권리를 아무렇지 않게 짓밟는 퇴행 속에서도 다원화되고 함께 존중하며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는 정치인이 있다는 걸 보여줄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권을 빼앗긴 일제강점기 시대에도 독립을 꿈꾼 정치인이 있었고, 독재 시기에도 독재를 끝내야 한다는 꿈을 가지고 활동한 정치인이 있었다. 혜영은 그들처럼 사람들 마음속에 꿈과 희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치를 꿈꾼다.

혜영은 서울 마포을 지역구에서 재선에 도전한다. 녹색정의당의 존재 이유를 시민들에게 재차 설득하는 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임하는 각오는 정치에 입문할 때와 같다. 미래를 갖고 싶어서 정치를 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장혜영 정의당 의원. 2024.01.22 lee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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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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