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사우디 이집트 이스라엘 방문하며 휴전 중재
전후 2국가 체제, 사우디-이 수교 밑그림도
친이란 무장세력 공격해도 확전 않겠다는 설명도
美의 중동 재편을 위한 두마리 토끼 잡기 주목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5번째 중동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한 블링컨 장관은 이집트, 카타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을 잇달아 방문한다.
이번 방문은 미국이 친이란 무장세력들에 대한 본격적인 군사 보복 공격에 나선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
이때문에 미국이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휴전과 전후 처리까지 구체화하는 동시에,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무장세력에 대한 무력 응징을 통해 이란을 견제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에 국제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우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과 인질 석방,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 문제 등을 집중 논의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공항에 도착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차례로 순방하는 사우디와 이집트, 카타르는 모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현재 중재국 정부들과는 대체적인 휴전과 인질 석방 교환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가 100여명에 이르는 인질을 석방하는 대가로 이스라엘은 60일 정도의 휴전과 팔레스타인 포로 상당수를 석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극우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측에 인질 석방과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를 위해 일정 기간의 휴전을 수용하도록 압박해왔다.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개전 초기 이스라엘에 대한 일방적 지지에 불만을 품고 이탈하고 있는 미국 내 아랍계 및 진보 성향 지지층의 표심까지 고려한 행보다.
한편 하마스는 전면 휴전을 요구하며 아직 중재안에 확답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러졌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순방을 통해 기존 중재안을 토대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요구를 일부 반영해가며 최종 타협안을 도출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이와 함께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이후 팔레스타인 지역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밑그림도 그리고 있다. 이는 전후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와 이스라엘이 공존하는 이른바 '2국가 해법'과 중동의 맹주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성사시키는 것을 골자로 삼고 있다.
중동 전문가들은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배경에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막으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블링컨 장관이 이같은 중재 노력과 함께 중동 국가들에게 미국이 친이란 민병대에 대한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을 중동 지역에서의 전투 확대로 해석하지 말라고 설명할 예정이라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이 예멘의 후티 반군과 이라크, 시리아 지역의 친이란 반군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는 것은 미군과 역내 안정을 위협하는 이들의 군사 역량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일 뿐, 이란과의 전면전 등 중동 전체로의 확전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란 의미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4일 블링컨 장관의 중동 방문과 관련, "미국이 중동을 재편하기 위한 노력으로 외교와 군사 행동을 병행하고 있다"면서 바이든 정부가 중동의 외교적 난제를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