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개성에 아사자' 사실상 인정한 김정은..."공단 도둑가동으로 생존 모색"

기사입력 : 2024년02월01일 11:07

최종수정 : 2024년02월01일 11:07

"개성시 자체로 살아나가게 도와야"
10년 내 지방공장 200개 건설 밝혀
김일성의 지방발전 구상까지 비판
"핵・미사일에 탕진" 지적 나와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이 김정은의 지방 산업발전 구상인 '20×10' 정책 띄우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노동신문 등 관영 선전매체를 총동원한 것은 물론이고 최측근인 조용원 노동당 조직담당 비서를 책임자로 하는 중앙추진위원회까지 만들었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20 승(乘) 10'으로 북한이 부르는 이 정책은 해마다 20개 군에 공장을 지어 10년 동안 200개 지방공업 생산시설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현 시기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데서 중요한 문제는 수도와 지방의 차이, 지역 간 불균형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0 정책'을 제시하면서 "전국 인민들의 초보적인 물질문화 생활수준을 한 계단 비약시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 중 눈길을 끈 건 "개성시가 자체로 살아나갈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지난해 2월 대통령실과 통일부는 "개성에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정보판단을 밝혔다.

북한 지역에서 비교적 살만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개성에서 굶어죽는 일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는 발표에 발끈하고 나설만한 일이었지만 대남 비난 전담역을 맡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물론 관영 매체들은 함구했다

그런데 1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직접 연설을 통해 개성 지역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셈이다.

한때 북한에서 그나마 살림형편이 나은 편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개성공단 가동 시에는 125개 우리 기업에서 5만3000여명의 근로자가 일하게 되면서 혜택을 누렸던 개성지역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정은은 62년 전 열린 창성연석회의까지 소환해 북한의 그간 지방발전 추진 실태에 비판을 가했다.

그는 "우리 일꾼(간부를 의미)들의 그릇된 관점과 태도로 인해 수많은 인민적 시책, 당 정책들이 결정서나 방침문서의 글줄에만 남고 지방인민들의 실질적인 생활수준에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이룩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창성연석회의는 김정은의 할아버지인 김일성이 주도한 지방 당 및 경제일꾼 회의다.

1962년 8월 7일부터 이틀간 평안북도 창성군에서 열린 이 회의에서 김일성은 '군(郡)의 역할을 강화하며 지방공업과 농촌경리를 더욱 발전시켜 인민생활을 훨씬 높이자'는 제목의 연설을 했고, 창성군을 지방경제 발전의 모범을 제시하기도 했다.

북한은 김일성이 100차례나 이곳을 찾았다고 선전해왔고, 김정일도 창성군을 본보기로 지방공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불길을 지폈다고 찬양했다.

김정은의 발언은 노동당 간부들을 질타하는 듯한 내용이지만 크게 보면 김일성・김정일의 지방발전 구상이나 추진상황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성격도 드러난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움직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3대헌장기념탑 철거 조치 등에서 볼 수 있듯 김정은이 선대 수령이자 할아버지・아버지인 김일성・김정일의 유산(legacy)에서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서울=뉴스핌] 북한이 김정은의 지방공업 발전 정책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선전 포스터. 해마다 20개 군에 지역 특색에 맞는 공장을 10년 간 짓는다는 구상이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4.02.01

문제는 김정은과 노동당이 지방경제 발전과 관련해 별다른 지원책이나 방도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최근 조업한 강원도 김화군의 지방공업 공장을 사례로 들면서 "시・군들에서 지방공업 공장들을 현대적으로 건설하고 자체의 원료에 의거해 생산을 정상화 할 것"을 강조했다.

또 "경제적 조건을 구실로 지방공업 발전을 위한 중대조치를 취하지 못할 아무런 근거나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공장이나 생산시설 건설에 필요한 비용이나 원료조달 등을 모두 자체적인 힘으로 해내라는 지시인 셈이다.

김정은은 집권 13년 차에 접어든 자신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집착과 도발로 체제 내부의 자원이 고갈되고 민생을 챙기기 위한 여력이 소진된 점이나 대북제재를 자초함으로써 빚어진 문제점 등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김정은의 이번 지방공업 발전 구상은 기시감이 있다.

그는 이미 집권 초기인 2013년 3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각 도를 자체의 실정에 맞는 경제개발구를 내오고 특색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언급한 뒤 같은 해 11월 13개 지방급 경제개발구를 지정하기도 했다.

이어 2017년 12월에는 평양에 강남경제개발구를, 2021년 4월에는 함북 무산에 무산수출가공구를 지정하는 등 경제특구와 경제개발구를 23개나 만들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신형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노동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왼쪽은 김명식 해군사령관. [사진=노동신문] 2024.01.29

김정은이 연초부터 '20×10 정책'을 들고 나온 건 한국이나 중국, 동남아・유럽 등지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를 유치해 지역 특성에 맞춘 거점특구를 만들겠다는 기존 구상이 핵과 미사일 도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외면 때문에 사실상 무산되면서 자력갱생식 지방발전 쪽으로 방향을 고쳐 잡은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개성지역의 경우 김정은이 각별한 관심을 보인만큼 시범적 차원에서 지방공업 형태의 공장건설이나 생산시설 가동이 이뤄질 수 있다.

특히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의 한국 기업 설비나 생산라인을 이용하는 방법을 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2016년 2월 가동 중단에 들어간 개성공단 한국 측 공장에 무단으로 침입해 의류 등을 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30개 기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관계를 적대(敵對)로 몰고 가며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이 김정은이 지방발전 구상을 이행하기 위해 개성공단 내 한국 기업의 자산을 도둑 가동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yjle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돌연 취소된 '2+2 통상협상' 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5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 대표단에 '양해'의 뜻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외교상 결례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미뤄야 했던 배경에는 한국 협상단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경 이메일로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취소를 통보 받았다. 이날 오전 구 부총리는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당시 인천공항 대기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이 같은 사실을 오전 9시 30분께 언론에 공개했고, 구 부총리는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오전 9시 50분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회의가 취소가 된 배경에 대해 기재부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한 일정'에 대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측이 이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 관련 구체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과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등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스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난다. 하지만 양국 경제·통상 수장이 구체적 이유 없이 협의를 돌연 취소한 배경으로 한미간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 아니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지만, 고위급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1000억달러(약137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보다 먼저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5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약속하고 미국과의 상호관세 15%부과에 합의했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다만 한국 정부가 제시할 투자 규모에 미국 정부가 만족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일본 대표단과의 협상 사진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미 투자액을 상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액이 나온다. 애초 일본이 제시한 투자액 4000억달러는 펜으로 그어져 있고, 그 위에 5000억달러라는 숫자가 써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일본의 대미국 투자액은 5500억달러라고 공개했다. 협상액보다 500억 달러가 높아진 셈이다. 촉박한 협상 일정을 무기 삼아 미국이 비관세 영역도 손보려는 의도가 아니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25년 미국 무역대표부의 비관세 장벽 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방산·통신·원전 분야를 지적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과 통신은 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라는 측면에서 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07-24 18:42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