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연말·연초 한반도는 군사적 위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남북이 9·19 군사합의를 무효화한 뒤 북한은 사흘 연속 포사격 도발하는 등 군사적 실행에 옮겼다. '적대 행위 중지 구역'은 이로써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한반도 어디에도 이제 안전지대는 없다. 남북 간 적대적 긴장과 우발적 충돌 위기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우려스럽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노동당 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다. 더 이상 우리나라를 통일이나 평화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적대시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10일 "전쟁 피할 생각 없다", "대한민국 초토화"라는 표현도 썼다. 경색 국면이 이어지다 윤석열 정부 들어 9·19 군사합의 파기에 이르는 등 악화해 온 남북관계의 결과이기도 하다.
박성준 정치부 기자 |
안보 위기가 일상이 돼버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해법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다. 일촉즉발의 충돌이 발생해도 '강 대 강' 대치 말고는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평화를 위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대응 외에 무엇을 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그래야 '힘에 의한 평화'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군사지역에서 충돌이 발생한다면 인근 주민들은 직접적인 위험에 노출된다. 관광지를 포함한 지역 경기가 침체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를 해소할 구체적인 방안도 내놔야 한다. 아무리 안보가 튼튼해도 '강 대 강' 대치 국면에서 국민은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발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북한의 '두 국가' 관계 공식화는 신냉전 구도에 편승해 핵무장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의도하는 긴장 조성에 일일이 맞장구쳐줄 필요가 없다. 지금 필요한 건 정교한 분석과 절제된 행동이다. 도발 시 단호한 대응은 필요하지만, 오히려 이런 대응이 북한의 노림수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북한의 위협이 거세질수록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신중한 대책이 중요하다. 한·미·일 공조, 대북 강경책만으로는 위기관리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반도 평화는 절대적인 지상과제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한반도에서 평화보다 큰 힘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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