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올해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중국 경제가 내년에는 더욱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미국 CNN 방송이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부동산 위기·부진한 소비·높은 청년 실업률 등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올해 성장 목표인 5% 내외를 달성할 것이라고 다수 경제학자들은 전망한다.
다만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10년 간의 평균 성장률 6% 이상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며, 내년은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향후 수십 년간 침체를 보일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1991~20211년 연평균 10.5%에 달하는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며 경제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2021년 시진핑(習近平) 집권 뒤 10년 간의 연평균 성장률은 6.7%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거시적 측면에서 구조 개혁에 실패한 것을 성장 동력 약화의 원인으로 분석한다.
미국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의 데릭 시저스 선임 연구원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정권은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성장 촉진을 위해 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했다"면서 "그러나 시진핑 정권은 통제 어려움을 의식해 구조적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민간연구소 로듐그룹의 로건 라이트 중국시장 조사국장도 "중국 경제의 둔화는 구조적인 것"이라며 "과거 10년 간의 전례 없는 신용과 투자의 확대가 끝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금융 시스템이 전년도와 같은 수준의 신용 성장을 창출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 방향에 대한 통제력이 과거보다 훨씬 약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엄격한 봉쇄와 규제로 대표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도 주장한다. 경기 전망이 악화하고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올해 소비자물가가 약세를 보이며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등 대형 부동산 업체들의 연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에 빠지는 부동산 위기가 금융권 전반으로까지 확산한 것, 3년 간의 팬데믹 기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지출 및 토지 거래 감소로 지방정부가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점, 청년실업률이 치솟은 것이 중국 경제 회복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언급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 기업들은 강화된 감시를 두려워하며 중국에서 철수하기 시작했고, 외국인 투자금도 중국을 빠져나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분기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998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상하이 소재 미국 상공회의소가 9월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5년 사업 전망을 낙관한 응답자는 52%에 그쳤다. 이는 설문 조사가 시작된 1999년 이후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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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잃어버린 20년' 중국서 재현?
일각에서는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한다. 일본이 1998년대 초 부동산 거품 붕괴 후 성장 정체와 디플레이션에 빠졌던 것을 의미하는 '잃어버린 20년'이 중국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시저스는 "남은 2020년대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같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 경제 성장률은 '제로(0)'%는 훨씬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의 장기적인 문제로는 인구 구조가 지목됐다. 지난해 중국 인구는 14억 1100만 명으로 1961년 이후 처음 감소세를 보였다.
인구 규모는 경제 성장 잠재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동력 공급 감소와 의료 및 사회 지출 증가로 재정 적자가 늘어나고 부채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또한 인구가 감소하면 저축이 줄어들이 이자율 상승 및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주택 수요가 감소하면 부동산 경기 회복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시저스는 "2040년대에는 인구 감소로 총성장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급격한 정책 변화가 없다면 중국 경제 반등은 없을 것이고, 2030년대는 2020년대보다 더 나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 정부가 내년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또 한 번 5% 내외로 제시할 것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에 대해 CNN은 '야심찬 수치'라고 평가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줄리안 에반스-프리처드(Julian Evans-Pritchard) 중국 경제 책임자는 "정책 입안자들은 약간의 부양책과 분위기 전환을 통해 경제가 더 강한 길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며 "야심찬 성장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자신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경기 둔화는 수요 측면의 부양책이나 기타 신뢰 강화 조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순환적 약세보다는 생산성과 소득 증가의 구조적 하락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국 경기 둔화가 본질적이고 구조적으로 쉽게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을 관리들이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시저스는 "중국 정부가 차입 확대 같은 오랜 메뉴얼에 의지한다면 내년 경제는 촉진할 수 있지만 이것은 '치료제'가 아닌 경제적 '진통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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