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정치 통일·외교

속보

더보기

[탈북민 정착스토리]⑨ 내 인생 사전에 '포기'는 없다...최명애 우리승진식품 대표

기사입력 : 2023년12월20일 17:52

최종수정 : 2023년12월20일 17:52

먹고 살려 압록강 건넜다가 한국행
천신만고 끝 고추냉이 총판 맡아
325개 대리점 관리하며 수완 발휘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탈북민 최명애 씨는 사업수완으로는 둘째가면 서러울 어엿한 사장이다. 횟감의 맛을 더해주는 '와사비(고추냉이)'를 제조・유통하는 우리승진식품의 서부·경남 총판으로 우뚝 자리했고, 사업 5년 차인 현재 325개 대리점들을 총괄해 관리하고 있다.

이런 성공 뒤에는 생사를 넘나든 정체절명의 순간과 고난이 자리하고 있다. 최 대표의 고향은 황해남도 해주다. 1990년대 중반 수 백만 명이 굶어 죽었다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먹고 살기 위해 발을 들여놓은 장사가 그의 운명을 뒤바꾸어 놓았다.

[서울=뉴스핌] 한국 정착에 성공해 여엿한 기업인으로 자리한 최명애 우리승진식품 대표. [사진=남북하나재단] 2023.12.20

평안남도에는 유명한 제약공장이 있는데 그 곳에서 약을 받아 양강도로 가져다 파는 장사였다. 1998년 어느 날 그는 넘겨받은 약을 가지고 혜산으로 장사를 떠났다.

그가 막 거래를 시작하는 순간, 어디선가 '비사회주의 구루빠(각종 비사회주의 행태나 부정부패를 단속하기 위한 특별단속반)'가 들이닥쳤고 현장에서 꼼짝없이 물건과 돈을 빼앗기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차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다가 주머니에 있던 몇 푼 안 되는 여비마저 도둑맞았다.

궁지에 몰린 그는 결국 중국에 가서 몇 달만 일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브로커의 말에 중국행을 택했다. 하지만 압록강을 건너 중국 땅에 발을 들여 놓자마자 변방대(변방을 지키는 군대)에 발각되고 말았다.

같이 간 일행들은 살기 위해 뿔뿔이 도망쳤고, 그는 남은 한 사람과 함께 죽기 살기로 뛰어 수풀 속에 몸을 숨겼다. 숨도 못 쉬고 납작 엎드려 있던 그들은 새벽이 되어서야 살금살금 그곳에서 기어 나왔다.

◆탈북 후 중국 은신해 한국기업 취업하면서 한국행 길 열려

옷이 다 젖어 춥고 배고팠지만 잡히는 것이 두려웠던 그들은 무작정 산길을 타고 정신없이 걸었고 가다가 배고프면 옥수수밭에 들어가 생옥수수를 씹어 먹었다.

다행히 그는 길에서 착한 중국인 여인을 만났고 그는 그 여인의 양딸이 되어 양어머니집에서 살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을 따라 잣 따는 일도 하고 장사도 하면서 돈을 벌기도 했지만 고향으로 돌아갈 길은 보이지 않았다.

2008년, 체포될 위험이 큰 시골을 떠나 큰 도시로 가 안전하게 살라는 양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10년간 살아 온 압록강 산골짜기를 떠난 그는 산둥성 청도에 있는 한국회사에 들어가 그곳에서 창고관리를 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청도에는 한국회사가 많이 있었는데 근처 회사에서 식당 일을 하던 탈북 여성과 가까이 지내게 되었고 어느 날 그녀가 한국으로 떠난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신분증이 있어도 탈북민이라는 것이 들통나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던 그 역시 2014년 한국행을 결심한다.

[서울=뉴스핌] 탈북민 출신 기업인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과 기부를 이어가고 있는 최명애 우리승진식품 대표. [사진=남북하나재단] 2023.12.20

2015년 2월 하나원을 수료한 최 대표가 처음 시작한 일은 사과 농사였다. 경남 사천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최 대표는 사과농장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된 노부부의 도움으로 600~700평 되는 사과 농장을 품앗이 형식으로 시작했다.

그의 노력으로 사과 농사는 해마다 풍년이 들었고, 일 잘하는 탈북민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하지만 3년이 되던 해 무릎 연골이 파열되면서 농사일을 그만두어야 했다.

사과 농장을 그만둔 최 대표는 충남 아산에 있는 와사비 생산업체인 우리승진식품에 입사했다. 직원들은 대부분 30년 가까운 경력자들이었고 텃세도 심했지만 최 대표는 끈질긴 노력과 근면성으로 한 달 만에 와사비 뽑는 기계에 앉을 수 있는 자격을 받았다고 한다.

너무나도 열심히 일했던 탓이었던지 그의 건강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고, 다시 경남 사천으로 돌아와 틈틈이 공부해서 따 놓았던 요양보호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한 지 며칠 후 아산의 우리승진식품 대표로부터 사천에서 대리점을 운영해 달라는 제안을 받게 되었다.

최 대표가 야심차게 시작한 대리점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대리점을 하려면 인맥이 중요한데 사천에는 그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방문 업체 설거지·서빙 해주며 친분 쌓아 사업확장

이런 형편에서 그가 처음으로 했던 일은 와사비 제품을 가지고 무작정 횟집마다 들어가 상품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겨우내 동면시킨 와사비 뿌리를 갈아 만드는 생와사비 특유의 매운맛이 횟감의 맛을 더 잘 살려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횟집 사장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상품이 좋다고 쉽게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다. 바닷가 사람들은 거친 파도와 싸우면서 사는 지역 특성상 남을 쉽게 믿거나 친해지지 않는다.

최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찾아가 바쁜 시간에는 설거지도 도와주고, 서빙도 해주면서 그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직설적인 말투와 솔직담백한 성품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거래처도 점차 늘어났다. 지금도 그는 물건을 납품하러 갔다가 일손이 달리면 그냥 나오는 법이 없이 바쁜 몫을 해결해 주고서야 떠나는 의리파다.

성실한 노력으로 그는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서부·경남 총판으로 우뚝 올라섰고, 5년 차 현재 325개 대리점들을 관리하고 있다. 본사에서는 연말이 되면 전국 대리점 대표들을 초청해 송년회를 진행하는데 인기를 독점하는 사람이 바로 최 대표다.

하지만 그에게도 극단적 선택을 떠올렸던 절박한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운전면허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제품 배송을 위해 기사 한 명을 채용했는데,

직원이 영업은 뒷전인 채 월급 타령만 했고, 어쩌다 발주가 들어와 반가운 마음에 그를 찾으면 차가 막히는 시간이라 안 가겠다고 버티곤 하였다.

·들어오는 수입은 없고 나가는 돈은 매월 꼬박꼬박 수백만 원씩이니 이대로 가다간 대리점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할 것만 같았다. 절망의 막바지까지 갔던 그를 다시 돌려세운 것은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보고야 마는 그의 악바리 정신이었다.

낮에는 영업하러 다녔고 저녁에는 학원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주말은 자동차학원에 다녔다. 운전면허증을 딴 날 바로 중고차를 사서 직접 운전하면서 대리점을 살려냈다.

또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대리점을 시작해 얼마 안 되던 시기에 업체에 납품해야 할 제품에 착오가 생겼다. 거래처에 미리 사정을 설명하고 2일 후 물건을 싣고 갔지만 거절당했다.

납품이 무산된 그는 많은 사람 앞이었지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고 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인내심 있는 설득에 업체 사장님도 마음을 돌려 납품을 받아 주었다고 한다.

최 대표가 살아온 삶을 들여다보면 남을 배려하고 도와주는 것이 몸에 밴 습관처럼 되어 있다. 그와 거래업체는 가족이라고 할 정도로 서로 상생하는 관계로 이어져 있는 것이 느껴진다.

바쁜 일정에도 월 2회 요양원과 복지관을 돌면서 급식 봉사활동과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최 대표는 그가 봉사를 시작한 이유를, 두고 온 자식들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 결국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함 때문이라고 했다.

늘 강인하고 당당했던 그였지만 아들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눈물을 쏟아낸다. 자식 앞에서는 끝없이 연약해지는 것이 아마도 어머니일 것이다.

대리점 총판이 된 오늘날도 초심을 잃지 않고 벌어들인 수입의 일부를 대한적십자사에 월 13만 원씩 기부한다.

있어서 기부하고, 남아서 주는 것이 아닌 나누는 것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최 대표. 그는 자신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갈 곳이 있고, 중년 나이에도 할 일이 있다는 게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이야기한다.

<남북하나재단·뉴스핌 공동 기획>

yjle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강릉 옥계항 코카인 추정 마약 대량 적발 [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관세청과 해양경찰청이 강릉 옥계항에 입항하는 외국 무역선 선박을 수색애 코카인으로 의심되는 마약을 대량 적발해 조사 중이라고 2일 밝혔다. 전날 두 기관은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수사국(HSI)으로부터 A선밖에 마약이 숨겨져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A 선박은 벌크선으로 3만2000톤이며, 승선원 외국인은 20명이다. 관세청과 해양경찰청이 강릉 옥계항에 입항하는 외국 무역선 선박을 수색해 코카인으로 의심되는 마약을 대량 적발했다. [사진=관세청] 2025.04.02 100wins@newspim.com 두 기관은 합동 검색작전을 수립하고, 선박의 규모가 길이 185미터(m)인 점과 검색 범위 등을 고려해 서울세관·동해해경청 마약 수사요원 90명 및 세관 마약탐지견 2팀 등 합동 검색팀을 구성했다. 검색팀은 2일 오전 6시 30분 옥계항에 긴급 출동해 A 선박이 입항한 직후 선박에 올라타 집중 수색을 실시했다. 수색 중 검색팀은 선박 기관실 뒤편에서 밀실을 발견했고, 집중 수색 결과 개당 약 20킬로그램(kg) 전후 마약으로 의심되는 물질이 담긴 박스 수십 개를 발견했다. 검색팀이 간이시약으로 검사한 결과 코카인 의심 물질로 확인됐다. 정확한 중량은 하선 이후 정밀 계측기를 통해 측정하고 마약 종류는 국가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확인할 예정이다. 앞으로 관세청과 해경청은 합동수사팀을 운영해 해당 선박의 선장 및 선원 등 20여명을 대상으로 밀수 공모 여부와 적발된 마약의 출처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국제 마약 밀매 조직과의 연관성도 고려해 미국 FBI와 HSI 등 관계 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100wins@newspim.com 2025-04-02 17:57
사진
재주는 트럼프가, 돈은 브라질이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공세로 글로벌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브라질이 주요 승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대중(對中) 관세에 맞서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 관세를 매기며 대체 수입처로 브라질을 주목하고 있다. 수출입 컨테이너 [사진=블룸버그] 중국 가공업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하기 전부터 브라질산 대두를 비축하기 시작했고, 올해 1분기 필요한 물량의 거의 전량을 브라질에서 조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4% 수준이었던 브라질산 비중과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다. 가격도 상승세다. 상파울루대학 산하 연구기관 세페아(CEPEA)에 따르면, 브라질 항구에서 선적되는 대두의 프리미엄은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10% 관세를 발표한 직후 일주일 동안 약 70% 급등했다. 3월 선적 기준으로는 부셸당 85센트를 기록해 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닭고기와 달걀 수출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다. 브라질의 가금류·돼지고기·달걀 수출업체를 대표하는 브라질동물단백질협회(ABPA)의 히카르두 산틴 협회장은 올해 들어 브라질의 닭고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달걀 수출은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브라질은 미국과 달리 조류 인플루엔자를 겪고 있지 않아, 안정적인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미국산 닭고기에 1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브라질산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브라질과 중국의 교역 관계는 최근 수년 빠르게 확대됐다. 중국은 2009년에 미국을 제치고 브라질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부상했다. 쇠고기, 철광석, 석유 등 자원이 풍부한 브라질은 중국의 막대한 수요에 맞춰 수출을 확대해 왔고, 중국은 브라질의 인프라 건설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브라질 전체 전력 공급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항만과 도로, 철도 등 주요 기반 시설 건설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브라질은 미국 시장에서도 수출 확대 가능성을 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주요 신발 수출국인데,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아시아를 제외하고 최대 신발 생산국인 브라질이 그 자리를 일부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다. 하롤두 페헤이라 브라질 신발산업협회(Abicalçados) 회장은 "브라질산 제품에 별다른 관세가 없다면, 미국 수출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무역전쟁 국면에서 오히려 특수를 누릴 것이라는 기대는 브라질 증시에도 훈풍으로 작용했다. 올 들어 브라질 증시는 9% 넘게 오르며 뉴욕 증시를 아웃퍼폼하고 있다. 올 들어 브라질 증시는 9% 넘게 상승, 연중 5% 가까이 하락한 뉴욕증시의 S&P500 지수와 대조를 이룬다 [사진=koyfin] wonjc6@newspim.com   2025-04-02 15:3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