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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형제의 난' 케이스로 본 재계 형제간 분쟁사

기사입력 : 2023년12월06일 17:10

최종수정 : 2023년12월06일 20:19

형제간 법정 다툼, 그룹 이미지 실추·신뢰 하락
오너가 갈등으로 경쟁력 약화, 그룹 해체까지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자산 10조4000억원으로 재계 40위권인 한국타이어의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가운데 그동안 재계에서 끊임없이 반복됐던 '형제의 난'이 관심을 받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그동안 많은 기업에서 후계자 선정을 기점으로 형제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같은 형제 갈등은 대부분 법적 분쟁까지 이어졌고, 그룹의 이미지 실추와 주주의 신뢰 상실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져왔다.

한국앤컴퍼니가 약 3년 만에 형제갈등에 휩싸였다. [사진=한국타이어 제공]

한국타이어는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고문이 차녀인 조희원 씨 및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를 대상으로 경영권을 노린 공개 매수에 나서겠다고 해 파문이 일었다. 

지난 2020년 조 명예회장이 현재 조현범 회장에게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을 넘겨준 것에 조 고문과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등이 반발하면서 불거졌던 1차 경영권 분쟁이 2021년 조 고문의 경영 일선 퇴진으로 마무리되는 듯 보였지만, 조 회장의 사법 리스크 속에 다시 3년 만에 재점화된 것이다.

업계는 전기차 시대로의 대전환 속에서 과감한 투자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서 재점화된 형제 갈등이 한국타이어의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재벌가의 형제 갈등은 한국타이어 만의 일이 아니다. 현대가와 삼성가부터 롯데, 한진, 금호, 두산, 효성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내로라 하는 기업들에서 모두 벌어졌다.

이같은 경영권 갈등은 해당 기업에게 큰 악재로 작용했다. 최악의 경우 그룹 해체까지 이어졌다. 형제 갈등의 당사자들이 "허망하다"며 후회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주요 그룹마다 이같은 갈등은 되풀이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故 정몽헌 회장 20주기 추모행사 모습.[사진=현대그룹] 2023.08.04 dedanhi@newspim.com

◆2000년 현대그룹 왕자의 난, 10년 넘게 이어져

지난 2000년 현대그룹의 이른바 '왕자의 난'은 당시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현대그룹은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선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후 차남인 정몽구·5남인 고(故) 정몽헌 형제의 공동 회장제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이들이 정몽헌 전 회장의 측근인 이익치 당시 현대증권 회장 인사를 두고 격돌했다.

정몽구 명예회장 측이 이 회장을 고려산업개발 회장으로 인사 발령하자 정몽헌 전 회장은 정 선대회장을 찾아 이를 뒤집었다. 정주영 선대회장이 사장단 회의에서 정몽헌 전 회장을 경영자협의회의 단독회장으로 천명하면서 경영권 갈등은 마무리됐지만 상처는 오래 남았다.

이 사건으로 결국 정몽구 명예회장은 그룹의 핵심인 현대기아차를 계열 분리하면서 나갔고, 정몽헌 전 회장은 현대건설과 현대상선 등 주요 계열사를 대부분 차지했지만, 경영난으로 그룹이 공중 분해됐다. 이 과정에서 형제의 난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정몽헌 전 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후 현대가는 정몽헌 전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회장과 정상영 KCC 명예회장 간 '시숙의 난' 등 가족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현대가의 형제 갈등은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그룹 등 현대가의 계열 분리로 마무리됐다.

이건희 삼성 전 회장과 이맹희 전 CJ명예회장 [사진=뉴스핌 DB]

삼성도 CJ와 해묵은 갈등, 이재용 회장 대에서 마무리

대한민국 1등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도 CJ와의 해묵은 갈등을 벌였다.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후계자를 장남인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대신 3남인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으로 일찌감치 결정해 후계 과정에서는 별다른 잡음이 없었다.

하지만 1993년 이맹희 명예회장과 아들인 이재현 회장은 CJ그룹(당시 제일제당)을 삼성으로부터 계열 분리해 나갔고, 이후 삼성과 CJ간 갈등이 시작됐다.

1995년 삼성이 이재현 회장의 이웃집 옥상에 CCTV를 몰래 설치해 감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2008년에는 삼성그룹에 대한 특검 조사 과정에서 이건희 선대회장이 창업주로부터 상속받은 4조5000억원 규모의 차명 주식이 드러나면서 형제 갈등은 폭발했다.

이맹희 명예회장과 차녀인 이숙희 씨, 차남인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그룹 회장의 며느리 등 일부 공동 상속인들은 이건희 선대회장을 상대로 2012년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명예회장은 7100억원, 이숙희 씨는 1900억원, 이창희 전 회장의 며느리는 1000억원 규모였는데 재판부는 이들 공동 상속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건희 선대회장과 이맹희 명예회장 간 가시 돋힌 설전이 오가는 등 형제 갈등이 커졌다. 2012년에는 CJ측에서 삼성물산 직원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고 경찰에 고소한 사례도 있었다.

결국 소송은 이맹희 명예회장의 상고 포기로 마무리됐고, 이후에 있었던 이재현 회장의 횡령 혐의 재판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어머니인 홍라희 여사가 탄원서를 내는 등 삼성가 갈등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사진=뉴스핌DB]

롯데, 창업주 형제 갈등 대 이어 신동빈-신동주 분쟁

롯데는 창업주 대에서의 형제 갈등이 대를 이어 내려왔다. 롯데의 창립자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사업을 일으킨 후 한일 수교 이후 국내에서 형제들과 회사를 키웠다. 그러나 이후 형제들과 사업 방향에 대한 이견으로 심각한 갈등을 벌였다.

농심의 창업자인 고(故) 신춘호 전 농심회장이 대표적이다. 형제 중 삼남인 신춘호 전 회장이 라면 사업을 하겠다는 구상에 대해 신격호 명예회장이 끝까지 반대하면서 형제간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이 일로 두 형제는 선친의 제사마저 따로 지낼 정도로 사이가 나빠져 신춘호 전 회장은 2020년 1월 신 명예회장이 별세했을 때도 빈소를 찾지 않았다.

4남이었던 신준호 푸르밀 전 회장도 신격호 명예회장과 서울 양평동 부지의 실질적 소유권을 놓고 소송전을 벌였다. 신준호 전 회장은 소송전에서 패배했고, 2007년 계열 분리를 통해 나갔다.

형제 갈등은 대를 이었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롯데회장과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간 갈등이었다. 신동주 회장은 지난 2015년 1월 롯데그룹의 모든 보직에서 해임된 이후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신동주 회장은 총 8차례에 걸쳐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신동빈 회장의 해임 안건을 올리거나 경영 복귀를 시도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신동주 회장은 지난 2022년 국내의 롯데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신 회장이 여전히 일본 롯데의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 복귀에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 사장 [사진=뉴스핌DB]

한진그룹도 대 이은 갈등...형 사망 후 "허무하다" 후회도

대를 이은 경영권 갈등은 롯데그룹 만의 일이 아니다. 한진그룹은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이 지난 2002년 별세하면서 고(故) 조양호 전 회장에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을 물려줬고, 차남 조남호 회장에 한진중공업, 3남 조수호 회장에는 한진해운, 4남 조정호 회장에 메리츠금융을 물려줬다.

그러나 조남호·조정호 회장이 조중훈 회장의 유언장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 형인 조양호 전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청구하면서 형제간 법정 다툼이 벌어졌다. 소송은 조양호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후 형인 조양호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나자 조남호 전 회장과 조정호 회장은 형제간 다툼에 대해 허무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갈등은 3세로 이어졌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체제에 반기를 든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은 현재 한진그룹 운영이 아버지인 조양호 회장의 뜻인 가족경영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고 공격했다.

조 전 부사장은 KCGI·반도건설과 손 잡고 경영권 확보에 나섰지만, 2021년 조원태 회장의 승리로 귀결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오른쪽) [사진=뉴스핌DB]

두산그룹 형제의 난, 비극으로 마무리...박삼구·박찬구 형제 갈등 금호아시아나, 그룹 해체로

두산그룹의 형제의 난은 또 다른 비극으로 마감됐다. 두산은 고(故) 박승직 창업주와 고(故) 박두병 전 회장에 이어 고(故) 박용곤·고(故) 박용오·박용성·박용만 회장 등 형제들이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는 보기 드문 '형제 경영' 체계였다.

문제는 지난 2005년 발생했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추대된 후 박용오 전 회장이 반발했다. 박용오 전 회장 측은 동생인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주 두산부회장 등이 20년 동안 100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이후 박용오 전 회장은 가문에서 제명됐다. 박 전 회장은 지난 2009년 성지건설이 경영난을 겪자 극단적인 선택을 해 비극적인 삶을 마감했다.

금호그룹은 형제간 고(故) 박인천 창업주 이후 장남인 고(故) 박성용 회장과 차남인 고(故) 박정구 회장, 3남인 박삼구 회장이 차례로 그룹 회장 직을 맡았는데, 박삼구 회장과 4남인 박찬구 회장의 갈등이 그룹 해체로까지 이어졌다.

박삼구 회장 주도로 인수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으로 인해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박찬구 회장은 자신이 맡고 있던 금호석유화학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계열 분리하려 나섰다. 이에 박삼구 회장이 박찬구 회장을 대표에서 해임하며 동반 퇴진하겠다고 선언했고, 이후 두 형제는 수년 간 각종 법정 다툼을 진행했다.

2011년 박찬구 전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형제 갈등은 더 심해졌다. 박찬구 전 회장은 검찰 수사 배후에 박삼구 전 회장이 있다고 했고, 박삼구 전 회장을 배임으로 고소하는 등 이후 30여건의 법정 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한 때 재계 서열 7위까지 올랐던 금호그룹은 10여 년만에 완전히 해체됐다. 금호석유화학은 계열분리됐으며 타이어와 생명, 아시아나항공은 매각됐다.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왼쪽)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뉴스핌 DB]

효성, 차남 vs 장남·삼남 갈등…檢 수사·재판 상처만 남았다

효성그룹은 조석래 명예회장과 장남인 조현준 회장, 차남인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 삼남인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의 공동체제로 운영됐지만 2013년 차남인 조 전 부사장이 형제 간의 갈등으로 회사를 떠났고 이후 형인 조 회장과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등 계열사를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이후 2016년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하며 남상태 전 사장의 연임로비에 연루된 박모씨가 효성가 형제의 난에도 관여한 사실을 밝혀내면서 조현준 회장은 2017년 조 전 부사장을 공갈미수 혐의로 맞고소했다.

조 전 부사장이 박모씨의 말을 듣고 자신의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지 않으면 형과 그룹의 위법 행위가 담긴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고 협박했다는 내용이었다.

조 전 부사장은 검찰 소환에 불응하다가 2022년 귀국해 조사를 받고 공갈 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형제 갈등의 과정에서 두 형제는 수 차례 검찰 조사와 기소를 받았으며 실제로 조 회장은 2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받고 최종심을 기다리는 등 상처만 남았다. 

이처럼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재계 형제간의 갈등은 승패와 관계없이 당사자들, 기업, 주주 등에게 큰 손실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형제간 경영권 갈등이 결국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주주들과 직원들의 신뢰를 잃는 기업으로서는 가장 큰 리스크"라며 "총수일가와 기업 이사회 등은 이같은 사안을 예방하고 해결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dedanh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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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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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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