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인옥 사회부장·부국장 = "원인 밝히면 뭐합니까. 바뀌는게 없을 텐데"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대응은 물론 사고 초반 제대로 된 원인조차 빠르게 파악하지 못했다가, 뒤늦게 파악된 원인에도 오락가락이었다.
원인을 파악하는 방식부터 대응책 마련까지 정부 역량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1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사고가 보름 사이에 행안부 전산망을 시작으로 6번이나 발생했으니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서울=뉴스핌] 박인옥 사회부장·부국장 |
행정전산망을 바라보는 IT업계의 시선은 더 냉소적이다. '터질게 터졌지만, 부품 몇개 바꾸고 봉합한다면 향후 다른 시스템에서 마비가 나올 것'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적지 않다.
이번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인 '새올행정시스템' 장애로 시작된 마비 사태는 온라인 정부 민원 서비스인 '정부24' 중단으로 이어졌다. 이후 조달청 '나라장터' 시스템 접속 중단, 모바일신분증 서비스 중단, 전자증명서 서비스 중단, 소방시스템 작동 중단 등 줄줄이 이어졌다.
특히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소방 시스템 오작동은 불안감을 키우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지 우려된다. 최근 서울종합방재센터 통신망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자동차동태관리시스템(MDT)이 90분 가량 작동을 멈췄다. MDT는 소방 신고자의 위치를 소방차에 연결해 안내하는 핵심 단말기다. 해당 문제는 빠르게 복구됐지만,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점은 표면적 문제다. 행정망 마비 사태 초반에는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고, 뒤늦게 네트워크 장비인 'L4스위치' 오류를 원인으로 지목했다가 라우터 포트 손상으로 그 원인을 바꿨다.
정부가 내놓은 해법도 이번 사태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대기업의 공공 SW 사업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방안이 그것이다. 공공SW 사업에 대기업 진출이 막힌 시점은 2012년부터다. 처음에는 대기업 진출이 막혔지만, 2020년부터는 민간투자형의 경우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이 열렸다. 대기업 참여 사업이 반드시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례도 있다.
근본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은 '가격'이다. 이번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의 원인이 된 네트워크 장비나 공공 SW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행정전산망과 같이 복잡한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지만, 재정당국의 방어 앞에서 무력화된다는 것이 IT 업계의 중론이다.
행정전산망에 대한 행안부의 역할도 되짚어 볼 필요도 있다. 예산 지원부터 관리까지 전 과정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pio12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