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2019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제1야당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선거제 개편을 강행한 것이다. 이른바 '게임의 룰'을 당사자와 합의 없이 통과시켰다는 비판이 거셌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단독처리'라는 꼬리표를 단채 탄생했다.
2023년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을 놓고 양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절반에 가까운 의원들이 '병립형 회귀'를 주장한다. 불과 4년 전 '준연동형' 단독처리를 불사했던 민주당의 패기는 온데간데없다. 그만큼 4년 전의 민주당은 성급했고 사회적 합의는 무르익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의힘이 대놓고 병립형 회귀를 주장해도 비판할 명분이 약할 수밖에 없다.
이미 민주당 지도부는 병립형 회귀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재명 당대표)·"때로는 약속을 못 지키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도부 발언은 명확한 시그널이다. 단지 발표 시점을 놓고 고민 중인 분위기다. 당장 병립형 회귀를 천명하면 당내 반발을 잠재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접어든 후 은근슬쩍 발표하는 수순이 유력해 보인다.
어차피 병립형으로 돌아갈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결단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제를 지키지 못한 점이 아니라, 2019년 선거제를 단독으로 처리한 것을 가장 먼저 사과해야 한다. 마치 연동형 비례제와 다당제는 절대선(絕對善)인 것처럼 주장하는 목소리조차 일반 국민들에겐 오만과 아집으로 읽힐 뿐이다. 본인들 단독으로 추진하고 관철하고 회귀하는 과정에서 소모된 국력은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 민주당이 단독처리라는 굴레를 벗는 순간 온전한 선거제 협상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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