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법관 기피 신청 기각되자 재항고
창원간첩단 피고인들도 잇따라 법관 기피
법조계 "전반적인 재판 지연 문제 심화"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재판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도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원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손에 꼽지만 신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판이 중단되기 때문에 이를 재판 전략으로 악용하는 추세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불법 대북송금 의혹'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최근 수원지법과 수원고법에 신청한 재판부 기피 신청이 연이어 기각되자 지난 27일 대법원에 재항고장을 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가 지난 8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재판부 기피 신청 결과가 나오려면 한 두달이 걸리는데, 법원 인사이동 시기와 겹쳐 다음 재판부가 선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조계에선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시간을 끌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창원 간첩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관계자들 또한 재판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재판부 기피 제도를 동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들은 지난 9월 10일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에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다가 기각되자 즉시항고 했다. 재판부 관할 이전과 국민참여재판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재판은 수개월째 공전 상태다.
법관기피제도는 법원의 공정한 재판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다. 형사소송법은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을 때 검사나 피고인 및 변호인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재판부 기피신청이 있을 경우 재판 지연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재판 진행을 정지하고 재판을 기피당한 법관의 소속법원 합의부에서 이를 별도로 심리해야 한다.
재판부 기피 신청 인용률은 최근 5년간 0%대에 머물고 있다. 사실상 인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셈이다. 다만 기피신청에 대한 결과를 언제까지 내야 한다는 기한은 없어 한 달 넘게 재판이 중단될 수 있다.
한 일선 부장판사는 "재판 지연이 명백하다면 재판부 기피 신청을 각하할 수 있지만, 최초 신청의 경우 심리를 통해 내용을 판단해야 한다"며 "바로 각하하면 재판부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법원의 전반적인 재판 지연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재판 지연 의도가 명백한 재판부 기피 신청은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봤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부 기피 신청이 계속 인용되면 재판부의 전반적인 재판 지연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며 "기피 근거가 합리적이라면 제도의 취지의 맞게 재판부를 바꾸는 것이 맞지만 억지스러운 근거는 배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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