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형 확정→선거법 조항 위헌 결정에 재심 청구
재심서 일부 무죄…'합헌' 확성장치 사용은 유죄
"공익적 목적의 기자회견 형식 집회 등 고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 불법 낙선운동을 벌인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이 확정됐던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재심을 청구해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3부(이의영 원종찬 박원철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안 소장의 재심에서 벌금 8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안 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 관계자 13명은 각 벌금형의 집행유예와 선고유예를, 나머지 2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기간 별다른 죄를 짓지 않으면 형을 면해주는 판결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사진=뉴스핌DB] |
안 소장 등은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4월경 당시 김진태·최경환·오세훈·나경원 의원 등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자들의 선거사무소 앞에서 현수막과 피켓, 확성장치를 사용해 낙선운동 기자회견을 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이던 안 소장은 시민단체들과 총선넷을 결성해 새누리당 또는 새누리당 탈당 무소속 후보자 35명을 집중 낙선 대상자로 선정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최악의 후보 10인'을 뽑은 뒤 이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였다.
안 소장 등은 선거관리위원회 지침에 따른 기자회견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1심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집회라고 판단, 안 소장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함께 기소된 관계자들에게도 벌금 50~2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기자회견의 형식을 빌렸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공직선거법에서 말하는 집회로 봐야 하고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공익적 목적으로 보인다며 안 소장에게 벌금 200만원, 다른 관계자들에게 벌금 30~150만원 또는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하며 일부 감형했고 대법원은 2021년 11월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안 소장 등은 항소심 재판 도중 유죄의 근거가 된 공직선거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과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자 지난해 11월 재심을 청구했다.
헌재는 지난해 7월 공직선거법 제103조 제3항 중 '누구든지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는 부분과 그 처벌조항인 제256조 제3항 제1호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또 현수막과 광고물 등 시설물 설치 금지조항(공직선거법 제90조 제1항 제1호) 및 문서·도화 게시 등 금지조항(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과 각 처벌조항에 대해서는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확성장치 사용 금지조항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91조 제1항과 처벌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했다.
재심 재판부는 "헌재의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집회 개최 금지조항, 시설물 설치 등 금지조항, 문서·도화 게시 등 금지조항은 각 소급해 효력을 상실했다"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안 소장 등 14명이 확성장치 사용 금지조항을 위반한 부분은 재심 사유가 없어 확정된 유죄 인정을 파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부적격 후보자의 당선을 막는다는 공익적인 목적 아래 각 기자회견 방식의 집회를 추진했고 법령 해석을 잘못해 일반적인 기자회견이나 집회의 경우처럼 확성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오인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그리 컸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각 집회가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이뤄진 점 등 유리한 사정을 감안해 형을 다시 정했다"고 설명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