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상장 시 기술 잠재 가치 반영
IPO 진행 중 2분기 실적 공시되지 않아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반도체 업체 파두 주주들이 파두와 기업공개(IPO) 주관사들을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예고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기술특례상장 절차 상 적법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술특례상장을 통한 IPO에서는 잠재적 가치가 더 큰 비중으로 반영된다는 이유에서다.
16일 복수 증권사와 한국거래소는 파두의 상장 과정에 대해 '절차 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창 파두의 IPO가 진행 중이던 7~8월에는 2분기 재무제표가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지난 8월 7일 서울 여의도 소재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진행된 파두의 상장기념식이 열렸다. [사진=한국거래소] 2023.11.16 stpoemseok@newspim.com |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적격성을 판단할 때는 철저히 공시주의에 기반한다"며 "영업비용이나 2분기 리스크 등을 미리 인식하지 못했냐는 비판이 있지만 공시된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실적을 미리 파악하는 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중형사 관계자도 "2분기가 끝나갈 시점에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가 작성됐기 때문에 주관사의 실사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 같다"며 "하지만 주관사 실사로 회사 세부 사항까지 알아내는 건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주관사가 공모가를 과도하게 높은 금액으로 책정했다는 지적에는 기술의 미래 가치가 포함된 수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반 IPO와 달리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활용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때는, 기술의 잠재적 가치와 해당 기술의 경제적 가치가 반영된 잠재적 실적을 반영해 공모가를 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파두는 기술의 잠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상장한 회사기 때문에 2분기 실적보다는 내후년 이후의 예상 실적이 더 크게 반영됐을 것"이라며 "파두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제작 기술은 국내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문평가기관 2곳은 파두의 낸드 플래시(NAND flash) 기술을 각각 AA와 A등급으로 평가했다. 승인 최저 기준이 BBB등급과 A등급을 받아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파두의 기술력은 충분히 잠재 가치가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한 해 동안 AA등급을 받는 기업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며 "파두 공모가가 3만원을 넘어서는 데는 매출보다는 기술의 경제적 가치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개인 투자자 측에서는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에 게재된 내용이 허위적일 수 있다며 반박했다. 박필서 법무법인 한누리 소속 변호사는 "2분기 실적을 공모가에 반영했는지 여부를 떠나서 2분기의 실적 하락을 투자자들에게 명확하게 공지했어야 했다"며 "기술의 잠재성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2분기 매출액 급감 사실을 알았다면 개인 투자자 대상 청약 과정을 넘어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자본시장법 제1항과 3항을 보면 처음 증시에 상장하는 경우, 중요사항 누락에 대해서는 더 큰 책임이 부과된다"며 "파두의 경제적 가치를 부풀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 당국은 파두의 IPO 과정에 대해 고강도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측은 "실적 급락에 대해 증권사와 사측이 알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면 이렇게 신고서를 제출했는지에 대해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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