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하 이·팔 전쟁)도 확전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되고 있다.
이·팔 전쟁이 주변 세력 개입으로 확전 될 경우 유가와 인플레이션에 이어 침체 리스크로까지 번질 것이란 우려 속에 지난 한 달 안전자산 중에서도 금과 비트코인 가격은 두드러진 상승세를 연출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지정학 리스크가 단기간에 사라지기 어렵고 높아진 침체 가능성도 당분간 안전자산 상승 흐름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쟁 리스크가 누그러지거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급격히 살아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성급한 추격 매수는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트코인 가격 1년 추이 [사진=트레이딩뷰 차트] 2023.11.07 kwonjiun@newspim.com |
◆ 금·비트코인 '반짝'인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기습 공격 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이 본격화하는 사이 10월 한 달 동안 금과 비트코인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 10월 초 1815달러 수준이던 금 가격은 한 달 사이 10달러 넘게 뛰어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섰고, 2022년 11월 이후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같은 기간 달러화 가치가 1% 가까이 떨어지고, 미국채 10년물 가격(수익률과 반대)도 역대 최악의 월간 낙폭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뉴욕증시의 경우도 10월까지 석 달 연속 월간 하락세를 기록해 안전자산과는 반대로 움직였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올해 들어 9월까지 금 800t을 매수하며 역대 최대 매입 열기를 보인 점도 금 가격 상승세에 보탬이 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매크로 변수와 별도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기대감과 내년 초 예정된 반감기 호재까지 겹쳐 10월 한 달 동안 27%가 뛰었다. 랠리에 소외될까 두려운 포모(FOMO) 투자자들의 추격 매수가 더해지면서 지난 1월 이후 가장 강력한 상승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금 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도 강세를 연출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대표적인 금 ETF인 'GLD'와 'IAU'도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11월 6일 현재까지 각각 8%, 6% 넘게 뛴 상태다.
금 ETF 성적 비교 [사진=ETF.COM] kwonjiun@newspim.com |
◆ 추격 매수는 주의해야
이처럼 잘 나가는 금과 비트코인을 아직 포트폴리오에 담지 않은 투자자들이 지금이라도 나서야 할지를 두고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우선 금의 경우 호악재가 여전히 공존하고 있어 전망이 쉽지 않은데, 이·팔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가능성과 지난주 FOMC 이후 미국채 금리 및 달러 후퇴 가능성 등은 금 값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중동 불안 속에서도 주식 시장 등 기타 리스크 자산이 다시 강세를 보인 점은 금 가격에는 부담 요소다. 또 갑작스러운 중동 정세가 안정될 경우에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
포렉스라이브닷컴 수석 외환 전략가 아담 버튼은 지난 금요일 미국의 고용 둔화가 확인되면서 연준의 긴축 종료 기대감이 커졌음에도 안전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은 점은 고무적이라면서, 지정학 프리미엄이 빠진 가격도 2000달러에 머물러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미국 금리와 달러 가치가 내려오면 수 년 간의 금 값 랠리의 재료가 될 수 있고, 따라서 시장이 연준 긴축 종료를 기대하는 것은 금 값에 호재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의 수석 전략가 마이크 맥글론은 내년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며 금 가격은 내년 최고 3000달러까지 찍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 가격 1년 추이 [사진=야후파이낸스 차트] 2023.11.07 kwonjiun@newspim.com |
비트코인도 낙관론이 신중론을 압도하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서비스 업체 매트릭스포트는 과거 가격 추이를 토대로 지금 같은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경우 산타랠리와 함께 연말 비트코인 가격이 5만6000달러선까지 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상 비트코인이 1월부터 10월까지 100% 넘게 상승했을 때 연말까지 남은 기간 65% 추가 상승할 확률이 71%이며, 올해의 경우 가격이 연초 이후 10월까지 100% 넘게 올라 과거 추이처럼 연말까지 65%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면 가격은 5만6000달러까지 오른다는 주장이다.
비트코인 채굴 스타트업 볼케이노에너지의 공동 창립자이자 암호화폐 전문가 맥스 카이저 역시 비트코인은 사회가 불안한 상황일 때 가치가 더 오른다고 강조했고, 캐프리올 최고경영자(CEO) 찰스 에드워즈도 "명목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글로벌 긴장 및 전쟁 소식이 넘치는 가운데 (블랙록과 같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이 '안전 도피처'라고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도 무분별한 추격 매수는 주의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암호화폐 투자 회사 캐프리올 인베스트먼트 창립자 찰스 에드워드는 "현재 비트코인 선물 시장이 과열 상태"라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