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정지영 감독의 신작이자 설경구 주연의 영화 '소년들'이 1999년에도 벌어졌던 끔찍한 누명과 인권유린 사건의 재심을 들여다본다.
23일 영화 '소년들'이 언론배급시사를 통해 공개됐다. 23년 전 전북 삼례의 작은 슈퍼마켓에서 일어난 강도 살인사건의 죄인으로 지목된 3명의 소년과 그들의 누명을 벗겨주려는 베테랑 형사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수사주체의 양심과 주변의 감시가 없다면 언제든 비극적인 희생양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소년들'의 한 장면 [사진=CJ ENM] 2023.10.24 jyyang@newspim.com |
◆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회적 약자들…설경구의 '강철중' 카리스마 재현
정지영 감독은 영화에 1999년 일어난 우리슈퍼 강도 살인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2016년 진행된 재심까지의 일들을 담았다. 사건 당시 동네의 힘없고 가난한 소년들 세 명이 용의자로 구속되고 재수사를 통해 진범을 잡으려는 황준철(설경구)은 사건의 책임 형사였던 최우성(유준상)의 방해로 좌천된다. 16년 후, 강도치사 사건의 피해자이자 유족인 윤미숙(진경)이 소년들과 함께 황준철을 찾아온다.
설경구는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의 전성기를 열었던 '강철중'에 버금가는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당시를 상기시키는 그의 눈빛은 진실을 향한 집요한 신념과 억울하게 수감된 아이들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하다. 진범인 이재석을 대할 때조차 인간적인 면을 갖춘 어른으로서 정년을 앞둔 경찰의 흔들림 없는 양심을 대변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소년들'의 한 장면 [사진=CJ ENM] 2023.10.24 jyyang@newspim.com |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소년들'의 한 장면 [사진=CJ ENM] 2023.10.24 jyyang@newspim.com |
억울하게 감옥에 간 소년 3인방의 연기도 출중하다. 아역들은 폭력 앞에 힘없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다 자란 3인방 역의 김동영, 유수빈, 김경호는 살인자라 손가락질 받아온 울분을 품고 재심 재판정에 선다. 사랑스러운 엄살쟁이 허성태와 익숙지 않은 악역의 얼굴로 선 유준상도 인상적이다. 이밖에 진경, 염혜란, 조진웅, 배유람과 서인국 등 베테랑 연기자들이 이 영화의 모든 신에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 계속해서 영화화되는 '재심' 사건…진실을 마주해야 할 이유
가장 충격적인 점은 23년 전이라고는 하지만, 강압수사와 폭력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개선됐다고 느낄 법한 1999년에 실제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강도치사 사건의 진범이 나온 후에도 오히려 진실을 은폐하려는 양심없는 수사주체들의 뻔뻔함에 탄식이 나올 정도다. 심지어는 진실을 밝히려는 형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태는 현재도 반복되고는 있지 않은지 모두를 돌아보게 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소년들'의 한 장면 [사진=CJ ENM] 2023.10.24 jyyang@newspim.com |
누군가는 재심 사건을 다룬 비슷한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 새로운 것이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억울한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한은 이같은 작품이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 정지영 감독은 '부러진 화살' 등의 필모그래피로도 꾸준히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들춰왔다. 그의 소신과 신념이 담긴 작품을 통해 몰랐던 진실과 마주하는 관객들은 감독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