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손으로 뜨는 한지의 최고기술은 정성이다. 전통 한지 제조 방식으로 63년 동안 한지를 만들어 온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17호 신현세 한지장의 한지 전시회 '한지 외길 63년'이 서울 연남동 화인페이퍼갤러리에서 개막했다. 신현세 한지장이 수작업으로 만든 한지 작품 22점과 한지 재료 및 도구, 한지 제조 발달사 등이 28일까지 전시된다.
신현세 作 |
한지의 하나인 태지는 조선 왕실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닥나무 섬유에 담수조류인 수태(水苔)를 넣어 만든 것이다. 지난 2020년 신현세 장인이 복원에 성공한 태지는 보통 종이와는 완연히 다르다. 하나의 추상 회화 작품처럼 보인다. 한지는 이렇게 용도에 따라 들어가는 성분이 다르다. 그래서 한지 표면의 무늬, 두께, 질감이 제각각이다. 한지는 글과 그림을 담는 종이지만, 그 자체로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동안 실체가 없었지만 송나라 계림지(鷄林志)를 통해서 알려진 백추지 (白硾紙)에 대한 복원연구를 일부 공개한다. 계림지에 "고려의 닥종이는 광택이 나고 희어서 보기 좋으며 이를 백추지라고 부른다. (高麗楮紙 光白可愛 號白硾紙)"라고 하여 매우 높은 기술수준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번 복원연구 결과는 통일신라시대부터 현재의 종이 뜨는 방식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닥나무 원료처리와 종이 뜨는 방법을 사용하여 그 당시에 기술이 완성단계였음을 밝히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화려하게 변화하는 세상과 맞서 무채색 미학으로 전통의 가치와 힘을 증명하는 신현세 한지장의 종이전시에서 색다른 감동을 체험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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