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북한이 북러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한 달 전인 지난 8월 중순부터 이미 러시아에 탄약 등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영국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위성사진과 보고서를 소개하며 러시아 국적 선박 앙가라호와 마리아호가 8월 중순부터 지난 14일까지 최소 5차례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의 두나이를 드나들었다며 이 같이 전했다.

신문은 러시아 선박들이 나진항에서 수백 개의 컨테이너를 선적해 러시아 동부 두나이 항구로 실어 날랐다면서, 화물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할 북한산 탄약 등 무기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WP는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러시아로 옮겨진 화물의 최종 목적지로 지목된 우크라이나 국경에 부근 티호레츠크 탄약고의 저장용 구덩이가 늘어났고 이는 북한에서 이송된 컨테이너에 실렸던 것으로 추정되는 탄약 상자로 채워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7월 북한을 방북했을 때 이미 양국간 무기 거래에 합의했을 것으로 보이며, 이에따라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기 이전인 8월부터 탄약 선적과 이송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소개했다. 

앞서 백악관은 북한이 북러 정상회담 시기에 러시아에 이미 대규모 탄약과 무기를 제공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힌 바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1000개가 넘는 컨테이너 분량의 군사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면서 이와 관련된 북한 나진항 등 북한과 러시아 3개 지역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 따르면 지난달 7일 북한 나진항에서 러시아 선박에 1000개의 컨테이너가 실린 뒤 5일 뒤인 12일 러시아두나이로 운송됐다. 이후 이 무기들은 열차에 실려 러시아 남서부의 티호레츠크의 탄약고로 옮겨졌다.  

백악관은 북한제 무기와 탄약이 실린 컨테이너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290km 떨어진 탄약고로 옮겨졌다면서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활용하기 위한 탄약과 무기라고 설명했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북러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아무르 로이터]

백악관에 따르면 이번 무기거래는 지난달 7일부터 12일 사이에 이뤄졌고 이는 북러 정상회담 개최 시기와 겹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0일 평양을 떠나 12일에 러시아에 국경을 넘은 뒤 다음날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김 위원장은 "러시아는 러시아에 반대하는 패권 세력에 맞서 주권과 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성스러운 싸움에 나섰다"면서 "우리는 항상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지도부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왔다.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고 주권 국가를 건설하는 데 항상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북한의 인공위성 등 첨단 기술 발전을 돕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와관련, "우리는 우크라이나 도시를 공격하고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살해하는 데 사용할 무기를 러시아에 제공한 북한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가 북한에 반대급부로 제공할 지원에 대해서도 갈수록 우려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이 전투기, 지대공미사일, 장갑차, 탄도미사일 생산장비, 기타 물자와 첨단기술을 포함한 군사 지원을 얻으려 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의 선박이 나진항에 도착했을 때 북한에 어떤 물품이 먼저 전달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