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심사단계 자료를 학위논문과 동일하게 볼 수 없어"
함께 기소된 동생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 확정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논문대필로 박사학위 예비심사 과정을 통과한 혐의를 받는 전직 검사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A씨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B씨에 대한 상고는 기각 결정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전직 검사인 A씨는 법학전문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16년 12월 지도교수였던 노모 씨와 공모해 노씨의 대학원생 제자들이 작성한 논문으로 박사학위 예비심사를 받아 학교의 논문 예비심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동생이자 전직 대학 부교수인 B씨는 2018년 노씨를 통해 대학원생에게 논문 3편을 대필하도록 지시한 뒤 이를 법학 학술지에 게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하는 대한민국 검사의 지위에 있으면서 다른 사람이 작성해준 예비심사 논문을 이용해 예비심사에 합격했다. B는 성실한 연구를 통해 정당하게 연구업적을 쌓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교 교수의 신분으로 다른 사람이 작성한 논문을 자신의 이름으로 학회지 등에 투고하는 행위를 했다"며 "모범을 보여야 할 입장임에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지위에서 비롯된 친분관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A의 경우 예비심사 논문의 형식이나 내용에 비춰 그 자체로 학위논문에 근접한 것은 아니고 대중에 자신의 이름으로 연구업적을 발표한 것은 아닌 점, 이후 박사학위 취득을 위한 준비에 나아가지 않은 점, B의 경우 게재된 논문의 기초가 되는 논문 작성은 실제 이뤄졌던 것으로 보이고 논문대작사실에 대해 인정하고 있는 점, 초범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며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 또한 양형을 바꿀 만한 새로운 사정도 찾을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반면 대법원은 "A의 예비심사 자료가 대작되었으며 그로 인해 박사학위 논문 예비심사 업무가 방해되었다고 단정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방해죄의 위계 및 업무방해의 위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학위논문을 작성함에 있어 논문 내용을 완성하는 일의 대부분을 타인에게 의존했다면 그 논문은 대작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나 학위논문의 작성계획을 밝히는 예비심사 단계에서 제출된 논문 또는 자료의 경우 아직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지기 전이고 연구주제 선정, 목차구성, 논문작성계획 수립 등에 지도교수의 폭넓은 지도를 예정하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학위논문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실제 예비심사용 자료로 제출되는 문서는 목차 위주의 미완성인 경우도 있고, 논문 형식이 아닌 경우도 있다. 예비심사 과정에서는 목차 수정과 연구방향 제시 등 심사위원의 조언과 지도가 주된 내용을 이루고 예비심사에서 불합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부연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