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공통된 '정신 질환'에 집중…우리나라와 비슷한 유형 多
'사회적 고립'이 '정신 질환'으로 이어지는 특성
지하철 비명을 '흉기 난동'으로 오인하는 등 잇따른 강력범죄에 시민들의 긴장도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른바 '묻지마 범죄', 이상동기 범죄에는 반드시 사회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기 마련이다. 범인들은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이력이 있고, 20~30대 남성이며 사회적 은둔을 지속해 온 상태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을 억눌러 온 감정은 무엇인지, 숨겨진 필연적 사회적 맥락은 무엇인지에 더해 예방책은 있을지 짚어봤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송현도 기자 = 해외에서는 일찍이 묻지마 범죄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양상의 묻지마 범죄가 자주 일어나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2008년 6월 8일 일본 아키하바라에서 25세 남성이 트럭을 몰고 돌진해 세 사람을 치어 죽이고 트럭에서 내려 흉기로 7명을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 후 24살 남자가 행인 8명을 살상했다. 또 18살 소년이 남자를 선로로 떠밀어 살해하는 등, 살해 대상이 '누구라도 좋았다'며 불특정 대상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일명 토오리마(지나가면서 만나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범죄가 일어났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총기 소지가 가능해 대량 총기 난사 사건이 자주 일어났다. 미 의회 연구소(2013년) 자료에 따르면 1983년 이래로 미국에서 발생한 대량 총기 난사 사건들은 총 78건이며 이로 인한 사망자는 547명에 달한다.
지난 2019년,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 노상에서 한 남성이 초등학생을 포함해 버스를 기다리던 이들을 흉기로 무차별적으로 찌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진은 일본 가와사키시 묻지마 칼부림 사건 현장 Kyodo/via REUTERS 2019.05.28.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해외선 공통된 '정신 질환'에 집중…우리나라와 비슷한 유형 多
해외 연구 자료에서는 대부분의 묻지마 범죄 피의자들이 '정신장애적인 면모'를 가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2014년 '도리마 살인사건의 범행 패턴 유형과 범인상의 추정' 논문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1974년부터 2013년까지 '요미우리 신문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 57건의 사건을 분석해 이를 '정신장애형', '강도형', '복수형' 3가지로 분류했다.
이중 가계 빚, 전과가 있는 복수형이나 강도형과 달리 '정신장애형'의 범인은 20대나 50대, 무직으로 정신장애를 갖고 있으며 범행에 계획성을 보이지 않은 채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화나 원한을 계기로 사건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의 묻지마 범죄자 유형과 가장 비슷한 유형이다.
미국의 경우, 광란 총기 난사 사건 중 10개 사건을 분석하고 피의자를 트라우마 타입·정신증 타입·정신병질 타입 3분류로 나눴다.
'트라우마 타입'은 불우한 가정 속에서 신체적, 성적 학대를 경험한 경우가 많고 범죄 전력을 가지거나 약물중독 문제가 있는 부모가 많았고, '정신증 타입'은 정신 분열 증상 혹은 성격 장애를 갖고 있었으며 '정신병질 타입'은 자기애적 성향이 강하고 공감 능력과 도덕관념이 떨어지는 특성을 보였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총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도범'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22)이 10일 오전 분당 수정경찰서에서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최원종은 범행 동기를 묻는 질문에 '범죄 집단이 나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2023.08.10 leemario@newspim.com 2023.08.09 leemario@newspim.com |
◆ '사회적 고립'이 '정신 질환'으로 이어지는 특성
전문가들 또한 피의자들이 공통적으로 '정신 질환'이 있었다는 특징에 주목했다.
김상운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들에 대한 공통점으로 정신 병질이 있는 거 같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이 많다"며 "조현병의 경우 상담만 잘 받으면 범죄까지 이어지지 않는데 이를 관리하거나 케어할 사람이 없어 중단되면 결국 타인에 대한 위협과 망상 등이 겹쳐 공격성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 또한 "(공통적으로) 정신질환 병력이 있다. 학창시절에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걸 방치하면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상균 백석대 교수(전 한국범죄심리학회장)는 "사회적 관계 문제 등도 있어 정신질환의 병력을 가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서현역 사건 같은 경우에는 망상형에 좀 가까운 건데 망상형 중에서 '누군가 나를 죽이려한다' 이런 피해망상 가진 사람이 사실은 범죄 우려가 많은 것은 맞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다만 "상호작용이 어려운 사람이 혼자 외톨이로 지내다 보면 사회부적응과 사회불안과 겹쳐 이번과 같은 폭발성 범죄로 이어지지 않았겠느냐"라며 "조현병, 망상 조현병 정신질환의 병력이 직접 범죄 원인이다. 이렇게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고립과 불행한 유년 시절 등이 100% 정신질환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정신질환자들에게서만 이런 범죄가 일어난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