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칸이 사랑하는 배우 송강호가 '거미집'으로 또 한 차례 칸의 부름을 받았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인연 김지운 감독과 동행했다.
송강호는 이번 영화에 대해서 흔치 않은 소재와 연출 기법, 이야기를 갖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대중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영화팬들이 흥미롭게 볼 만한 설정과 시대상, 예술가의 고뇌 등이 담긴 영화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거미집'에 출연한 배우 송강호 [사진=바른손이앤에이] 2023.09.27 jyyang@newspim.com |
"다행스럽게도 많은 분들이 조금 갈증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뭔가 대중성에 우려는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시도에 대한 갈증과 반가움으로 박수를 쳐주셔서 감사드려요. 굉장히 고무된 느낌이죠. 물론 성적은 나와봐야 알겠지만 좋은 말씀들이 힘이 됩니다. 현지에서도 굉장히 많이 웃고 분위기가 좋았어요. 번역된 자막을 봐야 하니까 느낌이 다른 부분도 있지만. 중간에 박수가 터져나오는 지점이 있는 반면에 우리는 너무 웃기고 재밌는 장면에서 음? 하는 것도 있더군요. 대사가 워낙 많다보니 자막으로 전달하는 것조차 바쁘기도 해요. 한국어 대사의 리듬감이 전달되지 않는 차이는 조금 있죠."
'거미집'은 열정 넘치는 영화감독 김열이 엄혹한 시대 검열을 피해 영화의 결말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면서 시작된다. 창작자로서의 열정, 광기가 돋보이는 신들이 군데군데 나오는 가운데, 송강호는 감독의 입장보다는 배우로서 영화의 전체 톤과 스토리, 감정 전달에 힘을 쏟았다.
"김열이라는 사람보다는 이 영화 전체가 과연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어떤 조우를 해야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걸 가장 고민했죠. 이런 형태의 연출적인 측면이나 공간에 대한 모습들이 관객들에겐 스타일적으로나 내공적으로나 생경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할 것 같았거든요. 늘 봐왔던 패턴의 영화들에서 벗어나는 작품이다보니 어떻게 부담없이 쉽게, 장벽을 허물 수 있을까 신경썼어요. 김열은 그 다음 문제였죠. 배우들과 앙상블이나 영화 시작되자마자 끝날때까지 리듬감을 유지하려 노력했고 대사나 유기적인 연기에 리듬을 준다든지. 에너지, 발상의 리듬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전체적인 그림을 많이 고민했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거미집'에 출연한 배우 송강호 [사진=바른손이앤에이] 2023.09.27 jyyang@newspim.com |
송강호 역시 최근의 흐름에 따라 OTT 드라마 '삼식이 삼촌'에 출연했지만, 그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영화의 가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OTT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콘텐츠는 줄 수 없는 새로운 영화에 대한 고민, 그런 것들이 '거미집'을 선택하고 찍으면서 그를 계속 생각하게 했다.
"영화란 무엇인가, 어떻게 만들어야 하고 어떻게 관객과 소통해야 영화의 존재의 가치가 더 예술로서 존중받을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계속 해왔죠. 그래서 오히려 거미집이란 영화에 정을 많이 갖게 됐어요. 완전하지 않고 새로운 영화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오히려 더 설레기도 했고요. 우리가 뻔한 영화를 찍고 있지 않다는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했어요. 어쩔 땐 두렵고 크게 절망하고 어떡하지 이 영화는 뭐라고 할까. 김열과 똑같아요. 그 자괴감과 두려움에 몸부림칠 때가 있고 특별출연한 정우성 배우한테 자신감을 얻어서 '우린 할 수 있어!' 하고 나아가는 게 반복됐죠. 그 영화 속과도 정말 똑같았어요."
영화란 무엇인가, 어떻게 관객들에게 다가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그가 계속 해온 것처럼, 김지운 감독과 모든 배우들이 치열하게 몰두해온 흔적은 작품에 여실하다.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김열이 짓는 표정은 후련한 듯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듯, 아주 복잡다단한 얼굴로 극중극 '거미집'의 결말을 지켜본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거미집'에 출연한 배우 송강호 [사진=바른손이앤에이] 2023.09.27 jyyang@newspim.com |
"김열이 대변한 모든 한국 영화 감독들의 고통과 고민을 영화 찍으면서 또 한번 알게 됐죠. 영화감독으로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거창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이 사회란 거대한 세트장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좌절감과 희망을 가져가는 게 김열 아니었나 싶어요. 모든 기괴한 장면을 보여주지만 마지막 김열의 엔딩의 표정은 '내 인생은 끝나지 않는다. 야망도 야심도 끝나지 않는다'라고 하는 듯하죠. 만족인지 불만족인지 사실 알 수 없는 표정이에요. 마지막의 플랑세깡스 장면도 그런 장면을 기술적으로 그때 어떻게 찍느냐가 아니라 일종의 메타포죠. 상징적으로 김열 감독의 야심의 결말을 표현한 것이라 봐요."
송강호는 '거미집'으로 김지운 감독과 마주하며 '이번엔 어떻게 괴롭힐까'란 생각에 두려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극중에서 김열이 대역으로 연기를 하고는 '나 왜 잘하지?'라고 하는 부분에선 송강호가 쌓아온 평소 캐릭터와 딱 맞아 떨어지는 애드립같은 대사가 돋보이기도 한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가 결국은 잘 맞는다는, 그리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증거가 '거미집'에 가득 담겼다.
"감독님이 괴롭힌 건 아니고 예술가로서 집요함이 있죠. 그걸 사랑하고 존중해요. 끊임없이 본인이 원하는 미쟝센이 됐든 연기가 됐든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정말 열정적인 예술가의 모습이었고 분명히 그런 장면들이 탄생돼요. 할 때는 고통스럽지만 25년간 5번의 작업을 하면서 느꼈기 때문에 그런 집요함을 좋아합니다. 영화만이 갖고 있는 영화의 순수한 가치들을 그리워하고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된 작품이에요. 끊임없는 연구와 탐구와 도전과 시도 같은 것들이 영화에 대한 존재가치, 영화관의 필요성을 되살려주지 않을까요. 하루 아침에 되는 건 아닐 겁니다. 열정이 필요할 거고요. 그래 이건 OTT에선 볼 수가 없어. 그런 면에서 '거미집'을 반갑게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