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소 유일 음향수조...공동수조는 세계 최대 규모
유상증자로 확보한 2조원 중 9000억원 방산에 투자
[시흥=뉴스핌] 정승원 기자 = 한화오션이 방위산업 기술에서의 초격차를 자신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2조원 중 9000억원을 방산 초격차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5일 방문한 경기도 시흥시 소재의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R&D캠퍼스는한화오션 방산 기술의 산실이다. 이날 둘러본 음향수조와 공동수조, 자율운항 관제센터 등 각종 연구시설은 한화오션이 갖춘 방산 기술 수준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한화오션 음향수조 [사진= 한화오션] |
◆ 음향수조·공동수조로 수중 방사소음 저감 연구
중앙연구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설 중 하나는 음향(音響)수조다. 음향수조는 수중에서 음파를 이용해 표적의 음향학적 특성을 분석하는 방산 연구시설이다. 함정들이 수중 방사소음을 최소화해 적에게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연구하는데 음향수조가 이용된다. 국내 조선업계에서 음향수조를 갖춘 곳은 한화오션이 유일하다.
실제로 본 음향수조는 언뜻 수족관 야외수조와 비슷했다. 음향수조가 가동되고 물 표면에 거품이 생기면서 소음이 들렸다. 물 밖에서 보기에는 시끄러운 소리일 뿐이었지만 물속에서는 소음을 줄이는 기술이 적용되고 있었다.
한화오션은 음향수조를 활용해 수상함의 수중 방사소음 저감 기술인 마스커 에어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공기분사 기술을 통해 선체에 일종의 에어커튼을 형성하는 것으로 방사소음을 줄여 함의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도록 한다.
음향수조에서의 실험은 길면 3주까지 진행된다. 선체의 크기나 재질 등 특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구현해 수조 안에서 재연하는 것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수중 방사소음을 줄이기 위한 전담 시설이 있다는 것이 한화오션의 경쟁력"이라며 "잠수함뿐만 아니라 상선에도 확대하며 연구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특수선 적용 시기는 2028년 전후로 예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추진기시험동에 설치된 공동(空洞)수조도 한화오션이 자랑하는 연구 시설이다. 한화오션의 공동수조는 전체 길이 62m, 높이 21m에 최대 출력 4.5MW의 모터를 장착하고 총 3600톤의 물을 순환시켜 최대 15m/s 유속의 물을 형성할 수 있는 대형터널이다. 이는 전세계 상업용 공동 수조 중 가장 큰 규모다.
공동수조는 캐비테이션(Cavitation)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개발됐다. 캐비테이션은 일정한 온도의 물속에 압력이 급격히 변동하면 물이 기체로 변하는 현상이다.
이 때 발생한 기포는 강한 소음과 진동을 일으키는데 선박 운항 시 캐비테이션이 발생하면 추진력이 떨어지고 충격으로 프로펠러 날개가 침식되는 문제가 생긴다. 한화오션의 공동수조에서는 캐비테이션을 발생시켜 방사소음을 감소시키는 연구를 한다. 실제로 이날 공동수조에서는 프로펠러를 실시간으로 촬영하며 분석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었다. 모터로 물을 임의로 순환시키다보니 강력한 모터음이 실험장에 울려 퍼지기도 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극한의 조건을 만든 뒤 캐비테이션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한화오션은 세계 최대 규모의 예인수조도 보유하고 있다. 한화오션의 예인수조는 길이 300m, 16m, 3만3600톤의 담수량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이곳에서는 모형선을 물에 띄워 예인차로 견인하며 선박의 저항, 자항, 운동, 조종 성능을 시험한다. 수조의 수심은 최대 7m까지 조절할 수 있어 상선과 함정 모두를 대상으로 다양한 시험이 가능하다. 실제로 한화오션 예인수조에서는 2018년도 중앙연구원 건립 이후 지금까지 모형선 110척의 시험을 수행했다.
시험에 사용되는 배는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제작해 최대 3주간 소요되던 제작기간을 40%까지 줄였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자동화 시스템은 선주의 요구에 신속하고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해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한화오션의 설명이다.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내 공동수조 [사진= 한화오션] |
◆ 해양 디지털 기술 총집합...자율운항 관제센터
자율운항 관제센터에서는 한화오션의 자율운항 전용 시험선 한비를 활용해 선박을 원격 제어한다. 테스트는 서해에서 시험선으로 이뤄지고 있다.
선박 자율운항을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데 실제로 증강현실(AR) 기반의 가시화 프로그램으로 자율운항 시 위험도, 시간, 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자율운항 기술의 바탕에는 카메라와 함께 레이더가 사용된다.
밤 시간에 영상 화면이 어두워지면 역시 상시 가동되는 디지털 트윈 화면으로 가시화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영상의 정보를 디지털로 간략하게 구현한 디지털 트윈 기반 시스템은 저용량으로 원격 관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외에도 한화오션은 자체 개발한 HS4(Hanhwa Smartship Solution&Service)라는 이름의 스마트 솔루션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실제 운항 중인 선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안전성과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강중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장은 "유상증자로 마련한 2조원 중 가장 큰 금액인 9000억원을 방산 생산 설비 확충에 투자한다"며 "국내에서의 대결구도보다 해외 방산 수출이 더 중요하다. 자율운항선 역시 2030년 업계 최초로 이뤄보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중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장 [사진= 한화오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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