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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진료상 과실-사망 인과관계 명백해야 형사처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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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의 과실 인정돼 손해배상 소송선 원고 일부 승소
형사사건에선 "업무상 과실로 인한 사망, 증명됐다 보기 어려워"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의사의 진료상 과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상해·사망까지에 대한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는다면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의 유족 측이 B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A씨(사고 당시 73세)는 2015년 12월28일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넘어진 후 팔을 올릴 수 없어 다음날 B병원에 입원했다.

B병원 의료진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을 거쳐 '오른쪽 어깨 전층 회전근개파열과 어깨충돌 증후군 소견'으로 진단하고, 전신마취 및 국소마취 아래 관절경을 이용한 견봉하 감암술과 이두건 절개술을 계획했다.

B병원 소속마취과 전문의인 C씨는 같은달 30일 수술실에서 A씨에게 프로포폴 정맥 주사로 전신마취를 유도하고 세보레, 아산화질소로 전신마취를 유지했으며, 상완신경총 차단술 시행을 위해 망인의 목 부위에 리도카인, 로피바카인을 혼합 투여해 국소마취한 뒤 간호사에게 상태를 지켜보도록 지시한 후 수술실을 나왔다.

하지만 수술 중 A씨에게 저혈압이 발생했고, 산소포화도도 하강했다. 간호사의 전화를 받은 C씨는 수술실로 돌아와 A씨의 상태를 확인한 후 혈압상승제 등을 투여했으나, A씨의 상태가 회복되지 않자 수술을 중단시키고 그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했다.

B병원은 A씨를 모 병원으로 전원했으나 병원 응급실 도착 당시 A씨는 심정지 상태였고 그 무렵 사망했다.

1심은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B병원 측이 수술 전날 A씨에게 현재 상태, 수술의 필요성, 마취방법, 수술의 합병증 등을 설명한 후 서면 동의를 받은 사실을 인정해 설명 의무를 위반하진 않았으나, 마취의인 C씨가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C씨는 A씨에 대한 간호사의 호출에 즉시 대응하지 않아 제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며 "그로 인해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의 위험성이 급격히 높아졌음이 명백해 C씨의 과실과 A씨의 사망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2심은 손해배상 범위를 일부 축소하면서도 원고 일부 승소 판단은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C씨에게는 응급상황에서 간호사의 호출에 즉시 대응하지 못한 진료상 과실이 있고, 만약 그가 간호사 호출에 대응해 신속히 혈압회복 등을 위한 조치를 했더라면 저혈압 등에서 회복했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보인다"며 "C씨의 진료상 과실이 망인의 사망을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다.

그러면서 "피고 측이 망인의 사망이 진료상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지 않는 이상 진료상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C씨가 업무상과실치사,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앞서 검찰은 C씨가 마취간호 업무를 시작한 지 2~3개밖에 안 된 간호사에게 환자의 감시업무를 맡기고, 간호사로부터 호출을 받고도 신속히 수술실로 돌아가지 않아 마취유지 중 환자감시 및 신속한 대응 업무를 소홀히 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고 그를 기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의사에게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료행위 과정에서 공소사실에 기재된 업무상과실의 존재는 물론 그러한 업무상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상해·사망 등 결과가 발생한 점에 대해서 엄격한 증거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피해자는 반복적인 혈압상승제 투여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계속적으로 혈압 저하 증상을 보이다가 사망했다"며 "A씨에 대한 부검이 이뤄졌음에도 피해자의 사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를 관찰하거나 간호사의 호출을 받고 신속히 수술실에 가서 대응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더 할 수 있는지, 그러한 조치를 취했다면 피해자가 심정지에 이르지 않았을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A씨에게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C씨가 A씨를 직접 관찰하고 있다가 심폐소생술 등의 조치를 했더라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 대한 증명도 부족하다며 "즉 C씨의 업무상과실로 A씨가 사망하게 됐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hyun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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