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1947 보스톤'이 모두가 잊었던 조국 독립의 의미를 되새기며 가슴 속 뜨거운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영화 '1947 보스톤'이 언론배급시사를 통해 공개됐다. 일제강점기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장기를 가렸단 이유로 핍박받았던 손기정과 독립 후 첫 국제대회에 조선 국가대표로 출전한 서윤복의 실화가 여느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1947 보스톤'의 한 장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3.09.11 jyyang@newspim.com |
◆ 일제 독립 후 시작된 미군정…하정우·임시완 눈빛에 서린 결의
1936년 일제강점기 시절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한 조선 마라톤 선수 손기정(하정우), 남승룡(배성우)은 나란히 1, 3위를 차지하지만 가슴에 일장기를 단 채로 시상대에 오른다. 이후 조국은 독립을 맞았지만 불안정한 정세로 다시 미군정이 시작되고 조선은 국제 대회에 선수를 낼 수 없는 처지. 우여곡절 끝에 손기정과 남승룡이 발굴한 유망주 서윤복(임시완)이 보스톤으로 향하지만 또 다시 태극기를 달고 달릴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하정우는 무심하고 의욕없는 듯하지만 후배들에게는 자신의 설움을 물려주고 싶어하지 않는 한국 마라톤계의 전설 손기정을 연기한다. 돈이 급한 서윤복을 선수 자격이 없다 다그치면서도, 남승룡의 설득을 별 수 없이 수용한다. 고생 끝에 밟은 미국 땅에서 한 차례 국기를 달지 못했던 설움이 반복되려 하는 순간 그의 결기가 조금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폭발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1947 보스톤'의 한 장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3.09.11 jyyang@newspim.com |
임시완은 어려운 형편에 타고난 달리기 재능을 갖춘 서윤복으로 등장한다. 어머니 병원비가 급한 그는 맘 편하게 달리기나 할 처지가 못된다. 손기정의 매서운 타박에 엇나가던 그는 결국 운동화를 신고 마라톤 트랙 앞에 선다. 비참함과 간절함이 똘똘 뭉친 그의 눈빛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불굴의 스포츠 정신과 의지를 보여준다.
◆ 조금은 투박하지만, 넘치는 감동…명절에 '안성맞춤' 콘텐츠
'1947 보스톤'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민족의 아픔을 굵직한 서사와 서정적인 표현으로 담아온 그의 주특기가 이번에도 발휘된다. 누군가는 조금 과하다고 할 법한, 극적인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하지만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실화는 버젓이 존재한다. 1990년대까지 한국이 마라톤 강국으로 주목받았던 비결, 그 시작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1947 보스톤'의 한 장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3.09.11 jyyang@newspim.com |
무엇보다 '1947 보스톤'은 누군가는 잊었을 조국 독립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하는 영화다. 잔혹한 전쟁도, 피터지는 싸움도 없지만 마라톤이라는 스포츠와 당시 한국의 국제적 지위를 고스란히 보여주며 선조들의 고난과 노력을 실감케 한다. 누군가는 오글거린다고 표현한대도, 의미없는 폭력배들의 싸움과 피로 점철된 자극뿐인 장르 콘텐츠보다는 훨씬 가치있다.
손기정과 보스톤을 기억하는 어른 세대부터, 요즘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까지 몰아치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 클린 콘텐츠이자 의미있는 작품이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