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文 전 대통령 모친상엔 조의문
"정상회담 했던 문-김 때와 달라" 지적
'남북관계 주도' 선전 위해 나설 수도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15일 별세하면서 북한의 조의 표명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고 있고 김정은의 핵·미사일 도발이나 대남 위협 언급이 이어지고 있지만, 윤 대통령의 부친상에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조의를 표하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다.
지난 2019년 6월 12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명의로 된 조화가 놓여있다. [사진=뉴스핌 자료사진] |
대통령실과 통일부는 윤 대통령이 부친상을 당한 사실에 대해 북한에 별도의 부고를 전달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도적 차원'의 위로 전문이나 조화를 보내올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2019년 10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모친상 때 북한이 조의문을 보내온 적이 있다"며 "당시도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 등에서 공개적으로 문 전 대통령에게 '삶은 소대가리' 등의 극언을 퍼붓던 시절이라 뜻밖으로 여겼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당시 북한이 조의문을 통해 "깊은 추모와 애도를 표시했다"고 밝히면서도 "김 위원장이 인간적 예의를 표시한 것일 뿐, (남북관계) 현안과는 별개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북한은 그해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별세했을 때도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2018년 판문점과 평양에서 3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2019년 6월에는 남북미 3자회동을 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관계와 윤석열 대통령-김정은 간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란 점에서 조의 표명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 내 자신의 집무실에서 당 중앙군사위 제8기 7차 확대회의를 개최했다. 김정은이 작전지도에서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손으로 짚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3.08.10 yjlee@newspim.com |
최근에는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국내의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평양을 방문해 조의를 표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금강산 방북을 불허하기도 해 '부친상 때 찾은 현 회장을 냉대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마치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모양새를 취하고 자신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선전하기 위해 대남공세 차원의 조의 표명이나 조화 전달, 조문단 파견 같은 파격적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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