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에 눈뜨도록 외부정보 유입해야"
400~500곳 장마당서 외부정보 유통
김정은 '핵 망상'에 무력충돌 가능성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이사장은 "북한의 변화는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일어나야 한다"며 김정은 체제를 동요시킬 수 있는 대북 심리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29일 일본의 유력 일간지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김 씨 왕조를 우상화하고 허구와 과장으로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는 방식으로 독재 체제를 유지해 왔다"며 "주민이 진실,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에 눈을 뜨도록 외부 정보를 불어넣어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대북심리전의 요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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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하는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 [사진=유성옥 이사장 제공] 2023.07.30 |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인 전략연을 이끌고 있는 유 이사장은 "국제사회는 강력한 대북 제재와 외교적인 압력으로 북한의 비핵화와 주민의 인권보호 조치를 끌어내야 한다"며 "핵과 인권 등 북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북한 문제에서 협력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배급제가 완전히 무너진 북한에는 지금 전역에 400~500곳의 장마당이 있다"며 "여기에는 사람과 해외소식을 포함한 정보가 모이고, 자본주의의 사고방식이 생겨나 '경제를 통제하는 사회는 잘못된 것'이란 생각을 사람들이 하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500~600만대의 휴대전화가 보급돼 있다고 밝힌 유 이사장은 "이것도 외부 정보를 얻는 긴요한 수단"이라며 "북중 접경 지역의 경우 중국 휴대폰을 가지고 있으면 전파도 도착해 통화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유 이사장은 북한의 변화와 관련해 ▲장마당(암시장)의 등장 ▲정보수단(휴대전화)의 확산 ▲젊은 세대의 인식변화 ▲한류 유행 등 4가지를 긍정적 요소로 꼽고 "속도는 느리지만 체제에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좋은 징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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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붉은 원)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전협정 체결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사일 부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3.07.28 |
그는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이 다양한 것은 북한도 마찬가지"라며 "젊은이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처자식이 없으면 더욱 더 그렇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청년층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정책의 초점을 이 세대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한 드라마와 영화⋅가요 등 한류 확산과 관련해 유 이사장은 "급속히 퍼지고 있는 한류를 통해 같은 말과 문화를 가진 (남한) 사람들이 풍부하게 즐겁게 살고 연애하고 있다는 걸 보게 된다"며 "이를 통해 억압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된 기분이 된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북한 체제가 과거에 비해 호전적이고 경직화하고 독재와 억압 수준이 강화된 점은 부정적 요소로 꼽한다.
그는 "김정은이 '핵·미사일 강국'이란 망상에 빠져있어 한반도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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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인 서울 도곡동 소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사진=뉴스핌 자료사진] |
또 "남북 간의 차이가 커지고 통일의 열망이 식어지고 있다"며 "북한이 (대남) 불신감을 불러일으키는 태도를 취하면서 대화와 협력을 통한 평화적인 통일의 가능성은 이전보다 훨씬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1986년 국정원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에 몸담은 유 이사장은 대북전략과 심리전, 북한 핵문제 전문가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과 경남발전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