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뿐만 아니라 대중성까지 확보했다는 방증
"기존 K팝이 가지고 있었던 한계 극복"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 정국의 첫 솔로 싱글이 글로벌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빌보드가 K팝 아티스트의 주된 음원 판매처 차트를 집계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K팝 견제'라는 지적이 일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BTS 정국은 메인 차트인 '핫 100'에서 1위에 직행했다. 비결은 무엇일까?
◆ BTS 정국 "더 위로 가자"…美 빌보드 견제 뚫었다
개별 활동에 돌입한 방탄소년단 정국은 '글로벌 팝스타'로서 입지를 제대로 굳혔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빌보드는 공식 SNS를 통해 정국의 첫 솔로 싱글 '세븐(Seven)'이 메인 차트 '핫 100'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빌보드 200', '글로벌 200(미국 제외)' 차트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다.
'핫 100'은 스트리밍, 라디오 방송 횟수, 음원 판매량(다운로드와 CD)을 종합해 싱글 순위를 매기는 빌보드의 메인 차트이다. 이에 정국은 당일 커뮤니티 팬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더 위로 가자"는 소감을 남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정국 [사진=빅히트뮤직] 2023.07.22 dream78@newspim.com |
빌보드에서도 '핫 100'은 가장 공신력 있는 차트로 여겨지고 있다. 정국의 '세븐'은 주간 집계(7월 14~20일)에서 다운로드 15만 3000 건, 스트리밍 횟수 2190만 건, 640만 라디오 방송 횟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2위에 오른 컨트리 가수 제이슨 알딘의 '트라이 댓 인 어 스몰 타운(Try That In A Small Town)'은 같은 기간 스트리밍 1160만, 라디오 방송 730만, 디지털·CD 판매량 22만8000점을 얻었다. 합산했을 때 정국은 제이슨 알딘보다 346만5000점이란 근소한 차이로 1위에 올랐다.
라디오와 판매량 부문에서 모두 뒤처졌지만 스트리밍 점수가 2배 이상 차이가 나면서 1위에 당당히 랭크됐다. 이는 견고한 팬덤 뿐만 아니라 대중성까지 확보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지표가 됐다. 특히 정국의 '세븐'은 1958년 '하 100' 차트가 시작된 이래, 차트 진입과 동시에 1위로 직행한 68번째 곡으로 기록됐다.
앞서 빌보드는 지난해 주간 다운로드 인정 횟수를 4회에서 1회로 축소시킨 바 있다. 그럼에도 방탄소년단 지민은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도 '핫 100' 1위에 올랐지만, 유독 정국의 이번 성적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달부터 아티스트 공식 홈페이지의 디지털 음원 다운로스 수치도 차트 집계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해당 수치는 K팝 아티스트의 주된 음원 판매처로 통해, 빌보드가 의도적으로 K팝 아티스트의 '핫 100' 차트 진입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 빌보드 주요 3대 차트 석권…"팝으로 승부수 던져"
이번 정국의 '세븐'은 영어 가사로 된 '팝송'이다. 하이브와 빅히트뮤직은 '세븐'의 제작 과정 전반에서 미국 팬들의 취향을 염두에 뒀다. 처음부터 빌보드를 정조준한 곡인 셈이다. 영어로 된 가사에 유행하는 'UK garage 스타일'을 가미한 최신 팝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여기에 빌보드 차트에서 인지도 있는 래퍼 라토가 피처링에 참여한 것도 좋은 효과로 작용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방탄소년단 정국이 미국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했다. [사진=빌보드] 2023.07.25 alice09@newspim.com |
'세븐'이 등장하기 전까지 빌보드 '핫 100' 1위는 미국 컨트리 가수 모건 윌렌이 14주 동안 장기 집권하고 있었다. 특히 2위에 이름을 랭크된 제이슨 알딘의 곡은 가사와 뮤직비디오에서 백인 우월주의, 흑인 차별을 옹호하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의혹이 일면서 보수 백인들의 즐겨 찾는 음악이 되면서 '핫 100' 1위에 유력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메인 차트인 '핫 100'과 '빌보드 글로벌 200', '빌보드 글로벌 200(미국 제외)'까지 주요 3대 차트를 모두 석권했다. 이에 빅히트뮤직 측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그래미 수상 경력의 유명 프로듀서를 필두로 한 제작진이 미국 현지에서 정국과 실시간으로 호흡해 곡의 완성도를 끌어 올렸다"며 성공 원인을 꼽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군 복무로 인해 완전체 활동을 중단하게 되면 그룹 전체가 타격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BTS의 경우 솔로 활동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시도하고 있고, 자신의 정체성도 따로 구축하고 있다. 기존의 K팝이 가지고 있었던 한계를 극복한 셈"이라고 밝혔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