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인사이트 조사..."대선 결과 영향 60대·TK 등 긍정 이동"
[서울 =뉴스핌] 정상호 기자 = 지난해 대선 때 어느 후보를 지지했느냐에 따라 소비자가 체감하는 삶의 질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6일 공개한 '주례 소비자체감경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의 삶의 질 평가지수는 상반기 평균 82.7에서 하반기 79.3으로 하락했다. 대부분 집단의 평가가 부정 쪽으로 이동했는데, 이례적인 것은 그동안 대체로 일정했던 연령대별 등락 폭과 순위가 처음으로 크게 달라진 점이다.
[사진 = 컨슈머인사이트] |
평소 '삶의 질'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던 60대는 긍정적으로 변한 반면 비교적 긍정적이던 30~50대는 크게 부정적으로 변했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세밀한 원인 분석을 위해 응답자 특성을 좀 더 나눠 본 결과, 각 집단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삶의 질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크게 엇갈린 것으로 확인됐다.
40대, 진보성향, 호남권, 정규직 근로자의 부정 이동이 매우 두드러졌는데 특히 40대는 상반기 삶의 질 평가지수 82.3에서 하반기 73.9로 하락해 변동폭이 -8.4로 가장 컸다. 이어 진보(-7.4), 정규직(-6.9), 호남(-6.7) 순으로 부정 평가가 늘었다. 이에 비해 60대(+3.6), 무직∙퇴직(+2.4), 학생(+1.5), 대구∙경북(+1.0), 사업자(+0.4) 집단은 오히려 긍정 평가가 증가했다. 20대(-0.4), 보수(-1.0), 전업주부(-1.1) 계층은 약보합으로, 삶의 질 평가에 큰 변화가 없었다.
공교롭게도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지지 성향이 강했던 집단(40대, 진보, 호남, 정규직)에서 체감경제 평가가 크게 부정적으로 변한 반면 윤석열 지지세가 강했던 집단(60대, 무직∙퇴직, 학생, 대구∙경북, 20대)에서는 긍정 이동 또는 보합이 나타났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정치 성향과 삶의 질 평가의 인과관계를 좀 더 검증하기 위해 응답자 특성을 27개(성x연령 10개, 광역지자체 17개)로 세분하고 정권 교체일(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후 삶의 질 평가 변화와 대선후보 지지성향을 비교했는데 그 결과도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 지지 성향은 전남(-74.7%), 광주(-72.1%), 전북(-68.6%)이 압도적이고 이어 남성40대(-25.8%), 여성40대(-24.4%) 순으로 높았는데 이들 집단은 취임일 전후 삶의 질 평가지수가 최대 -11.0p까지 큰 폭으로 부정 이동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 지지 성향이 높았던 대구(+53.5%), 경북(+49.0%), 여성60대(+34.2%), 남성60대(+29.4%)의 삶의 질 평가 지수는 오히려 최대 7.0p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그 밖의 집단은 대선 득표율과 삶의 질 평가의 변화 순위에 큰 차이가 없었는데 세종시는 예외적이다. 세종시가 이재명 후보 지지 성향이 다소 우세(-7.8%)한 지역이긴 했지만 삶의 질 평가 하락폭(-7.2%)은 모든 집단 중 두번째로 컸다. 정권교체 이후 조직 개편과 정책 변화에 직면한 공무원 집단, 이재명 지지세가 강한 40~50대 구성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특성 때문으로 컨슈머인사이트는 해석했다.
대선 득표율과 삶의 질 평가 간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순위상관계수(Spearman's Correlation)를 적용한 결과는 0.699였다. 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밀접하고 0.6 이상이면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는데 이를 감안하면 개인의 정치성향과 삶의 질 평가 사이에는 유의한 수준의 연관성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소비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 평가 하락에 영향을 준 큰 요인이 작년 하반기 나타난 금리와 물가의 급상승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집단간 유례없는 변화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했다"고 전제하고 "20대 대선과 그에 따른 정권교체에 주목한 결과 집단 별 삶의 질 평가 변화와 순위상관계수 모두에서 생각했던 이상으로 투표 행동과 삶의 질 평가 간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uma8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