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군, 산사태 희생자 이름 등 보도자료 통해 언론 노출
"희생자 공개, 기본이 사생활 보호"...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김돈곤 청양군수 "경황 없어 벌어진 일...즉각 시정할 것"
[청양=뉴스핌] 김수진 기자 = 충남 청양군이 집중호우 사망자 개인신상정보를 과도하게 공개해 논란이 일고있다.
청양군은 지난 토요일인 15일 오전 '대응상황보고' 제목의 보도자료를 <뉴스핌> 등 다수 언론 등에 배포했다.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지역 내 사망 등 피해가 연달아 발생하자 배포한 자료다.
충낭 청양군청 전경. [사진=뉴스핌 DB] |
보도자료에는 강우량과 기상전망, 비상대처 현황, 피해상황 접수현황, 비상근무 현황, 배수펌프 가동현황 등을 게시했다.
특히 이날 청양군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해 전 국민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상황이어서 관련 보도자료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사망자는 60대 여성으로, 15일 새벽 4시 18분쯤 청양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문제는 청양군이 해당 희생자의 이름을 그대로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당일 오전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희생자의 이름과 나이가 그대로 기재됐다.
심지어 산사태가 난 위치와 희생자가 안치됐던 장례식장 이름까지 모두 공개되면서 '마음만 먹으면' 유족 개인정보까지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청양=뉴스핌] 김수진 기자 = 충남 청양군이 집중호우 사망자 개인신상정보를 과도하게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청양군이 지난 15일 다수 언론 매체 대상으로 사망자 이름과 나이, 상세 주소, 장례식장 등의 개인정보를 그대로 게재한 '대응상황 보고'. <뉴스핌>은 사망자의 개인정보 노출 방지를 위해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 자체 모자이크 했다. 2023.07.19 nn0416@newspim.com |
희생자 명단 공개는 정치권에서도 계속해서 논란을 빚어왔던 이슈다.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를 놓고 여야가 치열하게 공방하기도 했다.
당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11월 9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희생자 명단 공개 여부의 기본은 사생활 보호"이라며 "유족 동의 여부에 따라 조정돼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밝히기도 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살아있는 사람'으로 정의하지만, 희생자 신상의 공개 시 인터넷상에서 2차 가해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유족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인정될 수 있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런데 군민의 개인정보와 안전 등을 책임져야 하는 청양군이 신상을 그대로 언론 등에 노출한 것이다.
이처럼 보도자료가 배포된 15일 이후 3일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해당 자료를 시정·조치하진 않은 상황이다. 유족의 동의가 있었다고 해도, 굳이 보도자료를 통해 사망자 이름과 나이를 언론에 노출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다행히 지금까지 해당 희생자의 이름을 그대로 게재한 언론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언론들이 '재난보도준칙'을 세우고 대부분 매체들이 이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희생사 신상 노출에 대해 청양군은 즉시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신상이 공개 돼 시정 조치가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18일 <뉴스핌>과의 전화통화에서 "희생자 신상자료가 노출됐다는 사실을 <뉴스핌>을 통해 이제야 알았다. 아마도 보도 당시 집중호우로 청양군 피해가 극심하다보니 경황이 없어 업무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관련 사안은 즉시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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