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기자회견서 우크라 침공 맹비난
4월 '무기지원' 언급엔 "적대행위"
북한도 대남비난 공세 고삐 당길 듯
[서울=뉴스핌] 이영종 전문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데 따라 러시아의 반발과 함께 이를 둘러싼 남북 간 신경전도 더 날카롭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윤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 자체는 물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 결과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 조치를 위협하고 나설 공산이 크다.
15일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수도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했다. [사진=대통령실] 2023.07.15 |
윤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불법 침략으로 인해 무고하게 희생된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 바친 우크라이나의 젊은이들, 그리고 그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한국의 안보 지원, 인도 지원, 재건 지원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함께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점에 대해서도 러시아는 상당한 거부감을 드러낼 수 있다.
'생즉사(生則死) 사즉생(死則生)'이란 표현까지 써가면서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란 결연한 의지를 키이우 한복판에서 국제사회를 향해 밝혔다는 점에서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정부가 이해득실을 면밀히 따져 우크라이나 손을 들어주는 게 국가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그동안 취해온 방탄복과 헬멧 등 군수물자 지원을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더욱 폭넓게 진행할 것임을 윤 대통령이 직접 밝혔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보복조치에 가까운 맞대응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11일 개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 등에 촉각을 곤두세웠던터라 직후 이뤄진 윤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에 더 민감한 반응을 드러낼 수 있다.
15일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수도 키이우 인근의 이르핀 민가 폭격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07.15 |
앞서 지난 4월 윤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무기 지원 가능성은 언급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외무부는 즉각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反)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며 경고하며 반발한 바 있다.
이미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대러 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비우호적 국가로 지정한 바 있다.
따라서 향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수물자 제공에 어떤 품목을 포함시키느냐 하는 점과 그 규모 등을 따져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미군을 통해 155mm 포탄을 우회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러시아가 윤석열 정부의 향후 동향을 주시하면서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과 러시아 비난 언급이 푸틴의 심기를 크게 건드린 건 확실해 보인다"며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는 게 윤 대통령과 정부의 판단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미 '민간인 공습' 등을 군사무기 지원의 검토 요건으로 언급한 바 있는데, 이번에 키이우 등의 참상을 직접 확인한 만큼 어떤 결단을 내릴지도 주목된다.
외교 소식통은 "윤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에 대해 러시아 측이 매우 당혹해 할 수 있다"며 "추가적인 보복조치를 강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15일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전사자 추모의 벽 헌화했다. [사진=대통령실] 2023.07.15 |
한편, 북한도 윤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과 군수물자 지원, 재건협력 등 한-우크라이나 밀착 분위기에 경계심을 보이면서 비난 선전의 공세를 높일 게 분명하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북한은 노골적인 러시아 편들기에 나서 한미일 대북공조에 맞선 북러 및 북중러 협력체제 구축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4월 1일 담화에서 미국 핵무기의 우크라이나 배치 여론 등을 비난하며 "젤렌스키가 미국의 핵무기 반입이요, 자체 핵개발이요 하면서 떠들어대고 있는 것은 자기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가지고 도박을 해서라도 어떻게 하나 자기의 잔명을 부지해보려는 매우 위험한 정치적 야욕의 발현"이라고 비난했다.
김여정은 1월 27일 담화에서도 "우리는 국가의 존엄과 명예,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싸움에 나선 러시아 군대와 인민과 언제나 한 전호에 서 있을 것"이라며 푸틴에 대한 지지입장을 공언하기도 했다.
미국 등 서방 정보당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과 군복 등을 비밀리에 제공하고 있다면서 북한 내 항구와 철도역에서의 물자하역 위성사진 등을 공개한 바 있지만 북한은 이를 부인해왔다.
북한은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북러 공조의 수위를 맞춰갈 것으로 전망된다.
전현준 교수는 "러시아는 전략적으로 북한과의 군사·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고 유엔에서 북한편을 드는 쪽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국면이라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