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들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헌법소원 기각
"동물용 백신 사용은 수의사 관리·감독 필요"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약사가 수의사의 처방전 없이 주사제 제형의 동물용의약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약사 A씨 등이 제기한 동물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농림축산식품부 고시) 제3조에 대한 위헌확인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 2023.05.09 mironj19@newspim.com |
A씨 등 동물약국 개설자인 약사들은 수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일부 마취제와 호르몬제, 항생·항균제 등 주사제 제형의 동물용의약품을 판매해왔다.
그러던 중 2020년 11월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해당 동물용의약품을 수의사의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이에 A씨 등과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소비자 B씨 등은 해당 고시가 직업수행의 자유, 평등권,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2021년 2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헌재는 해당 고시 조항이 약사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주사용 제제는 경구용 제제와 달리 소화기를 거치지 않고 주입돼 약효가 빠른 장점이 있는 반면 특별히 안전하게 사용돼야 한다"며 "'주사용 항생물질 제제'는 경구 투여용 항생물질 제제보다 체내 잔류 현상이 심각하고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주로 백신에 해당하는 '주사용 생물학적 제제'는 예방접종을 하게 되는 동물의 특성 및 예방접종시기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동물용의약품을 동물약국 개설자가 판매하기 위해 수의사 등의 처방전을 갖추도록 한 것은 동물용의약품 오·남용 및 그로 인한 부작용 피해 방지와 국민의 건강 증진 도모라는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의 근거 규정인 약사법 제85조 7항의 내용에 비춰볼 때 심판대상조항은 약사인 약국개설자의 동물용의약품에 관한 전문성을 기본적으로 인정하는 전제에서 입법된 것"이라며 "약사법은 동물병원이 없는 도서·벽지의 축산농가 등에 동물용의약품을 판매하는 경우 수의사 등의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있는 특례규정도 두고 있어 동물약국 개설자에 대한 과도한 제약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백신의 부작용은 외견상 건강해 보이는 개체에서도 발생할 수 있어 부작용 발생 여부를 쉽게 예측할 수 없고 발생경로와 작용도 다양해 그 사용에 있어 전문지식을 가지는 수의사 등의 판단이 필요하다"며 "백신 주사 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곧바로 필요한 조치를 할 필요성과 관련 폐기용품의 처리도 안전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동물용 백신의 사용은 수의사 등 전문가에 의해 관리·감독돼야 그 안전성이 보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동물보호자인 청구인들과 같은 동물용의약품 소비자는 심판대상조항의 직접적인 규율대상이 아닌 제3자에 불과해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B씨 등의 청구는 각하했다.
헌재 관계자는 "수의사 처방제도 도입 이후 그 관련 규정이 동물보호자와 법적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 및 약사인 동물약국 개설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해 판단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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