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례 임의 매도 후 "증여 부동산" 주장
"피해회복 전혀 안돼…실형 선고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종중이 소유한 부동산을 임의로 팔아 넘겨 14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한 종친회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승정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A(74)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법원 로고. 2020.03.23 pangbin@newspim.com |
A씨는 1993년부터 2020년까지 B종친회 대표를 지내면서 종중이 소유한 구미시 소재 부동산 4곳을 임의로 매도해 종중 재산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범행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종중 소유 C부지를 임의로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후 받은 8300만여원의 매매대금을 횡령했다. 이듬해에는 또다른 종중 부지를 5900만원, 2017년 2억6400만원, 2020년 10억1500만여원에 차례로 팔아 총 횡령액이 14억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 과정에서 종중이 임시총회를 개최해 부동산 처분을 결의한 것처럼 종중 총회 회의록을 위조·행사한 혐의도 있다.
종중 자산과 자금관리 업무를 총괄하던 A씨는 종중 부동산을 처분해 받은 매매대금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 측은 해당 토지들을 선조로부터 물려받았고 종중에 증여한 사실이 없다며 소유권을 주장했다. 선조가 허위보증인을 내세워 당시 시행 중이던 구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종중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것으로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가 1993년 특별조치법에 따라 1985년 증여를 원인으로 종중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사실이 인정된다"며 해당 토지들이 종중 소유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종중의 대표자 지위를 악용해 4차례에 걸쳐 종중 소유 부동산을 횡령했고 그 과정에서 사문서를 위조하고 행사하기까지 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횡령한 부동산 매각대금 합계액이 14억여원에 이르고 아직까지 피해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비춰 피고인에 대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선조들에 대한 제사를 봉양하고 분묘를 관리하는 등 그동안 나름대로 종중을 관리해온 노고가 있는 점,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고령인 점 등 모든 양형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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