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김선호가 그간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액션 세계관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하얗고 순진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싸움 실력을 갖춘 '귀공자'다.
김선호는 '귀공자'의 21일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첫 스크린 데뷔에 대한 설렘과 긴장을 가득 드러냈다. 심지어 처음 공개된 영화를 속 자신이 연기한 장면이 거의 기억나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귀공자'에 출연한 배우 김선호 [사진=스튜디오앤뉴] 2023.06.15 jyyang@newspim.com |
"기자 분들이 보시고 좋다는 분들도 있고 의문이라는 분들도 있었나봐요. 그래도 칭찬해주시는 부분 감사하고 저도 같이 처음 봤는데 긴장해서 내용이 중간에 기억이 안나요. 첫 영화 개봉이라 모든 게 신기하고 무섭기도 해요. 최초시사 자리에서 무대인사를 하러 나갔는데 객석에서만 보다가 앞에 서니까 또 다르더라고요. 평소에 말을 잘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얼어버렸어요."
2009년 연극 무대로 데뷔한 김선호는 그간 드라마와 TV 예능 등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났다. 그는 영화에 대한 꿈은 늘 있었지만 제안이 많이 없었다며 웃었다. 박훈정 감독을 직접 만나 '귀공자' 얘기를 들었을 때 단박에 수락한 이유였다.
"그동안 딱히 제안이 없기도 했고 예전에 단역 오디션을 한번 봤는데 영화 제작이 취소되면서 못했어요. 한 두개 제안이 온 건 드라마 촬영과 겹쳐서 못한 적도 있었죠. 감독님이 대본을 보기 전에 만나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마녀'의 액션과 '신세계' 같은 작품을 재밌게 봤고 팬이어서 일단 만났죠. 생각보다 젊고 훈남이라는 첫인상이 남아있는데 사진을 안찾아보고 갔거든요. 하하. 위트있게 얘기를 잘 해주셨고 귀공자에 대해서 오랜 시간 동안 설명해주셨어요. 들으면서 이미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대본을 봤을 땐 '와 이런 역을 주셨네' 싶어 기뻤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귀공자'에 출연한 배우 김선호 [사진=스튜디오앤뉴] 2023.06.15 jyyang@newspim.com |
귀공자는 한 마디로 극중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인병기다. 연일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여유로운 몸짓엔 완벽히 훈련된 총격, 육탄전, 카체이싱 기술이 배어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깔끔하게 차려입은 수트와 고급 구두, 고가차 등은 귀공자의 디테일을 완성한다.
"귀공자는 마르코를 쫓는 킬러인데 그간 역할 이미지완 다르게 위트도 있고 다양한 모습이 담겨있어요. 어떨 땐 007 특수 요원같은 모습도 있고 약간은 사이코같은 복합적인 느낌이죠. 매력적인 캐릭터를 원하셨고 제가 킬러나 사이코를 해본 적이 없어 재밌었고 대본 보고 좋았어요. 갑작스럽게 누아르로 무드가 바뀌는 게 조금은 걱정됐다가도 특유의 위트와 특징 덕에 장면 안에서 자유로운 인물이 저로부터 출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조금은 관객들이 설득당하기에 좋은 설정들이 묻어있었거든요."
'귀공자' 관람 후엔 어쩐지 '마녀'처럼 시리즈로 갈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박훈정 감독은 김선호에게도 이같은 암시를 여러차례 해왔다고 했다. 그만큼 감독에게도, 배우에게도, 관객들에게도 여러 모로 신선한 세계관을 그려낸 것만은 확실하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귀공자'에 출연한 배우 김선호 [사진=스튜디오앤뉴] 2023.06.15 jyyang@newspim.com |
"감독님이 '시계태엽 오렌지'라는 작품의 주인공을 캐릭터 레퍼런스로 주셨어요. 귀공자가 왜 시종일관 해맑게 웃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죠. 마르코는 계속해서 쫓기고 그의 불안을 부추기는 귀공자를 연기하면서 상황을 다시 풀어보고 즐기기도 했어요. 귀공자 역시도 마르코처럼 자랐을 수 있고 어떤 킬러집단에서 훈련을 받았고 치장하는 데서 결핍된 심리가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해요. 의뢰를 중간에 가로챌 수도 있고요. 감독님은 혹시나 다음 시리즈가 생긴다면 귀공자가 쫓기고 있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박훈정 감독이 속편 이야기를 꺼낸 점이나, 시끄러웠던 사생활 이슈에도 '귀공자'의 주인공을 변경하지 않은 점, 차기작인 '폭군'에도 그를 캐스팅한 점은 김선호의 가능성을 믿는단 증거다. 김선호는 박 감독과 관객들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모두 한다는 생각이다.
"감독님이 제겐 별 얘길 안하셨어요. 뉴 제작사 대표님과 만난 자리에서 함께 하고 싶다고 지금 상태가 할 수 있겠냐고 물으셨죠. 영화가 미뤄져서 손해를 봤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더 이상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어요. 제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더 폐가 되고 싶지 않단 마음만 컸죠. 연기하면서도 심적으로 힘든 거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고마운 분들께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었죠. 다른 것보다도 스크린에 제가 나온다는 기대와 설렘이 커요. 무섭기도 하고 기대도 되는데 연기 잘한단 얘기보다 이런 장르, 누아르에 추격전에 저런 역할을 하네? 하는 발전 가능성을 봐준다면 기쁠 것 같아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