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일본 소부장 기업 유치 본격화
삼성·SK의 국내 소부장 기업 투자 전략 변동 가능성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정부가 일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유치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해온 국내 소부장 기업 대상의 투자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초 반도체 국가전략회의를 열고 2027년부터 가동될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일본의 소부장 기업을 유치해 국내 기업들과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는 최근 잇따른 한일 정상회담으로 양국 관계가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주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양국의 소부장 수요·공급기업 간 협력 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같이 정부가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과 손을 잡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반도체 산업의 약점이던 소부장의 국산화를 위해 추진한 국내 소부장 기업 대상의 투자를 줄이거나 철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해제됐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국내 소부장 기업보다 높은 기술력을 갖춘 일본 소부장 기업이 국내로 들어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굳이 국내 소부장 기업에 투자할 타당성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위) SK하이닉스(아래) [사진=뉴스핌DB] |
당초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부터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강화 계획을 추진하면서 국내 소부장 중견·중소기업에 2240억원을 투자하는 등 소부장 분야의 일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을 펼쳤다.
SK하이닉스도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양산 연계형 테스트 베드를 만들어 국내 소부장 기업에 공정 노하우와 전문인력 등을 제공해 소부장 분야의 100% 국산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통해 50여개 소부장 기업과 핵심 소부장 품목을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소부장 분야의 국산화를 이뤄내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함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이 수년간 이어져 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국내 소부장 기업에 대한 투자 방향이 최근 급변한 정부의 대일 반도체 정책으로 인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비용과 시간, 기술력 등은 감안하면 언제든 투자 대비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으로 투자 방향을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2019년 이후 국내 소부장 기업들에 대한 투자 확대로 대기업과 기술력이 높아진 소부장 기업들의 생태계가 갖춰진 상황"이라며 "일본 소부장 기업이 국내로 들어온다면 대기업이 일본 소부장 기업과의 협업 비중을 높여 정부 차원의 대기업·소부장 중소기업 협력 등의 관련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국내 소부장 생태계 유지도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아직 소부장 분야 중 일본 의존도가 80%가 넘는 품목이 많다"며 "일본 소부장 기업의 국내 유입으로 국내 소부장 기업에 대한 투자 변동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대기업과 정부가 상생 차원의 투자 확대 및 공급망 다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미·중 반도체 전쟁이 격화한 가운데 앞으로 일본과의 반도체 협력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적정 수준에서 국내에 일본 기업을 유치하며 기술 고도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