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뉴스핌] 이우홍 기자 = 경남 합천군이 합천영상테마파크호텔 건립과 관련 민간시행사의 거액 PF대출금 '먹튀'로 최대 300억여 원의 보증채무 이행 위기가 발생한 가운데 전임군수 재임 당시 불리한 내용으로 체결한 실시협약 및 대출약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군의회를 속인 채 법규정을 어기고 시행사의 사업비 대출지원을 하는 등 당시 고문 변호사의 '실시협약 상 불리한 내용' 지적에도 문제의 조항을 변경치 않고 실시협약의 군의회 통과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천군은 사업시행사인 모브호텔앤리조트(구 합천관광개발 유한회사)와 지난 2021년 9월 7일에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호텔) 건립 실시협약(M0A)'을 맺었다.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조감도 [사진=합천군] 2023.06.06 |
이 협약은 시행사가 자부담 40억원과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 550억 원 등 총 590억원을 들여 호텔을 건립한 뒤 토지를 무상으로 빌려준 합천군에 기부채납하는 조건이다.
시행사는 그 댓가로 호텔을 20년간 무상 사용하며 PF대출금을 갚아나가는 BTO(수익형 민간투자사업) 방식을 실시키로 했으며 합천군은 그 해 10월 18일에 합천군의회로부터 실시협약 동의절차를 거쳤다.
해당 시행사는 이 실시협약을 토대로 12월 초에 메리츠증권을 비롯한 PF금융 대주단과 대출약정을 체결하고 합천군으로부터 PF 자금조달계획 승인을 받아 사업비대출 절차를 완료한 뒤 사업추진에 들어갔다.
그러나 호텔공사가 터파기 단계에 불과한 지난 4월 하순, 시행사 대표 K씨가 이 사업 PF대출금 550억원 가운데 공사비 외 부대사업비 250억원의 상당액을 인출해 잠적했다.
이로 인해 전체 대출금 채무에 보증을 섰던 합천군이 보증채무 이행을 해야 하는 위기를 맞았다.<뉴스핌 5월 31일자 단독보도>
가장 큰 문제는 합천군이 주민 대의기관인 합천군의회를 속이고 관련 법규를 어기면서 시행사의 PF대출금 채무에 보증을 서는 계약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합천군의원들은 "그 당시 군의회에 제출된 실시협약 동의안에는 이 사업 대출금에 대해 합천군이 채무보증을 서는 것으로 이해되는 내용이나 문구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합천군 관계자는 "실시협약과 시행사와 금융대주단이 체결한 대출약정서를 묶어보면 기한 내에 시행사와 호텔위탁운영사 간의 운영계약서가 제출되지 않을 경우 '기한의 이익상실', '대체사업자 선정', '합천군의 손해배상' 등이 약정돼 있다"고 말했다.
실시협약서에는 합천군의 채무보증 내용이 직접 규정돼 있지 않지만, 실시협약을 토대로 체결된 대출약정과 함께 해석하면 합천군이 채무보증자라는 해명이다.
이 같은 시행사의 거액 먹튀사태 발생 및 지난달 31일까지 ㈜롯데호텔의 운영계약서가 제출되지 않아 금융대주단에서 피해를 입을 경우 합천군이 손해배상토록 약정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시협약 동의안 심의 당시 군의회 회의록에도 이 사업대출금 채무보증 사실에 대해 합천군 집행부가 보고했거나 군의원들이 질의한 사실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이후에도 합천군이 군의회에 채무보증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숨겨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합천군이 이 사업의 채무보증 사실을 군의회에 속인 상태에서 실시협약 동의절차를 거쳤고, 시행사는 이 실시협약의 토대로 합천군에 불리한 내용이 담긴 대출약정을 금융대주단과 체결, 이번 먹튀사태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합천군의 이 같은 업무처리는 '지자체가 법령과 조례에 규정된 예산 외의 의무부담을 할 때는 미리 지방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한다'는 지방자치법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다.
여기에 당시 N고문변호사가 계약 핵심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했는 데도 합천군은 해당문구를 수정하지 않은 채 군의회에 제출하면서 실시협약 통과를 강행하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21년 9월 7일 영상테마파크호텔 건립사업 주무관청인 합천군과 민간 시행사인 모브호텔앤리조트(당시 법인명= 합천관광개발 유한회사)가 실시협약을 맺고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한 모습. 2023.06.06 |
N변호사는 뉴스핌의 당시 문제점 지적내용 질문에 "자문내용은 그 때 서류로 군에 전달했다"고만 대답했다.
이에 대해 합천군 관계자는 "지난 5월 31일 경남경찰청에 시행사 관계자들을 고발했으며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여서 자문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다른 문제는 합천군이 550억원의 채무보증자인데도 대출약정서에서 당사자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데다, 약정내용에서도 이번 먹튀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견제·감독수단을 거의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식적 이해가 되지 않는 합천군의 채무보증 행위가 결국 이번의 거액 먹튀사태를 초래했다는 비난이 지역사회에 확산되면서 각종 의혹의 루머도 나돌고 있지만 당시 사업 행정업무를 처리했던 군 관계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문준희 전 군수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내가 처리한 업무도 있고, 모르는 일도 있다"면서 "자세한 내용을 파악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당시 결재라인의 나머지 전·현직 공무원들도 "패싱당했다", "실무자가 처리했는데, 잘 모르겠다", "현재 담당부서 공무원에게 물어보라"며 정확한 답변을 회피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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