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내 흥행 프랜차이즈 영화 '범죄도시3'에 출연한 배우 이준혁이 머리와 몸을 모두 쓰는 전천후 빌런으로 활약한다. 미남배우의 이미지를 넘어 그는 거대한 체구에 권력까지 손에 쥔 악독한 캐릭터를 빚어냈다.
이준혁은 '범죄도시3'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통해 국내에서 가장 흥행한 프랜차이즈 신작에 출연하는 소감을 말했다. 그가 연기한 주성철은 거대한 체격과 덩치로 대변되는 물리적 힘과 지능, 권력을 모두 갖춘 나쁜놈이다.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악역의 전사나 사연이 거의 나오지 않는데 그런 포인트가 재밌기도 했어요. 약간 무서운 게 사회화가 안 된 사람들이 행하는 악행과 사회화가 충분히 된 사람들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행하는 악행이 다르다는 거죠. 제가 연기한 주성철은 인간으로서 예의와 규율을 이용해서 악행을 저지르죠. 그 전에 캐릭터들은 어떻게 보면 안쓰러운 상황이 있을 때도 있는데 주성철은 악을 선택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행하는 사람이에요. 기회가 있었음에도 악을 택했다는 점이 무섭게 다가오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범죄도시3'에 출연한 배우 이준혁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2023.05.31 jyyang@newspim.com |
이준혁이 '범죄도시3'의 빌런으로 낙점되면서, 영화의 제작자이자 주연인 마동석은 그에게 20kg나 체중 증량을 요청했다. 이준혁은 이 과정이 꼭 필요한 과정이었음에 공감하면서도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다"면서 웃었다.
"외적으로 이미 그려진 빌런상이 있었어요. 저한테도 살을 찌워달라 몸을 키우라는 말을 해주셨고 자연스럽게 납득이 됐어요. 마석도와 싸우려면 몸이 커야하니 완전히 동의했어요. 외적으로 검은 피부로 그간의 거친 인생을 좀 드러내고 싶었고 골프도 많이 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주성철에게 어울리는 걸 준비하는데 저는 태닝 기계를 무서워하거든요. 잘 타지도 않는데 굉장히 여러번 기계에 들어가야 하는 게 압박이었죠. 풍채를 키우니 걸음걸이도 바뀌더라고요. 외모가 바뀌면서 주변 사람들의 리액션도 달라지는 것도 경험했고요."
주성철은 마석도(마동석)와 나란히 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풍채는 물론, 더 큰 키에서 오는 위용도 느껴진다. 주성철이 똘마니 두 명과 함께 액션을 할 땐 마석도 이전의 최종빌런의 이미지를 제대로 풍겼다. 헤어나 의상으로 표현되는 느낌도 주성철 캐릭터의 한 부분이었다.
"영화 보신 여러 분들이 은갈치 정장 얘기를 하시는데 예상을 못했어요. 그 의상이 이상용 감독이 가장 좋아해서 처음 컨펌한 옷이었거든요. 저는 사실 은갈치라는 게 뭔지도 몰랐는데 굉장히 인상적인가봐요. 오히려 다른 아이디어 중에는 세련되게 입어볼까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그게 좀 만화적이지 않았을까 싶었죠. 최근에 '존윅' 봤는데 악역이 정말 화려한 의상을 계속 입고 나오더라고요. 또 너무 멋있게 입고 나오면 영화에선 튈 것 같기는 해요. 그래서 은갈치를 주장하셨는지도 모르죠. 그렇게 이상한 건가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범죄도시3'에 출연한 배우 이준혁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2023.05.31 jyyang@newspim.com |
영화 속 주성철은 첫 등장 장면부터 관객들의 고개를 젓게 한다. 중간에 정체가 밝혀지는 신에선 치가 떨릴 정도다. 주성철의 악행은 여느 악독한 빌런과는 또 다른,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분노와 좌절을 동반한다.
"첫 등장 신은 사실 촬영 후반에 찍었어요. 주성철이 그때 그렇게 화가 나진 않았을 거예요. 다만 무서운 건 사람을 그냥 일처리하듯이 대한다는 거죠. 늘 뒤처리 해주는 사람이 있었을거고 별 일 아니라는 태도가 끔찍하죠. 정체가 드러나는 신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어떻게 보면 초반 신과 비슷해요. 마석도를 당당하게 대면하는데 '아주 작은 일이 일어났네, 별거 아니지. 해결할 수 있어'라는 느낌으로요. 화는 나죠. 눈 앞에 300억 있는데 왜 이렇게 괴롭히나. 설레는 기분만큼 짜증이 났을 거예요. 얜 또 뭐야 형사가 와서. 그래도 해결할 수 있지. 이런 식이죠. 마치 주성철의 '운수 좋은 날' 느낌이에요. 계속 플랜B가 있고, 자신감이 있죠."
주성철을 통해 이준혁이 보여주고 싶었던 빌런의 모습은 특별할 건 없지만 '범죄도시3'에 들어맞는 인물이어야 했다. 그는 익숙한 느낌만 가져가기보다 변주가 필요한 시점에 투입된 캐릭터였고 빌런의 구도가 이중으로 확장됐다.
"기존에 소비되던 데 이미지와 다른, 신선도가 중요했어요. 시리즈가 계속 가는데 익숙한 느낌까지 있으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었겠죠. 저 배우가 누구지? 했으면 하는 마음에 외형도 바꾸고 보이스트레이닝도 해서 다른 느낌을 냈어요. 주성철 포스터를 봤는데 까무잡잡하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어요. 그동안 이렇게 했어야 했나 싶어요. 실제로 살이 워낙 잘 찌는 체질이기도 한데 맨날 감량하는게 모순된게 아닌가, 나는 커지는 사람인데 정체성을 숨기고 있었던 게 아닌가? 오히려 그렇게 하면 자유롭지 않을까 생각도 했어요.(웃음) 일단을 이번에 메뉴 하나를 더 열어놓은 거죠. 짜장면만 먹다가 짬뽕 곱배기 같은 걸로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범죄도시3'에 출연한 배우 이준혁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2023.05.31 jyyang@newspim.com |
이준혁은 '범죄도시3'의 시나리오 작업과 제작에 참여한 마동석이 직접 점찍은 배우였다. 작업 과정에서도 무려 14시간 동안 함께 대본을 수정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처음보다 주성철의 지분이 많이 변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이 생각하고 상황마다 어떻게 연기해야하는지 함께 찾아나간 과정이 있었어요. 당연히 타협해야하는 부분이 있지만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죠. 마석도와 액션신에서 저먼 수플렉스 신이 영화적으로 호쾌하게 느껴졌어요. 뒤로 넘기는 기술을 마석도 같은 덩치가 재빨리 뒤로 가서 잡고 넘기는게 멋있게 느껴졌죠. 평소에도 좋아하는 기술인데 마석도에 맞게 표현돼서 더 좋았어요. 마동석 씨는 늘 영화 얘기를 하고 영화를 기획하는 걸 바라볼 수 있는 미래를 갖고 있는 선배예요. 저도 그러고 싶거든요. 순수함을 간직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보고 배우는 재미가 있었죠. 진짜 본보기가 되는 선배였고 그 자체로 감사했어요."
끝으로 이준혁은 '범죄도시' 시리즈가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를 나름대로 짚었다. 그간 여러 캐릭터를 거쳐오면서도 '비밀의 숲' 서동재 같은 얄미운 악역으로 크게 사랑받았던 경험이 최악의 빌런을 그려낸 '범죄도시3'로도 확장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면서도 이준혁은 "저는 드웨인 존슨을 좋아하지만 티모시 샬라메도 좋아한다"고 다양한 작품에 갈증을 드러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늘 흐름을 잘 읽는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의 니즈에 충실하게 가고 있는 것 같고 중간에 길가메시를 등에 업고 마석도도 실제로 점점 세지는 느낌이죠. 결국 대중이 보고 싶어하는 시원함, 지금 필요한 것들을 정말 마석도라는 유일무이한 엄청난 매력의 캐릭터가 잘 전달하는 것 같아요. 저조차도 엄청난 팬이고 얼마나 시원해요. 누구나 맛있어 할 좋은 작품이죠. 그동안 선역을 한 작품이 아쉽게도 성공을 못했어요. 요즘은 365의 형주에게 애정이 가고, '야구소녀'도 그렇고 다음엔 그런 작품들이 잘되면 좋겠어요. 제가 마니아적인 취향으로 고른 작품도 있지만 대중에게 따뜻함을 전할 수 있는 작품을 정말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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