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멤버십 굳히기 들어간 쿠팡
아성 위협하는 도전자 나와주길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유통채널 담당 기자로 쿠팡 관련 기사를 쓴 지 3년이 넘었지만, 국민 5분의 1에 달하는 1100만명이 쓰는 '와우 멤버십'을 돈 주고 써본 적은 없었다.
경험해 보고 기사를 써야 하니 한 달 무료 체험을 해본 게 전부. 그마저도 거의 주문을 하지 않아 혜택을 허투루 날렸다. 급하게 기저귀를 시킬 일도, 생필품을 자주 사는 일도 없는 자취하는 직장인에겐 큰 필요가 없어 보였다.
노연경 산업부 기자 |
처음으로 와우 멤버십 가입해야겠단 생각이 든 건 쿠팡이츠 할인이 포함되면서다. '와우할인으로 2000원 아꼈어요.' 이번 달에만 쿠팡이츠에서 5건의 배달을 주문했는데, 주문할 때마다 5~10% 할인을 해준다니 안 쓸 이유가 없었다.
쿠팡은 지난 4월부터 서울 일부 지역에 이 혜택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이내 곧 서울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했다.
쿠팡이 쿠팡이츠 할인 혜택을 포함 시킨 이유로 '배달 시장 침체'가 꼽힌다.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외식이 늘면서 배달 음식 수요가 줄자 쿠팡이 쿠팡이츠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쿠팡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어 보인다. 쿠팡의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이어진 컨퍼런스 콜에서 "쿠팡이츠 할인 혜택이 앞으로 멤버십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이미 와우 멤버십으로 큰 손해를 보고 있다. 무료 배송과 반품 서비스만 제공해도 멤버십 월 이용료인 4990원보다 훨씬 더 비용을 써야 한다.
그런데 쿠팡은 더 큰 손해를 감수하며 이용자 수를 늘리겠다고 한다. 이미 유통업계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멤버십 요금 인상도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쿠팡은 수익 개선의 대부분이 멤버십 수익이 아닌 운영 효율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끝끝내 '충성고객'으로 만들겠다는 쿠팡의 집요함이 한편으론 무섭다.
완전한 '집토끼'가 됐을 때 쿠팡이 요금을 인상한다고 해도 이탈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들기 때문이다.
최근 유통업계에선 '제2의 멤버십 전쟁'이 시작됐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통합 멤버십 공개 일정을 하루 미루면서 멤버십 개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 3월 통합 멤버십을 새롭게 론칭했고, 홈플러스는 6월 멤버십 제도를 개편한다.
치열한 경쟁은 더 많은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번 멤버십 경쟁이 양질의 혜택 경쟁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