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77% '신고당할 수 있는 불안감 느낀다'
수사 전 교육청 의견 듣는 등 정당한 면책권 마련돼야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교사가 할 수 있는 건 '00아 하지마' 뿐이더라구요. 아동학대 범위가 너무 넓어져서 뭐만 하면 아동학대로 걸릴 수 있거든요"(전직 교사 A씨)
"엄한 이유로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선생님들을 많이 봤다"(9년 차 교사 B씨)
"아동학대에 걸릴까 봐, 악성 민원인에게 찍힐까 봐 소극적 지도만이 가능해서 무기력하다"(5년 차 경기도 교사 박모 씨)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뉴스핌 취재진과 만난교사들은 입을 모아 아동학대죄의 범위로 인해 고소당하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고 토로했다. 정당한 교육활동, 생활지도에 대해 아니면 말고 식, 해코지 식 신고가 늘고 있지만 마땅한 구제책이 없어 조사받는 과정에서 자괴감에 시달리거나 억울한 징계를 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서울 광진구 광장초등학교 교실에서 마스크를 벗은 학생과 착용한 학생이 함께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정일구 기자] |
20대에 꿈에 그리던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지만 최근 의원면직(공무원 스스로 사의를 표함)을 신청한 A씨는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아이를 둔 반을 맡았는데, 다른 학부모님들은 '그 아이를 말려달라' 민원을 넣는데 아동학대의 범위가 너무 넓어져서 뭐만 하면 걸릴 수 있기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라며 "정작 아이의 학부모께 개인적으로 지도해달라고 말씀드리면 돌아오는 대답은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는 대답이었다. 정작 저는 어디에 이야기할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 전화만 와도 가슴이 철렁하고 언제 아동학대로 고소당할까 마음 졸이면서 사니까 아이들을 지도할 때도 무기력해졌다"며 "이렇게 평생 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의원면직을 신청하게 됐다"고 했다.
경기도에서 교사 일을 5년째 지속하고 있는 20대 후반 교사 박모 씨 또한 "생각보다 말도 안 되는 민원과 신고가 많아 지도가 거의 불가능하다"라며 "매우 소극적 지도만이 가능해 무기력할 때가 많아 내 자식은 절대 교사를 시키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제정된 아동복지법은 교사들에게는 '저승사자법'으로 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는 단순 주장만 있으면 수사 기관에 신고돼 전수조사, 교사 분리 등 조치가 진행된다. 이로 인해 무혐의 결정이 나더라도 학교 내 낙인이 찍히거나 담임 교체, 직위해제 등 강도 높은 처분이 결정 난다. 이후 경찰 조사나 소송비 부담을 견디는 것도 오롯이 교사의 몫이다.
서울 동작구 서울공업고등학교에서 열린 2021학년도 서울특별시 공립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유치원 ·초등)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 제2차 시험에서 응시생들이 배치도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백인혁 기자]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올해 1월 전국 유‧초‧중‧고 교원 552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교원들은 아동학대 신고 불안에 늘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한 교원의 77.0%는 '교육활동 또는 생활지도 과정 중에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아동학대 신고를 직접 당하거나 동료 교원이 신고당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47.5%에 달했다.
교육단체는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기 위해 정당한 법적 면책권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총이 스승의날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정당한 교육활동‧생활지도는 민‧형사상 면책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응답이 96.2%로 압도적이었다. 또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방안으로 '고의 중과실 없는 교육활동, 생활지도에 법적 면책권 부여'(42.6%)가 꼽혔다.
이와 관련, 교총은 최근 '생활지도 면책권 부여'를 골자로 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전달했다.
개정안에는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범죄로 보지 않는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교원이 수사받기 전에 소속 교육청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아동학대 신고가 무고 등 허위 사실로 밝혀지면 신고자를 업무 집행 방해 또는 업무 집행 방해죄로 고발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