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양조위와 왕이보 주연의 '무명'이 아트무비와 스릴러 액션, 로맨스를 오가는 묘한 줄타기로 한국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무명(Hidden Blade)'이 베일을 벗었다. 양조위와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춰온 청얼 감독의 신작으로 대륙의 라이징스타 왕이보가 합류했다.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넘어 중국의 영제(影帝)라 불리는 세계적인 무비스타 양조위와 한국에서 데뷔했던 K팝 아이돌 출신 왕이보의 세대 교체 스파이액션을 만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무명'의 한 장면 [사진=㈜콘텐츠판다] 2023.04.19 jyyang@newspim.com |
◆ 숨 막히는 시대적 긴장감…양조위·왕이보 불꽃튀는 연기열전
1941년, 진주만 폭격 이후 중국 상하이까지 일본이 점령한다. 몇년 전 광저우 폭격을 직접 겪었던 허 주임(양조위)은 비밀 조직 소속으로 일본인 와타나베 경관 아래에서 일한다. 예 선생(왕이보) 역시 허 주임과 비슷하게 주변으로부터 매국노 소리를 들어가며 첩보 업무를 수행한다. 공산당과 국민당, 제국주의가 뒤섞인 상황 속 두 사람은 각자의 사정으로 고뇌하고 자신만의 선택을 향해 나아간다.
양조위는 허 주임 역으로 미소를 띤 선한 얼굴과 깊은 고독과 고민에 휩싸인 표정을 오간다. 수많은 로맨스, 액션 영화를 거쳐온 최고의 배우답게 눈빛 하나만으로 영화를 지배한다. 탁탁대는 그의 구둣발 소리, 집중해서 글씨를 쓰는 모습, 소매에 튄 핏자국을 닦는 장면은 다소 불친절한 전개방식 속에서도 순식간에 관객들의 집중력을 자극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무명'의 한 장면 [사진=㈜콘텐츠판다] 2023.04.19 jyyang@newspim.com |
왕이보는 한국에서 데뷔한 이력이 있는 K팝 아이돌 출신으로, 중국 본토에서 BL 드라마 '진정령'으로 스타덤에 오른 젊은 배우다. 훤칠하고 매끈한 얼굴, 훌륭한 피지컬이 '무명'의 액션에 스타일리시하면서도 묵직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양조위와 마주하는 신이 거의 없다시피함에도, 후반부 길게 이어지는 액션 시퀀스에서 부딪히는 강렬한 카리스마가 인상적이다. 아시아의 새로운 액션스타의 탄생을 예감케한다.
◆ 조각난 플래시백과 사건의 이음새…예술적 표현·액션·스릴러 조화
'무명'은 선이 굵고 짙은 스파이 액션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각 신과 사건들은 순차적으로 등장하지 않고, 조각조각난 플레시백으로 참신한 구성을 표방한다. 여기에 양조위, 왕이보의 깊은 눈빛과 특유의 분위기가 만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 영화는 어디로 흘러가는지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두 사람과 함께 일하는 탕 선생, 와타나베 경관, 미스 천 등 등장인물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역시도 미스터리를 끌고가는 한 축이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무명'의 한 장면 [사진=㈜콘텐츠판다] 2023.04.19 jyyang@newspim.com |
무엇보다도 일제강점기라는 아픔을 중국과 함께 겪은 입장에서 시대적 상황이 주는 애달픈 감정만은 깊이 공감할 수 있다. 사랑과 나라,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인물들은 시종일관 지나치게 말이없고 고뇌에 빠져있다. 친절하고 쉬운 설명과 나열 대신, 기억의 조각을 맞추듯 완성되는 퍼즐식 구성은 영화의 예술적 감흥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양조위와 왕이보의 깊은 눈빛, 짙은 고뇌, 조각조각난 사건의 이음새를 맞춰가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청얼 감독은 '무명'을 통해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 없는 시대를 관통하는 진실이 어떤 모습인지를 가만히 바라보게 만든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