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중국 자동차의 러시아 내 판매량이 급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외국 메이커들이 떠나며 생긴 공백을 중국 기업이 대체하고 있다.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은 유럽비즈니스협회(AEB)가 21일 발표한 자료를 인용, 지난해 러시아의 신차 판매량이 68만 7400대로 집계됐다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8.85% 급감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신차 생산량은 31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신차 판매액 또한 52% 감소하면서 1조 5000억 루블(약 25조 9500억원)에 그쳤다.
신차 판매량 급감은 외국 자동차 업체들이 러시아를 떠난 결과다. 자동차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뒤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면서 신차 시장에 충격을 줬다.
실제로 토요타자동차는 지난해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자동차 생산 중단을 선언했고, 르노자동차는 그보다 앞선 5월 러시아 내 모든 자산을 매각했다. 비공식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폴크스바겐과 혼다·포드·BMW·벤츠·GM·볼보 등 다수 완성차 업체가 러시아로의 자동차 수출 및 판매를 중단했고, 러시아 현지 공장의 가동 역시 중단했다.
[사진=바이두(百度)] |
전통 강호들이 떠난 빈자리는 중국 업체들이 차지했다. 러시아 시장조사기관인 오토스탯(Autostat)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자동차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3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전의 9% 대비 4배가량 확대된 것이다. 중국산 자동차의 러시아 내 판매가격도 53~73%로 크게 높아졌다.
반면 한국 브랜드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28.3%에서 11.2%로, 유럽 브랜드 점유율은 28.3%에서 7.3%로, 일본 브랜드 점유율은 17.9%에서 6.6%로 감소했다. 미국 브랜드 점유율 역시 1.1%에서 0.9%로 줄었다.
러시아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중국 자동차 판매량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러시아 현지 매체 '자동차상업평론'은 중국 자동차 판매점의 급속한 확장은 러시아의 중국 차 수요가 왕성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러시아가 중국에서 수입한 자동차는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11만 7000대로 중국이 러시아의 주요 자동차 수입국이 됐다. 러시아 내 중국 자동차 브랜드 판매 대리점은 1041개로 러시아 전체 자동차 판매 대리점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으며, 지난해 러시아에 신규 개설된 중국 자동차 브랜드 매장도 487개에 달했다.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자동차 리스회사나 택시 업계에서도 중국차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매체 환추왕(環球網)은 러시아 최대 차량호출 플랫폼인 얀덱스(Yandex)가 지난해 7월 이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주요 도시에 지리(吉利)·치루이(奇瑞) 등 중국 브랜드 차량을 공급했다며, 올해도 중국 차량 공급을 계속해서 늘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환추왕은 또한 러시아 자동차 업계 전문가를 인용,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현재는 러시아에 중저가 자동차를 주로 판매하고 있지만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유럽 브랜드를 뛰어넘었다며, 따라서 더 많은 브랜드들이 러시아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러시아 시장 내 중국 자동차의 평균 판매가격은 180만~350만 루블 대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