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하미 마을 주민 135명 학살"
피해자·후손, 55년 전 희생자 넋 기려
소송 승소한 퐁니마을 피해자 참석
[하노이=뉴스핌] 유명식 특파원 = 지난 14일(현지시간) 오전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Dien Ban)현 하미 마을 베트남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비.
언론보도를 통해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인근 퐁니(Phong Nhi) 마을 주민 응우옌 티 탄(Nguyen Thi Thanh·63·여)씨가 하미 마을 주민들의 추도식을 무겁게 지켜보고 있었다. 탄 씨는 지난 7일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따른 피해를 한국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법원의 판결을 이끌어낸 주인공.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단 그는 일주일 전 판결을 축하하는 하미 마을 주민들의 손을 꽉 잡으며 그들을 위로했다.
[하노이=뉴스핌] 유명식 특파원 = 14일(현지시간) 베트남 꽝남성 하미마을 주민들이 베트남전쟁 당시 민간인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도식을 열고 있다. VN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쳐. 2023.02.15 simin1986@newspim.com |
15일 베트남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와 탄 씨의 소송을 도운 '한-베트남평화재단' 등에 따르면 추도식이 열린 하미 마을에서도 55년 전인 1968년 2월 한국군에 의해 여성과 어린이 132명 등 민간인 135명이 숨졌다고 한다. 이 사건은 한국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 신청서가 접수돼 있는 상태다.
이날 추도식은 이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하미 마을 주민들과 한베평화재단이 마련한 행사다.
한베평화재단 관계자 등 한국인 37명이 함께한 추도식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베트남 전통 의식으로 진행됐다.
당시 피해자였던 쩐 티 투(85·여)씨는 분향 뒤 "나는 오른쪽 다리에 장애를 얻고 아들과 딸을 잃었지만, 진실한 한국인들이 다시 찾아와 향을 피우면서 과거는 점차 종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뉴스핌] 유명식 특파원 = 베트남전쟁 당시 오른쪽 다리에 장애를 입은 베트남 꽝남성 하미마을 주민(왼쪽)이 14일 현지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부축을 받아 헌화하고 있다. VN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쳐. 2023.02.15 simin1986@newspim.com |
한베평화재단 강우일 회장은 편지를 통해 '부끄러운 일이여, 오늘 이 자리에 서서 우리는 그런 말밖에 할 수 없다'며 '135명의 삶은 그 고통스러운 날에 멈췄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추모제를 지켜본 응우옌 티 탄씨는 전날(13일) 한베평화재단 관계자들을 만나 "1심 승소를 통해 희생자들이 위로와 안식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티 탄씨는 법정에서 당시 참상을 증언해 준 참전 군인의 안부를 물으며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고 한다. 탄씨는 2심과 대법원에서도 승소하면 "한국 정부와 참전 군인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일 티 탄씨가 한국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000만100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1심이기는 하지만,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가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첫 사례였다.
티 탄씨는 8살이던 1968년 2월 12일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서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소속 군인들에 의해 총상을 입고 가족이 살상 당했다며 2020년 4월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노이=뉴스핌] 유명식 특파원 = 14일(현지시간) 베트남 꽝남성 하미마을 주민들이 연 베트남전쟁 희생자 추도식에 가족들과 참석한 응우옌 티 탄(왼쪽)씨가 무거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VN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쳐. 2023.02.15 simin1986@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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