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정치 북한

속보

더보기

[이슈분석] 노동신문 1면에 "굶어 죽고 얼어 죽을지언정..." 표현까지 등장 왜?  

기사입력 : 2023년02월15일 07:48

최종수정 : 2023년02월15일 07:48

심상치 않은 올 겨울 북한 식량 사정
아사자 속출 소문 흘러나오자 긴장
김정은에 쏠리는 불만 차단에 안간힘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 내 식량 사정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노동신문이 "굶어 죽고 얼어 죽을지언정 절대로 버려서는 안되는 것이 자주, 자존의 정신"이라며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식량 부족 사태가 이어지는데도 외부지원 등을 거부한 채 버텨온 김정은 체제가 극한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란 우려도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 나온다.

노동신문은 14일 1면에 장문의 기사를 싣고 "역사에는 처음에는 독자성과 자립성을 운운하다가도 제국주의자들의 강권과 전횡 앞에 한 걸음, 두 걸음 양보하고 타협하던 나머지 굴종과 예속의 길로 굴러 떨어진 나라들이 한 둘이 아니다"며 자주⋅자존의 원칙을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 농촌 지역의 추수하는 모습. 연출된 것으로 보이는 이런 장면과 달리 북한의 식량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사진=평양타임스] 2023.02.15 yjlee@newspim.com

노동신문은 또 "아직은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을 열어나가는 데서 극복해야 할 문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며 "그러나 그 어떤 힘도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전진하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없고 우리를 질식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런 보도가 주목받는 건 식량 문제 등을 둘러싸고 최근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겨울 들어 식량 부족상황이 심화되고 특히 이달 들어 개성시와 평북 신의주⋅구성 등지에서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관측이 대북 소식통들에 의해 제기되면서 정부 당국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사와 함께 동사자 발생설까지 흘러나온다.

개성의 경우 굶어죽는 사람이 잇달아 나오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간부를 현지에 파견해 사태파악에 나섰다는 말까지 나온다.

대북 전문매체인 데일리NK는 14일 보도에서 "최근 신의주시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가족 전체가 허기로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세대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성시에서는 이달 초 가족 3명이 굶어 쓰러진 채로 발견됐는데, 7살짜리 아이의 경우 숨이 멎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사설이 제기된 지역이 북한에서는 먹고사는 형편이 나쁘지 않은 곳이란 점이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1년 6월 17일 노동당 제8기 3차 회의에서 식량 긴급 방출을 지시하는 특별명령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3.02.06 yjlee@newspim.com

아사 및 동사자가 나왔다는 소문이 번지는 상황에서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1면에 장문의 기사를 싣고 "굶어 죽고 얼어 죽을지언정..." 같은 표현을 쓰고, '질식'이나 '허리띠' 같은 단어를 동원해 긴장 수위를 높이자 정부 당국자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김정은이 2021년 6월 평양에서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노동당 제8기 3차 회의를 열어 식량 긴급 방출을 지시하는 특별명령서를 공개했던 당시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수 북한연구소 소장은 15일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강조하는 북한에서 노동신문의 문구는 있는 그대로의 상황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며 "쉬쉬하고 감춰봤자 상황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위기를 드러내 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우리 공화국이 남들 같으면 열 백번도 주저앉고 지리멸렬되었을 극악한 봉쇄가 지속된 상황에서도 견디어 냈다"며 위기 극복을 주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는 식량부족 등 어려움이 미국의 대북제재 때문이란 북한 당국의 주장이 깔려있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핵과 미사일에 올인하면서 제재를 자초한 김정은을 향해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식량난으로 인한 불만이 김정은에게 쏠리는 걸 막기 위해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를 통한 선전⋅선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8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군 창건 75주년 열병식. [사진=조선중앙통신] 2023.02.09 yjlee@newspim.com

노동신문의 글은 김정은 체제 군사노선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치열한 사회주의 수호전에서 연전연승을 이룩할 수 있은 것도 허리띠를 조이면서 자위의 보루를 억척으로 다져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 당이 마련해준 무적의 군력이 없었더라면 우리 인민의 운명은 이미 오래전에 살길을 찾아 정든 고향을 떠나는 여러 나라 피난민들의 비참한 처지와 다를 바 없었을 것"이라면서 노동당과 김정은에 대한 신뢰와 충성을 촉구했다.

이어 노동신문은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북한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언급한 뒤 "무적필승의 막강한 군력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 인민은 필승의 신심을 백배하며 광활한 미래를 향하여 힘차게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북한이 혹한의 추위 속에서도 수 개월간 군 병력과 장비는 물론 주민⋅학생 등을 동원해 군사 퍼레이드 준비에 매달려온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내부 식량사정은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정황이 속속 드러난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식량증산을 강조하는 북한의 선전포스터. [사진=조선중앙통신] 2023.02.15 yjlee@newspim.com

북한은 이달 하순 식량 문제를 단일 의제로 노동당 전원회의를 소집할 것임을 예고한 상태다.

이 회의 개최 방침을 밝힌 노동당 정치국의 지난 5일자 결정서는 "농업의 올바른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당면한 농사에 필요한 해당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고 절박한 초미의 과제"라고 밝혀 사정이 녹록지 않음을 내비쳤다.

김영수 소장은 "전원회의 소집이나 노동신문의 글은 '당도 우리 어려움을 알고 있구나'라는 시그널을 주민들에게 주려는 의도도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의 불만을 누그러트리고 노동당과 김정은에 대한 충성 유도와 체제결집을 꾀하려 한다는 것이다.

주요 식량생산 지역이나 모범적인 협동농장 등을 중심으로 곡물증산을 위한 분위기 띄우기에 나선 상황도 감지된다.

노동신문은 15일 보도에서 하루 전 황북 사리원시 미곡리문화회관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출생(2.16) 81주년을 맞아 농업 근로자들과 농근맹원들의 경축모임이 열린 사실을 전하면서 "농사를 과학·기술적으로 지어 당이 제시한 알곡 생산목표를 기어이 점령하며 축산물과 과일, 온실 남새와 버섯 생산을 늘려 인민들이 실지 덕을 보게 하자"는 결의가 이뤄진 사실을 전했다.

통일부는 북한 식량 상황과 관련해 지난 6일 구병삼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2022년도에 451만t이었고 이는 2021년에 비해 3.8% 정도 감소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yjle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외교부 1차관 인사 충격파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국장급에서 일약 차관으로 직행한 박윤주 외교부 1차관 임명에 외교부가 술렁이고 있다. 외교부 조직과 인사를 총괄하는 책임자인 1차관에 현재 실장급(1급)보다 후배 기수인 박 차관을 전격 기용한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 중이다. 이번 인사는 파격을 넘어 충격에 가깝다. 박 차관은 전임 김홍균 1차관보다 외무고시 기수로 11기 아래이며 나이도 9살이나 어리다. 박 차관이 미국 관련 업무를 오래했다고는 하나 본부 주요 국장도 거치지 않았고 공관장도 특명전권대사가 아닌 총영사를 지냈다. 기수나 나이, 경력 모든 면에서 전례가 없는 인사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박윤주 신임 외교부 1차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 첫 출근을 하고 있다. 2025.06.11 gdlee@newspim.com 퇴직한 외교관 출신의 한 인사는 "차관이 실장보다 후배였던 경우는 외교부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면서 "이 정도 인사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보성 출신인 박 차관은 민주당 정부에서 요직을 거쳤다. 노무현 정부 출범 때 정권인수위원회를 거쳐 이종석 당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밑에서 일했다. '자주파·동맹파 파동'으로 외교부 북미국장에서 물러난 위성락 현 국가안보실장도 당시 NSC에서 함께 일했으며, 위 실장이 주미 대사관 정무공사일 때도 워싱턴 공관에서 함께 근무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미국 심의관과 인사기획관을 거쳐 애틀랜타 총영사로 임명됐지만, 1년여 만에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교체됐다. 외교부가 술렁이는 이유는 단순히 의외의 인물이 발탁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 차관 임명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전례없는 파격 인사로 조직에 충격을 가하고 강도 높은 조직 개편과 체질 개선을 추진하기 위한 인사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민주당 정부가 집권했을 때마다 개혁의 대상이었으며, 실제로 외교부를 '손보려는' 시도도 자주 있었다. 노무현 정부때는 중앙인사위원회·행정자치부 출신의 차관을 임명해 조직 개편을 시도했고, 문재인 정부 때는 주미 대사관의 한·미 정상통화 유출사건을 계기로 외교부 내 '친미 라인'을 제거하기 위해 과도한 징계를 가해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외교부의 한 중견 간부는 "이번 차관 인사가 태풍의 전조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외교부 내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박 차관 임명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신선한 충격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opento@newspim.com 2025-06-11 16:23
사진
[이재명의 사람들]김현지 총무비서관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주일이 지난 가운데 비서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급 인선도 추가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재명 대통령 인선의 핵심은 '실용'이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해야 하는 정부인 만큼 기존에 손발을 맞춰온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성남·경기라인 인물들은 정부 요직에 내정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총무비서관으로 내정된 김현지 전 보좌관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 전 보좌관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때 시민운동을 하면서 인연이 닿았다. 대학 졸업 직후인 1998년 당시 변호사이던 이 대통령이 설립을 주도한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으며 이곳에서 집행위원장, 사무국장 등을 거쳤다. 이 대통령이 정치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던 성남시립병원 설립 운동도 함께했다. 성남시립병원추진위원회에서 사무국장을 역임한 것. 이후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에도 시민운동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2011년 성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환경·도시 전문가 등이 주축이 된 민관 협력 기구 '성남의제21'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2018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후에야 도청 비서관직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이 대통령을 보좌하기 시작했다. 김 전 보좌관은 '그림자 보좌'로 유명하다. 본인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성향이다. 시민운동가로 활동할 때는 지역 언론 인터뷰에도 응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이 대통령이 국회에 입성한 이후에는 언론 노출을 지양해왔다. 또한 김 전 보좌관은 이 대통령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김 전 보좌관은 리스크 관리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사전에 차단하려고 하고 조심성이 강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각각 대장동 사건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면서 당직을 내려놓은 영향도 있다. 김 전 보좌관이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의 자리를 대체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김 전 보좌관이 맡게 될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 예산을 총괄하는 직책으로 공무원 직제상 1급에 해당한다. 특히 대통령실 2급 이하 행정관 등 실무진 인사에 관여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수석급 인선에는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강유정 대변인 등 비교적 친명(친이재명) 색채가 옅은 통합형 인재를 등용하는 한편 실무라인에는 김 전 보좌관처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복심'들을 배치하고 있다. 대통령실 1부속실장에 내정된 김남준 전 당대표 정무부실장, 의전비서관의 권혁기 당대표 정무기획실장, 인사비서관의 김용채 전 보좌관 등이 대표적이다. 원외에서 이 후보를 후방지원한 더민주전국혁신회의 핵심인물들도 이재명 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용조 혁신회의 집행위원장은 대통령 국가안보실 비서관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강위원 혁신회의 상임고문은 전남 경제부지사에 내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 정부와 더 긴밀히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heyjin@newspim.com 2025-06-11 17: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