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아, 한화솔루션에서 분리
삼남 김동선 본부장 독자경영
유통·리조트 매출 비중 1.8%
유통부문 대형 M&A 가능성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독자경영 노선에 돌입한 한화그룹 3남 김동선 전략본부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신사업을 총괄하고 있지만 그룹 내 영향력은 아직 미미한 만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우거나 신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전략본부장 [사진=갤러리아] |
◆세계시장 돌며 신사업 발굴 매진
한화솔루션은 13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갤러리아부문 인적분할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한화솔루션의 한 사업부문이었던 갤러리아는 내달 1일부터 지주사인 ㈜한화의 자회사로 변경된다. 지난 2021년 4월 한화솔루션에 합병된 지 2년 만에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마치고 별도 법인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한화그룹의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초점은 김동선 본부장에 맞춰져 있다. 김동선 본부장은 그간 그룹 내 승마사업을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서는 일이 드물었다. 그러다 지난 2021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전략부문장(전무)을, 지난해 갤러리아에서 신사업부문장을 본격적으로 외부 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을 직접 돌며 신사업 발굴 및 사업성 검증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대표 햄버거 브랜드인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사업권을 획득한데 결정적 역할을 맡은 것이 대표적이다. 두 형과 함께 글로벌 경영 행보에도 적극적이다. 지난달 열린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부사장과 함께 참석했다. 김 본부장의 다보스포럼 참석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다보스포럼 직후 스페인으로 날아가 한화가 직접 운영하는 이베리코 농장으로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섰다. 갤러리아는 올 하반기 이곳에서 생산된 프리미엄 이베리코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유통·리조트 사업 그룹 내 매출비중 1.8%...M&A 나서나
재계에선 파이브가이즈나 이베리코 수입은 앞으로 김 본부장이 보여줄 경영 행보 중 걸음마 단계로 보고 있다. 삼형제간 경영 승계 밑그림이 대강 완성된 가운데 아직 김 본부장의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승계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한화에너지는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율을 보면 김동관 부회장이 50%,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본부장이 각각 25%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형제간 승계 비율에 대략 50대 25대 25로 나눠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방산·에너지를 맡고 있는 김 부회장과 금융을 맡고 있는 김 사장에 비해 아직 김 본부장이 맡고 있는 그룹 내 비중은 크지 않다. 지난해 기준 갤러리아 매출액은 5413억원,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매출액은 5675억원이다. 두 회사의 총 매출액은 1조1088억원이다. 지난해 기준 한화그룹 전체 매출액이 61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며 김 본부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그룹 내 비중이 2%(1.8%)가 채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화그룹이 유통사업부문에서 대규모 M&A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윌리엄 피처 파이브가이즈 인터내셔널 총괄 부사장(왼쪽)과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 전략본부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더 플라자에서 파이브가이즈 국내 사업 추진을 위한 약정식을 가졌다. [사진=갤러리아] |
주력 사업인 갤러리아 백화점은 프리미엄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외향을 키우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가 출구 전략을 세울 시기가 다가오면서 한화그룹이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기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와 같이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갖춘 유통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2003년 롯데그룹에 매각하기 전 까지 대형마트인 한화마트를 운영한 경험이 있고, 2016년까지 편의점 씨스페이스를 가지고 있었다. 유통사업 역사도 긴 만큼 대형마트 인수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2조원을 투자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등 한화그룹이 M&A에 공격적이라는 점에서도 힘을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에너지)지분율을 감안했을 때 현재 김 본부장의 입지는 미미하다"며 "신사업으로 '건강한 프리미엄 먹거리' 사업을 추진함과 동시에 대형 M&A로 유통업계와 그룹 내 위상을 단숨에 바꿀 수 있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