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니 순방 기자단과 인터뷰
"상임위 전체 초대하면 체한다고 한쪽 안 와"
"국민들, 위성정당 꼼수 두 번은 안 속아"
[자카르타=뉴스핌] 고홍주 기자 = "과거에 우리 의회 정치는 지금처럼 진영간에 적대의식을 가지고 서로 대립하지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연정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의회 안에서도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가능했고, 그때는 정치가 이렇게 불신을 받지 않았죠. 그런데 요새 보면 같은 상임위별로 서로 밥도 안 먹더라고요. 내가 의장 공관으로 상임위 전체를 초대하면 체한다고 한쪽은 안 옵니다."
뉴스핌은 지난 20일 8박 10일간의 동남아시아 순방을 마친 김진표 국회의장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인터뷰를 나눴다.
그는 인터뷰 초반부터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를 높였다. 5선 의원인 그는 국회 내 최연장자다. 지난해 7월 제21대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공식 선출된 후 국회는 유례없이 많은 파행을 겪었다. 헌정 사상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정기 국회 내 통과하지 못한 것은 처음이었다.
[자카르타=뉴스핌] 고홍주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순방 기자단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1.24 adelante@newspim.com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
김 의장은 이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국회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사실상 양당제로 확립됐고, 소위 '팬덤정치'까지 가세하니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출발부터 DJP연합정권으로 시작했고, 네 명의 총리 모두 보수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사람들이었다"며 "그러니 자연스럽게 의회 안에서도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가능했고 국민들로부터 정치가 이렇게 불신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1997년 IMF 외환위기 극복과 정보화혁명, 사회복지 제도 확립 등이 가능했던 배경에도 정치세력 간 합의가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요새는 상임위별로 서로 밥도 안 먹더라. 내가 공관으로 상임위를 초청했더니 체한다고 (여야 중)한쪽은 오지도 않더라"고 토로했다.
다만 김 의장은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선거제 개편과 개헌 논의로 이같은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희망을 내비쳤다.
그는 "여야 중진들 사이에서 적대적인 진영정치, 팬덤정치의 폐해를 극복하고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공감대로 논의를 시작하고 있고 초선들도 따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귀국하면 그런 분들을 격려해 의견을 모으고, 나중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복수의 안이 나온 뒤 (국회의원 300명의) 전원위원을 이들이 이끌어나가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선거법 개정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극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카르타=뉴스핌] 고홍주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순방 기자단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1.24 adelante@newspim.com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
지난 총선 때처럼 '위성정당' 꼼수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2019년 선거법 개정 때 여야가 너무 자기들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시간만 소모하다보니 마지막에 시간이 없어 이렇게 된 측면도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만약 그런 선택을 또 하는 정당은 엄청나게 망할 것이다. 국민들이 한 번 속지 두 번은 안 속는다"고 일축했다.
이어 "자연스럽게 정치적 약속으로 만들어지리라 보고, 가능하면 제도적으로도 위성정당이 생기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며 "그런데 현재 크게 논의되고 있는 중대선거구제도와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두 틀 속에서 잘 토론하고 배합하면 (적절한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편 김 의장은 지난해 12월 31일로 일몰된 화물차 안전운임제와 30인 미만 기업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와 관련해 여야 간 협의를 기다리겠다는 기존 입장을 내비쳤다.
김 의장은 "정부여당의 태도가 중요한데, 야당과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며 "안전운임제는 현행법 체제 하에서 처벌하지 않되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시킨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상임위에서 그 내용으로 다시 협의가 될 것이고 나머지 법안도 그런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운임제와 연장근로제는) 일몰 전에 여야가 타결을 할 생각으로 처리시한을 합의했지만 노란봉투법이 들어오면서 여당이 법안 2개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 결렬이 됐다"며 "상임위에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해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했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