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료 인하율 2%·실손보험 인상률 평균 8.9%
당국과 정치권의 물가 안정 기조에 두 발 물러나
실손 2031년까지 예상 적자규모 '112조' 넘을수도
[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료 인하율은 높이고 실손보험률 인상률은 낮추라는 정치권의 압박에 두 번 물러났다. 특히 실손보험료의 인상률이 8.9%에 그치면서 향후 10년 누적 적자로 예상됐던 112조원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실손보험 적자의 주범인 비급여 과잉 진료 문제 해결이 시급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내년 자동차보험료를 2% 넘게 인하할 예정이다. 롯데손해보험은 내년 1월 1일부터 평균 2.9%, 메리츠화재는 내년 2월 27일부터 2.5%의 인하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고, KB손해보험은 같은 달 25일부터, 현대해상은 26일부터 2% 인하율을 적용한다. 아직 인하율을 발표하지 않은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도 2%대 인하율이 유력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손보사들은 당초 자동차보험료 인하율을 1%대 후반으로 제시했으나, 정치권은 고물가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위해 자동차보험료 인하율을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우려보다 낮아진 점도 자보료 인하 압박에 힘이 실렸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보사들의 올해 11월까지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79.6%로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p) 개선됐다. 코로나19로 사고율이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발생손해액을 경과보험료로 나눈 비율을 의미하며, 통상 보험업계에서는 80%대를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은 감소한 반면 보험 가입 대수는 늘면서 손보사들의 보험료 수입이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손보사 31곳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4조81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했는데, 여기에는 자동차보험의 원수보험료가 3% 증가한 영향을 받았다.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인상률은 평균 8.9%로 결정됐다. 세대별로는 1세대는 6%, 2세대는 9%의 인상률이 산출됐으며, 3세대는 지난 2017년 4월 출시 이후 5년간 요율이 동결됐다가 이번에 최초로 보험요율이 조정되는 만큼 평균 14%대의 인상률이 산출됐다. 4세대 실손보험은 아직 출시된 지 5년이 경과되지 않아 보험료가 동결된다. 실손보험료는 지난해 약 10~12% 인상된 바 있으며, 올해는 약 14.2% 올랐다.
또, 1~3세대 계약자가 4세대로 전환하는 경우 1년간 납입보험료 50% 할인 기한을 종전 올해 연말에서 내년 6월 말로 연장한다. 이는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합리적인 보장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4세대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보험료 반값 할인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적용된 뒤 올해 12월 말까지 연장된 바 있다.
실손의료보험 비교화면 [사진=손해보험협회·생명보험협회] |
실손보험은 4000만명의 가까운 국민들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고 불렸으나, 비급여 항목에서 과잉진료로 매년 2조~3조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적정 수준을 유지하려면 매년 21% 올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보험업계도 10%대의 인상률을 요구했으나 당국과 정치권의 물가안정 기조에 따라 결국 한 자릿수로 물러났다.
이로 인해 실손보험에서 발생하는 적자 규모가 더욱 확대되고, 향후 보험료 인상폭이 커져 국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년(2017~2020년) 평균 보험료 증가율(13.4%)과 보험금(16%) 증가율이 유지되면 2022~2031년 누적 적자가 11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보험금 지급에는 3조9000억원이 모자란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 규모는 내년에는 4조8000억원, 2025년에는 7조3000억원, 2027년에는 10조7000억원, 2031년에는 22조90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실장은 "실손보험의 위기는 보험업의 지속가능성 위기로 전염될 수 있다"며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보험료를 계속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도 "올해 상반기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세대가 141.9%, 2세대가 123.8%, 3세대가 129.3% 수준"이라며 "실손보험 누적 적자와 과잉진료 기조를 감안하면 향후 10년간 실손보험료는 계속 오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에서 두 번 양보한 만큼, 정부가 실손보험 적자의 주범인 비급여 과잉진료에 칼을 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보험업계는 "비급여 과잉진료, 보험사기 등으로 인한 보험금 누수 방지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정부당국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hesed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