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용성 기자 = "조국을 배신했다는 비난이 있지만,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일본의 젊은 과학자들이 속속 중국행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참고소식보가 21일 아사히신문의 한 기사를 소개해 중국 내에서 화제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8일 '과학자들이 왜 일본을 버리고 중국으로 향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중국행을 택한 일본 과학자들의 스토리를 소개하며, "젊은 과학자들이 일본의 열악한 연구환경에 절망한 채 중국행을 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 내 인재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사히신문이 게재한 기사화면[사진=아사히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
기사에 따르면, 30대의 한 일본인 과학자는 일본에서 수년간 국립대 부교수직에 도전했다가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연구실적이 뛰어났음에도 실패가 이어졌다. 그는 국제 학술대회에서 만났었던 중국인 교수와 연락을 취했고, 교수직을 제안받았다. 그는 고민 끝에 올해 초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향했다.
이 과학자는 "중국에 도착해 가장 놀란 것은 중국인 학자들의 열정이었다. 젊은 과학자들은 우수한 논문을 쓰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고, 사회 전체가 과학자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일본과는 너무나 달랐다"고 말했다.
우주공간 플라스마 연구로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40대의 노와다 모토하루 교수는 2015년부터 산둥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일본의 대학은 상명하복식 경직된 소통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중국의 대학은 이와 상반된다"며 "학자들은 자유로이 토론하고, 젊은 과학자라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게 놀라웠다"고 소개했다.
이어 "일본보다 연구 지원비가 넉넉하다는 점도 중국의 메리트"라면서 "연구 아이디어와 성과만 있다면, 연령이나 경력과 무관하게 승진하고,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본인 과학자는 "돈을 벌기 위해 나라를 배신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나로서는 중국행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일본의 국립대학에는 채용 인원수가 적어 경쟁이 치열하며, 이 과정에서 인맥이 동원된다. 어렵사리 교수직을 얻었더라도, 자신 분야의 연구를 할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아도 되며, 교내 인맥 형성에 시간을 쏟을 필요도 없이 오로지 연구만 열심히 하면 된다. 또한 중국에는 연구에 필요한 장비들이 잘 갖춰져 있으며, 최신 장비 구입 역시 비교적 수월하다"고 소개했다.
아사히신문은 문부과학성 조사결과를 인용해, 지난해 글로벌 피인용건수 상위 10%의 논문 수에서 중국이 1위였다고 소개했다. 일본은 20년 전 세계 4위였지만, 10년 전 6위로 하락했고, 지난해에는 12위로 낮아졌다.
기사는 "중국은 국가가 나서서 과학인재를 적극 육성하고 있으며, 관련 제도 역시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ys174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