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이태원광장에 시민분향소 설치
오는 16일 참사 49일 추모제 예정
[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 "이 젊은 아이의 죽음을 잊지 말아주세요. 부탁합니다."
이태원 참사 49재를 이틀 앞둔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광장에 시민분향소가 설치됐다. 이날 설치된 시민분향소는 희생자 98명의 유가족들로 구성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마련한 추모공간이다.
[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 14일 오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광장에 설치한 시민분향소. 비어 있는 공간에는 유족들이 직접 영정을 걸었다. 2022.12.14 youngar@newspim.com |
기록적인 한파 속에서 오전부터 설치를 시작한 시민분향소는 오후 5시쯤에야 설치가 완료됐다. 시민분향소에는 참사 희생자 158명 중 76명의 영정과 위패가 놓였다. 희생자 17명은 위패만 놓였고 나머지 65명의 희생자들은 국화꽃사진으로 대신했다.
현장을 찾은 희생자 16명의 유족들은 설치된 단상에 직접 영정을 올린 후 헌화를 마쳤다. 유족들은 영정을 차마 걸지 못하고 울며 주저앉거나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등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유족은 오열하며 실신해 자원봉사자의 부축을 받았다.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인 조미은씨는 아들의 영정을 품에 안고 기자들을 향해 "이 젊은 아이의 죽음을 잊지 말아달라. 부탁드린다"며 호소했다. 또 다른 유족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내 딸아"라며 통곡했다.
앞서 유가족 협의회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유족의 의사를 전혀 묻지 않고 위패 없는 합동분향소를 일방적으로 운영하고 추모 기간을 설정했다며 비판한 바 있다.
유가족 협의회 대표이자 고 이지한씨의 아버지 이종철씨는 "추모 기간 동안 저희 아이들을 위해 인사해주신 많은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10월 29일 이후 45일이 다돼서야 우리 아이들이 여러분을 만나게 됐다. 아이들의 이름, 얼굴 하나하나를 보며 다시 한 번 오셔서 추모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또한 유족들은 성역 없는 수사와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재차 촉구했다. 분향소를 찾은 유족 A씨는 "오늘 이태원이라는 곳을 처음 와봤는데 해밀톤 골목을 보고 나니 어른 발걸음으로 몇 걸음 안 되는 거리였다"며 "이 곳에서 도대체 많은 아이들이 어떻게 죽은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최초 112신고가 이뤄진) 6시 34분에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이번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태원역에서 용산구청과 경찰서가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인데 그 시간 동안에 무엇을 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날 설치된 시민분향소는 일반 시민들도 조문할 수 있게 마련됐으며 오는 16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그 이후의 구체적 운영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앞서 유가족 협의회 측은 별도의 추모공간을 요구한 바 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분향소가 설치된 기간 동안에도 이태원역 1번출구 추모 공간은 그대로 둘 예정"이라며 "현재는 별도 추모공간 마련을 위한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대화를 시작하려는 단계"라고 전했다.
한편 유가족 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오는 16일 참사 49재를 기리며 오후 6시부터 이태원역 앞 도로에서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추모제에는 약 1만명의 시민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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